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사람 안에 두 사람이 있다."
선과 악이 갈등하는 작품 속의 이중인격 '지킬' 박사의 독백이다. 집단의 질서에서 멀어지거나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욕구, 정서적 불안정, 사회의 문화적 기대에 적응하지 못한 행동을 보일 때 인격장애를 의심한다. '하이드'도 이중인격이 만들어낸 사이코패스다.
개인은 사회집단이 기대하는 행동을 학습하고 실천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 집단사회에서 사회화·문화화를 습득하고 성장한다는 관점은 이중인격 앞에서 여실히 힘을 잃게 된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최근 국민의 상징적 대표라는 국회의원의 일탈이 도를 넘었다. 사회 지도자들의 공통된 덕목으로서 청렴과 결백, 공정과 상식을 다시 강조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이 선진 한국의 후진성이다.
국회의원은 선거에 의해 국민과 지역구를 대표하는 추상적인 지위를 부여받는다. 국익 추구가 우선이지만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청렴의 의무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또 직무를 수행하면서 이익을 추종하거나 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헌법이 규정하는 정신이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특권에 비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개인적 비리를 제어할 구체적인 방안은 매우 미온적이다.
부당한 행위가 단순히 개인의 대가성 금품이나 뇌물의 거래에 그치지 않고 확대되는 이유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한 사회적 악으로 지목돼 왔다. 그래서 직무 판단에 영향을 끼치는 혈연, 학연, 지연 등에 대한 책임과 관리가 사회적 통념처럼 강조된다. 현대에 적용되기에는 시대적 상황이 부합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조선시대 '청백리'는 정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철학적 자세다. 전통적으로 청렴과 사회적 책임이 뒤따르는 선비정신은 우리 사회의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는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기업의 공정성과 사회적 책임 등을 강조하는 현대적 ESG의 가치와 비유된다.
청백리는 재물을 탐하지 않는 정직한 관리로 추앙되지만 선정 과정에서 추악한 행실이 발각되는 경우도 많았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와 유사하다. 코인 거래, 배추 배당금, 부동산 투기 등을 상기하면 자신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철회하는 두 얼굴을 가진 표리부동 불신의 청백리가 너무 많다. 시대가 다변화하면서 청빈을 경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하지만 경건한 생활 태도마저 부정돼서는 안 된다. 벤저민 프랭클린이 주장한 '근면과 검소, 시간 엄수와 공정의 가치'는 막스 베버가 수용한 자본주의 정신이다. 배금주의에는 적절한 윤리적 통제가 가동돼야 건전한 사회로 갈 수 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같은 금욕에 대한 합리성도 자본주의 성장의 요인으로 파악된다.
<더팩트>는 지난 4일 국회 본회의 도중 이춘석 전 법사위원장이 휴대전화 증권 거래 앱을 통해 보좌관 명의로 주식 거래를 하는 모습을 포착해 단독 보도했다. 이 의원이 AI·산업통상 정책을 총괄하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이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도 주식 차명거래가 발각됐었다. 사회질서를 무너뜨린 현대판 탐관오리, 내로남불의 이중인격 파렴치한으로 낙인됐다.
최근 비리 사건, 횡령, 뇌물 등에 연루된 전직 의원들의 사면이 논의되는 현실을 보면 공적 책임과 윤리 기준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진 정치 민낯을 보게 된다. 당리당략을 넘어 개인의 일탈, 부당 이득으로 이어지는 정치 지도자들의 일탈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이대로는 이재명 정부가 공언한 '코스피 5000' 시대도 기대하기 어렵다.
언론 카메라 앵글에 잡힌 국회의원 외도에 지킬과 하이드가 공존하고 있다. 특검을 통해 의원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아마도 예상되는 가관의 결과 때문에 국회는 실행에 옮기지도 못할 것 같다. 국가 정보를 다루고 입법 활동에 관여하게 되는 선출직 공직자들과 관계자들의 축재 과정은 반드시 정당하고 경건해야 한다. 막강한 권한을 누리는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감과 양심은 '빼놓고 왔다'는 토끼 간쯤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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