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정치인 사면, 국민대통합이 될까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8.12 00:00 / 수정: 2025.08.12 00:00
특별사면·복권에 대한 여야 반응은 늘 달라
대통령 사면 제한 뒷전…'통합' 명분은 허상
정부는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소상공인, 청년, 운전업 종사자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경제인, 여야 정치인, 노동계, 농민 등 2188명을 특별사면 및 복권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시청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정부는 제80주년 광복절을 맞아 소상공인, 청년, 운전업 종사자 등 서민생계형 형사범, 경제인, 여야 정치인, 노동계, 농민 등 2188명을 특별사면 및 복권한다고 11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시청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경일을 앞두고 어김없이 찾아왔다. '네 죄를 사하노라.'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가 확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광복절 사면·복권 대상자를 심의·의결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최강욱·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조희연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포함됐다. 야권에서는 홍문종·심학봉·정찬민 전 의원이 등이 사면 및 복권 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이번 특사의 목적을 '국민대화합' 차원이라고 밝혔다.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통합의 시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공직자와 여야 정치인 사면을 두고선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사회통합·국민통합을 명분으로 내세워 정치인과 경제인 등을 대거 사면했던 관행은 이어지게 됐다. 정부가 이를 구실로 정당성을 찾으려 했는지는 모르겠다.

야권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면 발표 직후 정부를 작심 비판하고 있다. 특히 조 전 대표와 윤 전 의원의 사면에 대해 강하게 성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조 전 대표는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짓밟은 입시 비리를 저지른 장본인이고, 윤 전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빼돌린 파렴치범이라며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건 어불성설이라는 취지의 비판 논평을 냈다. 정부·여당의 기대와 달리 분열과 반목의 정치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비토하는 야당의 반응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다. 사면·복권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늘 달랐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통합의 명분은 핑계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사면 대상을 두고 정략적이라며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상황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 사면권이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더라도 주로 정치적 목적의 수단으로 사면권을 남용한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조국(왼쪽)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등을 특별사면했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윤 전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후원금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배정한·장윤석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조국(왼쪽) 전 조국혁신당 대표, 윤미향 전 민주당 의원 등을 특별사면했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윤 전 의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후원금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배정한·장윤석 기자

이뿐일까.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가의 관심사 중 하나는 조 전 대표의 사면·복권 여부였다. 여러 관측이 나왔다. 이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되 여론을 살피며 시기를 조절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꽤 많았다. 진보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기 위해 '잠룡'으로 평가받는 유력 정치인을 정치판으로 소환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면서. 정답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역시 정치공학적으로 사면권이 쓰일 것이라는 기저가 깔렸다는 점이 중요하다.

정치권도 사면권을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정치적으로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위해 사면권이 행사된다면 사법정의와 법지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삼권분립과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견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행사하기 위해선 일반사면처럼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이 발의돼왔으나 무관심 속에 번번이 무산돼왔다. 22대 국회에서도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권력형 비리사범과 선거사범 정치인들의 사면이 국민 화합을 이끄는지도 의문이다. 전직 대통령들(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이 특별사면된 이후 국민통합이 이뤄졌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치인들이 풀려난 뒤 반목과 분열의 정치가 해소됐는가. 답은 금방 나온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국민통합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국민 대다수가 비위를 저지른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사면에 대해 공감할까. 아니라고 본다. 일반 국민은 법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고, 생활고에 시달려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른 민생사범 사면과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대통합이라는 사면의 명분은 국민 법 감정과 눈높이에 동떨어진 허상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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