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탄핵의 거리로 나선 여야의 대환장 파티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3.25 00:00 / 수정: 2025.03.25 00:00
길어지는 '헌재의 시간'…진영 대립 극에 달해
정치권, 국민 분열 부추기고 당리당략 매몰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일인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야 의원들이 1인 시위 자리를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서예원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일인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여야 의원들이 1인 시위 자리를 두고 언쟁을 벌이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8명의 헌재 재판관 중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이 '기각', 2명(정형식·조한창)이 '각하', 1명(정계선)이 '인용' 의견을 냈다. 이로써 한 총리는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했고, 초유의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행의 대행' 체제도 공식적으로 끝났다.

정치권은 한 총리의 탄핵 기각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탄핵안이 정략적 탄핵이라며 '9전 9패'의 줄탄핵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석고대죄하라며 책임을 돌렸다. 한 총리 탄핵 전 만났던 일부 야당 구성원 중에서도 헌재가 한 총리 탄핵을 인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점치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한방'으로 대역전을 노리는 듯하다. 민주당은 신속하게 윤 대통령을 파면하라며 헌재를 압박했다.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관의 의견이 뚜렷하게 갈린 건 께름칙한 부분이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만장일치 인용을 더 예단하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헌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진영 간 대립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헌재 앞에서 윤 대통령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중 날아든 날달걀에 얼굴을 맞았고, 이재정 의원은 한 남성으로부터 허벅지를 가격당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 지지자 두 명이 분신으로 숨졌다. 더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없게끔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한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답답하게도 정치권은 국론분열을 더 부채질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헌재와 광화문 일대에서 장외 집회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탄핵을 촉구하며 길거리로 나서고 있고, 국민의힘은 헌재 앞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극성 지지자들까지 몰려 일상의 불편을 겪는 시민의 불만과 아이의 등하굣길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헌재의 선고가 기약 없이 늦어지는 이유를 알 길이 없어 답답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루빨리 나라가 정상화되기를 바라는 국민은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4일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빗나간 지 오래다. 민망하게도 주 후반만 되면 '다음 주 중후반' 전망이 반복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4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야가 언제까지 소모적인 논쟁과 정치공세에만 치중할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론전에만 집중하며 사회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고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있으니 한심할 노릇이다. 민생을 챙겨야 할 여야가 앞다퉈 장외 집회나 릴레이 시위로 길거리를 누비면서 정치적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결국 여야가 정치권에 대한 혐오와 불신을 키우는 걸 자초하는 셈이다. 대환장 '파티(party)'다.

이런 와중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대형 산불에 소중한 산림 자원이 잿더미가 되고 있다. 산림청과 소방당국, 각 지역 공무원과 진화대가 진화에 총력을 쏟고 있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너무나 안타깝게도 산불 진화 중 희생된 인명이 4명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여아가 탄핵 공방에만 혈안일 때가 아니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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