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월미도에서] 노인 기준 연령 조정…노후에 웃을 수 있을까
  • 김형수 기자
  • 입력: 2025.04.14 14:09 / 수정: 2025.04.14 15:27
복지혜택 축소로 고령 빈곤 부추길까 걱정
사회 공론화 통해 지속가능 분기점 되길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해 8월 2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이중근 부영 회장이 지난해 8월 27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제19대 대한노인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 지지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지난해 초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폐지' 공약을 내면서 비유한 '경마장역' 발언에 대한노인회는 '패륜적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는 노인 기준 연령 조정과 관련된 이슈이다. 이 의원은 9월 만 65세 이상 노년층에 대한 도시철도 무임승차 제도를 폐지하고 일정 금액의 교통이용권을 제공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0월 21일 제19대 대한노인회장에 취임한 이중근 회장은 "노인 연령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75살로 올려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이 회장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대한노인회가 노인 기준 연령에 대한 입장을 과거 65세 현실 유지에서 미래 변화에 초점을 둔 75세로 파격 제시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하철 무임승차로 촉발된 노인 기준 연령에 대한 논의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노인 연령의 상향 조정은 단순히 지하철 이동권 제한으로 파생될 활동적 노후의 문제뿐만 아니라 공정한 사회보장이라는 측면에서도 면밀한 정부 대책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누구에게나 다가올 길어진 노후에 대처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노인 연령 공론화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지난 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와 '노인 기준 연령 협의체'를 출범시킴에 따라 연령 조정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2월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 등이 노인 기준 연령을 70세로 개정하는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예고를 마쳤다. 2035년까지 1년마다 0.5세씩 점진적으로 상향하겠다는 법안이다. 노인 기준 연령 상향 조정은 노인 빈곤과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할 방안 등이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나이를 기준으로 '누가 노인인가'는 학문적으로도 규명하기 어려운 가설이다. 노인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개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숫자 나이를 기준으로 노인을 구분하지만 개인의 노화 정도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노인에 대한 관점이 혼인, 출산 등 사회문화적 변화와 특성에 따라 구별되고, 외모의 노화 정도에서도 개인간 차이가 크다.

또 노인을 역연령(曆年齡)으로 법제화한 규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독일 비스마르크 정부가 1889년 당시 45세 정도의 평균수명보다 훨씬 높아 비현실적이었던 70세 연금보험 정책을 제정하고, 1916년 65세로 낮추면서 노인 연령에 대한 파급효과를 이어왔다. 우리나라도 비스마르크 노령연금 이후 65년이 지난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경로우대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규정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기초연금법에서도 수혜 대상을 '65세 이상'으로 정의할 뿐 노인에 대한 구체적인 연령이 법률적으로 규제된 것은 없다. 그래서 장·노년층에 대한 국민연금, 기초연금 등 사회보장 제도에 따른 연령 기준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외모와 신체적 역량을 발휘하는 노인들도 많다. 시니어 모델, 백만 유튜버 할머니 등 젊은 노인을 지칭하는 '욜드(yold)'가 증가하고 있다. '꽃보다 할배'의 배우 이순재는 90세의 현역이다. 나이가 노인을 규정하는 잣대가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태어난 연도가 같아도 신체적 건강 상태와 노화 정도가 다르고, 일을 하는 사회적 활동뿐만 아니라 스스로 늙음을 인정하는 심리적 자각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역연령만으로 노인을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반증이다.

40년 전 애칠리는 사회조사를 통해 65~75세에 해당하는 노인을 '젊은 노인'으로 구분했다. '보통 노인'은 75~84세이고, 85세 이상이 '고령 노인' 집단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가 9일 발표한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노인 기준 연령 인식은 70.2세이고, 10명 중 9명 정도가 정년 연장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보험개발원의 '제10회 경험생명표 개정' 결과에 따르면 평균수명이 남자 86.3세, 여자 90.7세로 5년 전 통계보다 2.8세, 2.2세가 각각 늘었다.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로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반대해 왔던 대한노인회가 10년 전에는 노인 연령을 70세로 조정해야 한다고 방향을 바꿨고 최근 75세를 제시했다. 2019년 문재인 정부도 노인연령 70세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고령층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년과 연금수급연령은 직결되는 문제이다. 통계청의 노년부양비 추계에 따르면 10년 후 50명을 상회하게 된다. 복지예산의 과다지출과 이를 감당할 미래세대의 부담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평생 현역사회'를 주창하는 일본은 기업에서의 고용을 70세까지 강제하는 수준이다. 미국·영국·호주는 정년 제도를 폐지했다. 소득대체율이 비교적 높은 프랑스도 2030년 64세 정년 연장을 목표로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홍콩·대만·멕시코가 65세 정년 제도를 유지하는 등 정년 연장은 세계 주요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노인 기준 연령이 상향되면 자칫 복지혜택의 축소로 고령 빈곤을 부추기게 될까봐 걱정도 앞선다. 정부가 노인세대의 실질적 고용 보장 방안 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오는 5월 발표를 앞두고 노인 연령 조정에 대한 공론화에 난관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02년 이후 20여 년간 줄곧 OECD의 저출산 기준 1.7명보다 낮은 초저출산 기준선인 1.3명 이하의 합계출산율을 보이며 세계 최저 출산율 국가로 남았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노동력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지만 저출생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인구 위기를 겪는 대한민국의 노인 기준 연령 조정 국면이 지속가능한 제도로 정착되는 분기점이 되길 바란다.

노인 기준 연령이 상향 조정되면 풍요로운 노후를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웃을 수 있을까.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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