[취재석] 정치불신 키우는 '카더라'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9.19 06:00 / 수정: 2025.09.19 06:00
조희대 대선 개입 의혹 뒷받침 증거 제시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조희대(사진)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조희대(사진)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대선 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났다는 의혹을 부인한 이후에도 사퇴를 압박하며 특검 수사 필요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당 지도부는 물론 일부 의원들도 의견을 개진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거취에 대한 여당의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이러니한 건 결정적 증거나 단서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등의 회동에 관한 제보의 출처가 불명확하다 보니 신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추가 제보자도 없다.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하기에 논란과 혼선만 가중되는 양상이다. 진보와 보수 지지층의 다툼을 부추기는 '떡밥'만 던진 것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연일 조 대법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여당의 모습을 보면 교착상태에 빠진 한미 관세 후속 협상과 남북관계, 민생경제 활력 회복 등 굵직한 현안보다 우선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단순한 의혹 제기로 사법부 수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요란만 떨다가 국민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건 당연한 일인데, 민주당은 거침없다.

물론 대법원이 대선을 앞두고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던 건 사실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가 있었다. 민주당이 사법 쿠데타라는 인식을 유지하며 조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이유가 있지만, 출처불명의 의혹 제기는 다른 문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8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 현장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그렇게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거법 파기환송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빨리해야 했는지, 입장을 지금이라도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8일 광주시청에서 열린 '광주 현장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그렇게 이재명 (대선)후보의 선거법 파기환송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빨리해야 했는지, 입장을 지금이라도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그렇기에 사법개혁의 동력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라는 야당의 주장이 현재로서는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회동 의혹 제기를 두고 '제2의 청담동 술자리 가짜뉴스 정치 공작'이라면서 대법관 증원과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사법개혁을 이루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18일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수사 대상 사건을 전담재판부가 전속으로 맡도록 하는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했다.

사법개혁의 필요성은 김영삼 정부 때도 있었다. 오랜 과제라는 것이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일부 법관의 판결이나 법조 카르텔 등 사법 불신이 팽배하다. 사법부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 당위성엔 공감하면서도 정치권의 개입에는 삼권분립 훼손과 독립성 침해라는 이유로 반발했던 일이 반복됐던 만큼, 의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추석 전 마치겠다는 속도전은 우려를 낳는다.

개혁의 요구를 외면할 순 없다. 개혁은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돼야 하는데 카더라식 의혹 제기와 사법개혁에 대한 속전속결 방침은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사법부를 지속 압박하는 모습은 '선출 권력'의 찍어 누르기 내지 길들이기 의도로 의심받을 수 있다. 아무리 정치·사회적 갈등을 막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사법부의 노력이 필요한 때라도 말이다. 최근 실체 없는 민주당의 일련의 행태가 되려 정치불신을 키우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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