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이재명 망언록', '김문수 망언집' 공방이 펼쳐졌다. 서로의 비방에 품격을 기대하기 어려운 네거티브 선거 전략으로 6·3 조기 대선의 막이 올랐다. 정치인의 막말이 진영의 이익을 의도하고 감정 기복을 흔드는 보편화된 정치 행위로 인식될 수 있으나 당락을 결정하는 치명적 실수로 부메랑이 되곤 한다.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주말 경남 창녕군 연설에서 "정치는 너무 격변해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이긴다"는 과거 YS의 말을 인용했다.
선거에서 상대방의 실수가 어부지리가 된 실제 사례도 많다. '세월호 텐트', '이부망천',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고, 집에서 쉬셔도 되고' 등은 선거 판도를 뒤집었고, '2찍', 'GSGG' 등과 같은 정치 말실수가 이번 대선에서도 어디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복병이다. 막말은 상대방의 감정 상태에 최대한 상처를 입히고 부도덕하고 부적절한 금지 언어를 동원하게 된다는 점에서 욕설, 모독, 외설, 비하, 조롱으로 비유된다.
일상생활에서의 '우연한 실수'는 인류 문명의 창출에 기여했지만 정치의 말실수는 예기치 못한 복수불수(覆水不收)의 결과로 이어진다. 독특한 맛으로 인기를 얻게 된 고르곤졸라 치즈의 푸른곰팡이는 제조자의 실수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페니실린, 아스피린, 와플, 가나슈 초콜릿 등도 전화위복으로 탄생한 발명품들이다. 면의 도시 인천의 쫄면도 실수의 결과물로 알려진다. 인천은 짜장면, 냉면을 포함하는 면의 종가로서 인천 중구 개항장의 '누들플랫폼'에 면의 역사를 담아 놨다.
인천에는 3대가 이어온 평양냉면 식당이 있고, 화평동 세숫대야냉면은 특미로 이름을 알렸다. 인천 개항 직후 청요릿집에서 팔리던 면 요리가 차이나타운 '공화춘'에서 본격적으로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특히 쫄면은 1970년대 인천 부평의 한 냉면 공장에서 실수로 면발이 굵은 쫄깃한 면이 나왔고, 매콤달콤한 맛이 전국 분식음식점을 강타하게 됐다는 스토리가 전해 내려오지만 설화(說話)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실수가 지역 명품을 만든 사례처럼 상대 진영의 실수와 실정에 따라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의 '성공적인 실수'인 셈이다.
지난해 7월 23일 62.84%의 압도적인 득표로 국민의힘 당대표에 당선된 한동훈 대표는 "상대가 못 하길 바라는 정치, 상대가 못 해서 운 좋게 이기려는 어부지리 정치에서 벗어나 '자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당내 통합에도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를 끌어 모으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탄핵의 강 앞에서 머뭇거리면 국민 '빅텐트'는 먼저 물 건너갈 것이다. 거친 단일화의 내홍을 지켜보면서 조기 대선의 정체성이 '반 이재명'이라는 명분 외에 무엇인지 궁금하다. 어부지리를 기대하는가.
말실수가 수반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위기에 굴복되거나 극복하는 상반된 결과로 이어졌다. '대쪽'으로 인식됐던 이회창의 청렴결백 이미지는 '병풍사건'으로 비화해 대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 보수 결집의 기회로 만든 '초원복집' 도청사건은 오히려 YS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6월 7일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인천 비하 발언으로 요약된 '이부망천' 말실수는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와 보수 기초자치단체장 후보들이 낙선하는 원인이 됐다는 후평이다. 거짓말, 흑색선전은 역풍에 취약하다. 네거티브 선거 캠페인에 대응하는 유권자의 정치적 수준이 과거와는 달리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6·3 조기 대선은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의 3파전으로 본격 레이스를 시작했다. '어대명'이 주도하는 분위기다. 적과 동지로 갈린 대결 구도가 고착화된 진영 정치에서 막말과 '네 탓'은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기본적으로 국민 앞에 정직하고 겸손해야 대세에 올라탈 수 있다. 정치는 삶을 결정짓는 상부구조이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몰락하면 정치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사탕발림의 말실수보다 촌철살인의 명언을 실천해 경제 수렁에 빠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연금술사를 기다린다. 조기 대선이 끝나면 경제는 좀 좋아질까? 유권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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