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폭력 사태 가능성 키우는 삼류 정치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4.03 00:00 / 수정: 2025.04.03 00:00
4일 尹 탄핵 결정 나오면 격한 반발 시위 가능성
정치권, 일부 지지자들의 불복 시위 자제시켜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오는 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발한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오는 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반발한 폭력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헌재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 모습.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17년 3월 10일. 8년 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당시 헌법재판소 인근에 집결한 이른바 '태극기 부대'는 탄핵 무효를 외치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각목을 휘두르거나 돌을 던지며 경찰을 위협했다.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옆에 있던 한 외신 기자가 날아든 돌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사고를 목격한 경찰이 달려와 안전한 곳으로 그를 옮겼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8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탄핵소추 인용으로 윤 대통령이 파면되거나 기각이나 각하 결정으로 즉시 직무에 복귀하는 가능성은 모두 열려 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하든 극렬한 반발 시위가 불가피해 보인다.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 정국에서 진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폭력적 행위가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오는 4일 진보와 보수 지지자들이 헌재 인근으로 총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천에서 수만 명이 모인다면 각종 안전사고 발생할 수 있고 더 심각한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탄핵 정국에서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 찬반으로 갈린 민심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켜켜이 응집된 성난 민심 헌재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물러날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아직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공개 승복 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아직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의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압박하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공개 승복 선언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 화합에 힘써야 할 정치권은 막판 여론전에만 몰두하고 있다. 헌재 결정에 승복 여부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과열 양상이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공개 승복 선언을 요구하고 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승복은 윤석열이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여야가 정치적 속셈이 깔린 설전을 주고받으며 상대를 탓하고 있다. 내란을 선동하는 건지 착각이 들 정도다. 탄핵 선고 이후가 걱정될 만큼 양쪽 진영에서 불복을 시사하는 의견도 나온다.

팽팽한 입씨름도 점입가경이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의 집단 광기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등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입으로는 승복을 말하지만, 소속 의원들은 헌재 주변을 배회하며 내란을 선동하고 극우 폭동을 부추기고 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는 차기 권력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기에 정쟁은 불가피하겠지만 국민 갈등이나 분열을 부추기는 언행을 삼가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민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고 서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국민이 걱정을 덜어주기는커녕 화만 돋우니 한심할 노릇이다. 우리 사회가 극단으로 가지 않도록 여야가 책임을 다하는 걸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그저 포스트 탄핵 심판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이익만을 고려하는 삼류 정치는 어쩌면 8년 전보다 더한 듯한 느낌이다. 사실상 주사위는 던져졌다. 여야가 할 일은 일부 지지자들의 불복 시위를 자제시키는 것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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