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유리하게 행동하는 인간의 본능적 성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가재는 게 편' 또는 '제 식구 감싸기'와 일맥상통한다. 이 비유적 표현은 부정적인 상황일 때 사용된다. 이는 공정(公正)과 거리가 멀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고 각 부처 장관 인선도 마무리 단계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이런저런 문제가 불거졌지만 대체로 임명수순을 밟았다. 지난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자들도 무난히 임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논란의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역시 말이다.
장관 후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나 있었다. 그래서 새삼스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위장전입도, 부동산 투기도, 농지법 위반도. 대체로 서민들과 달리 살아온 이들이기에 이 정도 문제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고위공직자지만 눈감아 준 것이다.
그런데 강 후보자 논란은 조금 다르다. 갑질 의혹 때문이다. 국민을 대리한다는 국회의원이 보좌진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은 매우 충격적이다. 심지어 그 의혹은 변기 수리나 쓰레기 분리수거 등 이해하기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보좌진은 분노했고 국민도 놀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로 활동한 그의 이면에 이런 모습이 있었다고 하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강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해소된 것이 없다. 오히려 의혹만 더 커지고 더 나올 뿐이다. 이런 상황이지만 이 대통령은 강 후보자를 임명할 기세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0일 '강 후보자에 대해서는 임명하는 것으로 보면 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의견이 있었던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인사권자로서 여러 가지 종합해 이런 결정을 했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갑질 의혹은 고위공직자에게 가장 큰 결격 사유가 아닐까 싶다. 특히 임면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보좌진에게 행한 강 후보자 의혹은 이재명 정부의 '국민주권정부'와도 전혀 맞지 않는 기준이 아닌가. 이 대통령의 강 후보자 임명은 그야말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강 후보자의 버티기도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만 가중 시키고 있다. 강 후보자는 정말 모를까,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것일까.

또한 강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한 민심을 어떻게 전달했는지도 의문일 수밖에 없다. 민심이 아닌 당심을 전달한 게 아닌가 싶어서다. 역대 정권의 흥망성쇠는 결국 인사에서 비롯했다. 이 대통령도 그리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뚜렷한 인사 기준을 밝힌 바는 없다. 다만 지난 5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민에 대한 충직함"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의 대리인이자 일꾼이기 때문에 국민에게, 주인에게 충직해야 한다"면서 "둘째는 유능함이다. 우선순위로 따지면 충직함과 유능함이 먼저"라고 말했다. 강 후보자가 이 대통령의 이런 기준에 부합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강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결정 배경엔 '내집단 편향'(Ingroup bias)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사람은 대체로 내가 속한 집단에는 관대하고 그 구성원을 우월하게 평가하는 반면 상대 집단은 과소평가하고, 부정적인 사람들로 어렴풋하게 인식하는 사회 현상을 말한다. 이를 정치에 적용해 '내집단 정치'라고 표현한다. 이른바 '우리가 남이가'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으로 탄생한 정부다. 국민은 윤석열 정권과 다를 것을 기대하고 있고, 달라진 상황에 이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잘됐으면 좋겠다' '잘했으면 좋겠다' 등의 기대감이다.
이 대통령과 이재명 정부를 향한 기대감의 첫 번째는 '인사'다. 지위를 이용한 갑질 의혹이 있어도 우리 식구라며 감싸는, 그런 것은 아닐 게다. 따라서 이 대통령의 참모와 여당은 제대로 된 민심을 전달할 의무가 있다. 제 식구라고 감싸서도 안 된다. 인사는 공평무사(公平無私) 즉, 공평하며 사사로움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5200만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지 이제 50여일 지났다. 그런데 벌써부터 민심을 잃어서야 되겠는가. 헤어질 결심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