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원장 언론인] 싱가포르는 또 21세 이상 모든 국민들에게 600싱가포르달러(약 64만 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80세 이상은 86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13~20세 청소년이 있는 가정에는 추가로 53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그야말로 ‘현금 살포’다. 싱가포르는 잘사는 나라다. 순부채율(Net Debt-to-GDP Ratio)이 0%다. 정부 자산이 정부가 빌린 돈보다 많다.
그런데 태국도 국민들에게 현금을 준다. 지난해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또 취약계층에게 현금을 나눠 준데 이어, 이번엔 16~20세 모든 청소년에게 1만 바트(약 43만 원)를 지급한다. ‘탕 라트’라는 앱을 통해 디지털화폐를 지급한다. 아직 국민소득이 8천 달러(2024년) 수준인 나라에서 무슨 현금 지급인가. 그런데 이 나라의 지독한 빈부격차를 따져보면 국민들에게 현금을 좀 주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국왕 라마10세의 재산은 430억 달러(60조 원)로 추정된다(비지니스 스탠다드)
호주는 청년들에게 매달 두 번씩 주는 현금을 또 인상했다. 일종의 청년수당(youth allowance)으로 만 18세에서 24세 청년이 부모와 독립해 살면 670.30달러(60만 1천원)를 2주마다 한번씩 지급한다. 부모와 함께 살면 42만원 정도를 지급한다. 호주는 우리와 명목GDP가 비슷한 나라다.

우리도 거대한 ‘현금 지급’ 정책이 있다. 어르신들에게 최대 34만 원 정도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1회성도 아니고 65세 이상 어르신의 70%에게 매달 지급한다, 박근혜정부가 도입했다. 2013년 도입 첫해에는 8조 원의 재정이 들었지만,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지난해에는 23조 원으로 불어났다. 한쪽에서 보면 ‘현금 살포’지만, 다른 한쪽에서 보면 ‘어르신들이 한달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돈’이다.
그러니 현금을 지급하는 복지정책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 나라 재정 형편과 경제 상황에 맞게 지급하면 된다. 사실 ‘기초연금’ 제도는 점점 규모가 커져서 점점 우리 재정이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있다. 툭하면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지급해온 일본 정부는 또 연립여당인 자민당이 모든 국민들에게 5만엔(50만원)을 지급하려다 최근 여론에 밀려 취소했다.
국가부채는 결국 후손이 갚아야 한다. 우리는 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48.7%/2023년)이 높아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하지만 우리와 경제 규모(명목 GDP)가 비슷한 호주 스페인 캐나다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많게는 2~3배 가량 부채비율이 높다. 이들은 왜 적자를 감수하면서 재정을 확대하는 것일까.

◆ GDP대비 국가 부채 비율
한국 48.7%/호주 49.0%/스페인 105.0%/캐나다 107.4%이탈리아 134,7% (2023년 IMF기준)
일본은 국가부채비율이 249.7%(2023년)로 압도적으로 높다. 하지만 일본 정부에 돈을 빌려준(국채를 소유한) 채권자가 일본 기업과 국민들이라 큰 걱정이 없다고들 한다. 우리는 어떨까. 우리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인수하는 외국인 투자비중은 22.8%(국채백서 2025 기획재정부)다. 다시말해 한국의 증권사나 은행, 보험사가 우리 국채의 78%가량을 인수한다. 원화표시 국내 채권은 90%를 한국인이 갖고 있다. 어머니 식당에 돈이 필요하니 아들이 빌려준 셈이다.
그러니 어머니가 돈을 떼먹을 가능성도 낮고 아들이 당장 돈을 달라고 할 가능성도 낮다. 나라 빚은 줄여야 하지만, 또 당장 어머니의 식당 운영에 도움이 된다면 아들에게 돈을 더 빌릴 수도 있는 셈이다. 실제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히틀러정부를 경험한 독일은 전세계에서 가장 재정적자에 엄격한 나라지만, 올해부터 ‘부채브레이크’를 풀기로했다.
지난 윤석열정부는 3년간 유독 국가부채 축소에 매달렸다. 그런데 올해 무려 207조 원의 국채가 발행된다. 사상 최대다. 그중 90조 원 가량이 고스란히 나라빚으로 남는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성장률을 0.8%로 낮춰잡았다(일본의 잃어버린 30년 동안 평균 성장률이 0.7%다).
정부가 돈도 많이 안 썼는데 나라 빚만 늘어나고 성장률은 추락한다.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재정은 안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잘 쓰는 게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의 새 정부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