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이우탁 칼럼니스트]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에어포스원으로 이동 중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중동발 세계대전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한 트럼프의 목표는 사실 단순하다. 이란이 핵무기를 손에 넣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란 공습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가로 존재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핵무기를 갖고 있는 나라와 갖고 있지 않은 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전략적 위상을 달리한다. 1945년 세계 최로로 핵실험에 성공한 미국은 독점적 핵 지위를 활용해 세계패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미국의 핵독점 체제는 소련이 1949년에 핵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깨지고 만다.
미국도 핵보복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도 잠시 뿐 1952년 영국이 미국의 반대 속에서도 핵실험에 성공했다. 그러자 프랑스도 1960년 핵실험을 강행했다. 마지막으로 비서방권의 중국마저 1964년 핵실험에 성공했다. 5대 핵보유국들은 즉각 자신들만의 핵과점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틀을 만든다.
그것이 바로 1972년 발효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이다. NPT는 내용이 아주 이상했다. 핵보유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은 자체적인 핵무기 개발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도록 했다. 불평등한 조약이지만 세계 최강 미국이 주도하는 이 체제에 세계 각국은 가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NPT체제 밖에서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 사실상 핵무기 보유 용인
그런데 NPT 체제 밖에서 예외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존재하는 국가들이 있다. 많게는 수백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스라엘과 인도, 파키스탄을 의미하는데 세나라는 어떻게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을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국제질서의 냉혹한 현실을 절감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세계 최강 미국이 세 나라의 핵무기 보유를 ‘예외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핵실험에 성공해야 한다. 세 나라는 국제사회의 반대 속에서도 비밀리에 핵개발을 추진해, 끝내 핵실험에 성공했다. 그리고 나서 세 나라는 각기 다른 과정을 거쳐 미국의 ‘용인’을 이끌어냈다.
국제사회의 다른 나라들은 미국이 ‘용인’하면 대부분 이를 묵인한다. 불편하지만, 그리고 제3세계 반미국가들을 중심으로 불공정하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지만 파장이 크진 않다. 세계 패권국가, 미국의 힘이 그만큼 강한 것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주변의 주적국에 맞서기 위한 억지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에 일찍이 뛰어들었다.
인도에는 중국과 파키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에는 인도가 주적국이었다. 미국은 초기에는 두 나라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감시했다. 그런데 미국의 세계전략이 9.11테러 이후 변하면서 두 나라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했다. 아프가니스탄과 중동 지역에서 수행된 대테러전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아야했다.
여기에 남아시아 지역정세도 관련이 있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인도로 이어지는 삼각 동맹체제를 막기 위해서도 인도가 남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 손잡길 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미국의 전략에 적극 호응하며 미국이 요구하는 다양한 정책을 받아들이면서 우호관계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
미국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이슬람 적대국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독립 초기부터 미국에 핵우산을 요구했지만 중동의 석유 이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은 신중했다. 그런 이스라엘을 움직인 직접적 계기는 1956년 중동전쟁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전술적으로 승리했지만 소련이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며 이스라엘군의 철군을 요구해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생존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힘에 의존하는 독자적인 생존방법을 모색한다. 케네디 행정부가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미국은 결국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했다.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에게 이스라엘은 남의 나라가 아니다.
중동의 한복판에서 생존하기 위해 ‘최후의 수단’을 선택한 이스라엘을 보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스라엘도 철저하게 미국을 배려했다. 이스라엘은 현재까지도 핵무기 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렇게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만 이스라엘에 대해 ‘차별적 특혜’를 제공하는 미국이 운신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란과 함께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생존을 위협하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은 이번 이란 공습작전으로 명확해졌다. 특별한 정세 변화가 없는 한 당분간 이란은 핵무기를 갖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북한은 이란과 상황이 다르다.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탄두만 해도 최대 50기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과연 앞으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없을까. 인도와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보듯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
특히 패권도전국 중국을 견제하는데 북한의 지정학적 활용가치가 달라질 경우 미국은 어떻게 할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인 두 차례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핵담판을 시도하려 했었다. 재집권에 성공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김정은을 만나 새로운 협상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북한이 핵이전을 확실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그리고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을 미끼로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용인받으려 할 경우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란 상공을 뒤덮은 시꺼먼 먹구름이 어느덧 한반도로 향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