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됐다. 1차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양향자 전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후보군의 면면을 볼 때 뚜렷한 1강 체제의 더불어민주당 경선보다 더 주목된다는 평이 많다. 아무래도 쉽사리 최종 후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뛰어든 일부 후보들은 '타도 이재명'을 외치고 있다.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가장 대권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여러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6·3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져 정권 교체에 대한 여론이 정권 유지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대선 기간이 짧은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분위기 반전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 전 대표를 이길 수 있다며 자신감을 표출하는 걸 뭐랄 수는 없다. 국민의힘과 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 전 대표를 겨냥해 맹공을 퍼붓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딱 거기까지 만이다. 그런데 유력 후보들이 연일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띄우는 모습에서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의 늪'에 빠진 듯하다. 반이재명 프레임 강화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우파가 연대해 힘을 모아 반드시 이 전 대표가 집권하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부 후보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국민에게 왜 선거에 나서는지를 소상히 알리는 출마 선언문에 꼭 이 전 대표가 등장했다. "거짓과 감언이설로 대한민국을 혼란과 파벌로 몰고 갈 이재명"(김 전 장관, 9일) "계엄 날 겁이 나서 숲에 숨은 이재명"(한 전 대표, 10일) "이재명 민주당은 조기 대선을 획책"(나 의원, 11일), "이재명 정권의 종착역은 포퓰리즘과 국민 매수의 나라, 남미 최빈국 베네수엘라"(홍 전 시장, 14일). 퇴행적 모습이다.
왜 대선이 치러지는지를 잊은 듯한 느낌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정치인이라면 비상계엄 이후 삶이 더욱 고단해진 국민에게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일부 후보들이 대선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확 와닿지 않는다. 거창한 큰 그림보다 큰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상세한 민생 공약이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막상 대권 주자들은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만 쏟아내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극에 달한 진영 갈등을 키우기로 작정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대선 승산을 키우기 위해 중도 외연 확장이 여권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의 대선후보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선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권자는 계엄과 탄핵 정국의 피로감이 쌓여 있다. 불필요한 긴장과 경쟁을 유발하는 요란한 외침은 일시적으로 시선을 끌 뿐이다. 여야 후보들은 자제해야 한다. 대선은 국정운영의 총책임자를 뽑는 선거이지, 싸움꾼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