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월미도에서] 복지 앞세워 짐만 떠안는 청년세대 만들 건가
  • 김형수 기자
  • 입력: 2025.05.26 09:00 / 수정: 2025.05.26 09:00
계층이동 '희망사다리' 작동하는 국가 운영 기대
저소득 청년예술인 활동 지원에도 관심 가져야
제21대 대통령선거를 11일 앞둔 23일 서울 도봉구 일대에 대선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새롬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를 11일 앞둔 23일 서울 도봉구 일대에 대선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한국의 성장 동력은 청년세대이다.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중추 세대이다. 하지만 어느 세대보다도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도전하고 응전하면서 기성세대와 갈등한다. 2030의 청년세대와 5060의 586세대 프레임이 설정되듯이 선거에서의 청년세대 담론은 피할 수 없는 논쟁거리이다.

지난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제21대 대선 유권자는 재외선거인을 포함 4439만 1871명으로 결정됐다. 2030 청년 유권자는 1200만 명을 초과한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의 인구구조에서 대체로 노년과 중장년의 정치적 성향이 대별되는 상황에서 청년 표심은 대선판을 흔들 수 있는 캐스팅 보트로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선거에서 세대 변수가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되면서 세대의 정치가 선거 전략으로 동원되고 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이슈를 능가하는 네거티브 공방에서 청년 공약이 설 틈이 없다.

저출산·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미래 청년들이 짊어져야 할 담세는 늘어날 전망이다. 공적연금, 기초연금, 건강보험 등 국가의 복지제도에 투입해야 할 재정의 적자 폭이 증가하면서 인구 부양 부담은 현재 세대보다 미래 세대에게 더 심각한 굴레가 됐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는 악화했으며, 계층이동의 희망도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이다.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정치의 책무가 막중하다는 의미이다.

소득 계층 간 격차를 나타내는 소득분위 배율이 점차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에서 '청년'이 사라졌다. 돈이 돈을 벌고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는 '수저계급론' 등은 청년들의 절망적 시대 상황을 대변하지 않는가. 며칠 남지 않은 대선에서 청년 정책에 따라 후보들은 유리하거나 불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그래서 집단, 계층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등 차이를 인정하는 정책 지원에도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또 우리 사회가 권장할 문화예술 진흥 분야에서 불이익과 불평등을 겪는 저소득 청년 예술인들의 삶도 살펴야 한다. 문화예술은 갈등을 치유하고 공감하는 삶의 공간을 조성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8일 참여연대와 양대 노총 등 30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서울가족플라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층 국민연금 크레딧 확대 등 21대 대선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사진=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8일 참여연대와 양대 노총 등 30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서울가족플라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년층 국민연금 크레딧 확대 등 21대 대선 정책요구안을 발표했다. /사진=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통계청 e-나라지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기준중위소득은 239만 원 정도이다. 2023년 생애 단계별 인구의 청년층 월간 평균소득과 비슷한 수준이다. 청년세대가 자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정책 기조가 수립돼야 잘 사는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발간한 THE100리포트 101호에 실린 '상위 1% 부자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우리나라 순자산 상위 1% 가구의 기준선은 33억 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5%의 기준선은 15억 2000만 원, 10%는 10억 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번 책자형 선거공보 후보자 정보 공개 자료의 후보별 재산 상황을 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0억 8914만 원,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25억 193만 원으로 상위 1%에 들지는 못했다. "돈 때문에 구속되거나 조사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0억 6561만 원으로 세 후보 중 가장 적었지만 모두 상위 10%에 든 셈이다. 물론 부자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청년세대의 삶을 지원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이 공약으로 검증되길 바란다.

6·3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는 '청년들의 미래적금 도입, 구직활동 지원'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는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기를 갖고 가정을 꾸리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후보도 '든든출발자금' 공약 등을 제시하며 청년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청년세대는 여전히 기성세대보다 불리한 2007년의 '88만 원 세대'를 씻어낼 정치·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초래한 구조적 저성장 기조보다도 더 심각한 경제적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한다. 저출산·고령화의 사회적 위기가 지속되고 투자 위축, 고용 감소 등의 경제적 요인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폐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비자발적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채용시장도 얼어붙었다고 한다. 신규 일자리도 수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청년들의 취업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또 통계청의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구직을 단념한 '니트(NEET)족' 청년들도 50만여 명으로 증가 추세이다. 청년실업을 개선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우리 사회는 신화를 창조하는 기적의 실현이 가능한 능력 사회였다. 그러나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는 계층이동마저 불가능하다는 갈등론적 관점이 지배적이다. 후세대에 국가 부채를 물려주는 방만한 공약 남발을 거둬들여야 한다. 빚내서 쓰고 보자는 공약은 포퓰리즘이고 선심성 입발림이다. 긴축과 규제 없이 나라살림을 무엇으로 감당하겠단 말인가. 복지를 빌미로 청년의 경제적 삶이 최대 피해자로 위축되지 않아야 한다. 재원 계획 없이 청년세대를 현혹하는 화려한 공약은 청년을 볼모로 하는 희망고문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자녀세대를 바라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청년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서 '에코세대'로 지칭될 정도이다. 저성장 늪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경제 대통령으로서 믿고 따를만한 후보가 누구인지 숙고할 때다. '희망의 사다리'가 다시 작동되는 국가 운영을 당부한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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