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선두이다. '이재명 대세론'에 돌발 변수를 예측하기란 비현실적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참가한 더불어민주당의 지역 순회 합동연설회에서도 이 전 대표를 앞설 변수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진출자 8명은 저마다 이재명을 상대할 적임자라며 출마 취지를 밝혔다. 국민의힘이 경선 컨벤션 효과를 노리며 '이재명 독주'를 막아보려 하지만 기세를 꺾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역전의 기회가 되는 자충수나 자중지란은 치명적인 변수가 된다.
권력으로 치닫는 정치는 종종 불안한 국민의 삶을 자초해 왔다. 불현듯 닥친 조기 대선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왜 또 대선을 치러야 되는가? 곤고한 국민의 삶을 방치하고 탄핵 대선을 불러온 대통령과 정치지도자들의 일탈이 분열과 혼란을 가중시켰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퇴임 하루를 앞둔 지난 17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초청 특강에서 '관용과 자제'가 민주주의 발전의 키워드라고 말했다. 이날 문 재판관은 "야당의 권리와 여당의 절제가 여야 모두에게 인정돼야 통합"이라는 의미로 관용과 자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현재의 흐름을 타고 이재명 전 대표가 집권한다면 국회의 다수 주도권을 활용한 입법·행정의 진보 정치 체제 구축에 따라 관용과 자제가 제대로 기능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도 중도층의 지지가 절실한 국민의힘 경선은 밋밋하다. 바람이 불지 않고는 정권 재창출의 불꽃을 살릴 수 없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재명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다. 당시 통합진보당 계파의 주체사상파 경기동부연합과의 연대 의혹을 받았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는 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합류한 진보당과 밀착됐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1990년대 초반 경기동부연합과 대척해 분파한 정의당 계열 인천연합을 구축한 핵심 인물이 인하대 출신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계몽'된 김계리 변호사도 이 대학 동문으로 알려진다.
최근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장관은 서울 상암동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뒤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 동상을 광화문광장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인하대에서는 이 대학 설립자 이승만 박사의 조형물 설치를 두고 찬반 세력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관용과 자제'가 발휘돼 광화문에서도 고착된 갈등의 벽을 허물고 미래를 함께 조망하게 될 대한민국은 언제 가능한가. 대통령의 자질과 품성을 가늠하기 전에 실패한 대통령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유권자의 선택 행위가 다시 중요해졌다. 대통령은 누구인가? 오늘 우리가 당면한 과제이다.
국민의힘 경선은 이재명 전 대표와의 대척점에서 출발됐다. 안철수 의원은 "12개의 범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수치"라고 맹폭했다.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대표, 유정복 인천시장, 양향자 전 의원 등도 서울 강서구 ASSA 아트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후보자 비전대회에서 한결같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6일 이 전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법 위기를 넘겼다. 더욱이 압도적 지지를 받는 '어대명'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인천 현안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의중이 자충수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인천경실련은 20일 '이재명 후보, 인천 버렸나?' 논평을 통해 지방분권형 공약을 촉구했다. 이 전 대표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힌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북극항로 개척, 해사 전문법원 설립' 등 인천과 상충하는 부산 공약에 대해 지역 정치인으로서 인천시민에게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면서 포퓰리즘이나 립서비스는 금물이다. 불신의 정치를 낳는 씨앗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떠나는 기업이 망하듯이 민심을 잃으면 나라를 세울 수 없게 되는 것이 정치의 이치이다. 오래된 인천의 현안들이 위축된다면 인천 민심은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전초전을 치른 대선후보들의 경선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보수 진영 잠룡으로 예상됐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경북 산불 피해 현장에서 봉사하고 난 뒤인 9일 6·3 조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 전 장관도 지난해 총선에서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하겠다면서 생소한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 나섰으나 큰 차이로 낙마했다. 하지만 어려운 민생 현장에 비친 원 전 장관의 자원봉사활동이 자성의 정치 리더십이라는 이미지를 남겼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지속가능한 국가의 보전과 유지를 위해 국민으로부터 통치행위를 위임받은 국가원수이다. 맑은 공기를 유지하고, 청정한 하천을 가꾸는 등 국민 모두가 격차 없이 나눌 수 있는 보편적 공공선의 가치가 실현되는 성숙한 사회를 기대한다. 그래서 부패와 불신을 척결하고, 청렴과 정직의 도덕 관념이 대선 프레임으로 제시돼야 한다.
이재명과 국민의힘 대선주자들과 비교한 지지 격차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어대명'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출마한 모든 후보와 원 팀으로 똘똘 뭉치며 반이재명 전선으로 빅텐트를 만들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문득 노무현-정몽준, 윤석열-안철수 단일화에 따른 역전 선거 결과가 떠오른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infac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