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법원의 결정으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되자 진영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 곳곳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적 이념이 다르면 적대시하는 현상은 갈수록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할수록 사회의 분열과 갈등 양상은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항간에 떠도는 '내전 주의보' 상황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겠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을 앞두고 술렁이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상대를 향한 비난과 혐오는 위험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은 다양한데, 탄핵 찬반을 두고 좌파냐 우파냐 이분법적 논리로 편이 나뉜다. 극단적인 양극화는 우리 정치·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국론 분열의 가장 큰 책임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난데없는 계엄으로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여당은 그런 윤 대통령을 감싸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에만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연쇄 탄핵으로 국정 혼선을 부르고 무리한 의회 독주로 힘자랑을 해 온 야당도 분명 국론 분열의 책임이 있다.
민주당은 '탄핵 촉구'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일부 의원이 삭발했고, 단식 농성과 장외 투쟁으로 여론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윤 대통령이 석방되는 대형 변수가 발생하면서다. 12일부터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 행진에 나선다. 국민의힘은 단체행동엔 나서지 않지만, 개별 의원의 헌재 앞 시위에 대해선 제지하지 않기로 했다.
계엄 사태로 우리 사회는 엄청난 후폭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데, 국론 분열을 수습하기는커녕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물론 대통령 탄핵소추는 매우 중대한 정치 현안인 것은 틀림없다. 여야가 당력을 쏟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너무 탄핵에만 매몰돼 국민을 자극하는 건 아닌지 싶다.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를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은 무리일까.
그렇다. 여야의 다툼은 익숙하다. 언제부터 여야의 사이가 좋았냐고 자조적 자문을 해본다. 부부간 지지고 볶고 다투더라도 아이들 밥은 챙기는데, 정치권은 필사의 다툼에만 진심이다. 지난 10일 열렸던 3차 국정협의체는 30분 만에 빈손으로 끝났다. 국민연금개혁과 내수 진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안 등 주요 민생경제 정책에 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지금은 탄핵에만 집중할 때라고? 만약 헌재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인용한다면 곧바로 조기 대선 정국이다. 당 조직을 총동원하는 대선인데 정권 재창출과 교체론을 목 놓아 외치는 여야가 민생과 경제를 신경 쓸 수 있을까. 저마다 후보들은 경제와 서민을 살리겠다는 구호를 외쳤으나 대선 때마다 국회는 사실상 공전 상태였다. 정치권에 뭘 기대해야 할지 의문이다.
고물가에 국내 소비는 위축되고 영세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은 커지고 있다. 정말 힘들다고 토로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 상황은 암울하다. 분명 현실은 캄캄한데, 새 시대 희망의 미래로 나아가자는 식 정치권의 상투적인 말이 가슴에 와닿을 리 있나. 시계가 불투명한 건 초미세먼지 탓에 뿌연 대기뿐만이 아니다. 한국 정치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