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국회=서다빈 기자]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CGV,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준스톤 이어원' 시사회. 신선함과 불쾌함이 교차했다.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의 정치 일대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개봉을 앞둔 '준스톤 이어원'은 기대를 하게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의원의 정치 일대기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바쁜 스케줄을 소화한 이 의원이 소파에서 쪽잠을 자는 모습, 운동 가기 싫다며 앙탈(?)을 부리는 모습, 이 의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속옷을 그의 보좌진이 개는 모습이 담겼다. 인터넷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를 하는 모습과 트림 또는 코를 파는 장면까지 노출된다. 이 의원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는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영화 속 이런 장면들은 표현 방식이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이 의원의 인간적인 모습을 부각하려 했다 해도 누군가에겐 불쾌함을 줄 수 있다.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전략이라 해도 과연 이런 방식이 적절했을까. 물론 이 영화의 주된 관객이 이 의원의 지지층이라면 '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거지?" 95분의 상영 시간 내내 의문이 들었다. 정치 다큐멘터리라기보다 개인 브이로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정치인 이준석의 정치적 청사진을 기대했던 필자나 이들에게는 아쉬움이 클 것 같다.
가장 난해한 부분은 엔딩 장면이었다. 이 의원이 지향하는 정치적 행보에 대한 다짐을 기대했지만 생뚱맞게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언 영상과 포고령 전문이 등장한다.
국회 출입 통제 당시 이 의원이 경찰들을 향해 "니네 공무원 아니야. 어떤 병X한테 명령받았길래 이런 소리를 하냐. 국회의원이 국회에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한 시민이 "정의롭게 행동하세요. 영화 찍는 거 아니잖아요. 뭐하는 겁니까"라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끝난다.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내용을 되새기느라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이 영화가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의원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답은 '아니오'에 가까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한 기분이 들었고 '정치인 이준석은 이렇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장면이 전환됐다. 호흡을 이어갈 수 없어 인상적인 순간보다 불편했던 장면만이 뇌리에 남았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 의원이 순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때다. 테트리스 게임을 하는 아이를 장난스레 지켜보다, 피자를 사러 가고, 늦은 밤 직접 운전해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모습은 인간적인 따뜻함을 보여준다.
또한 이 의원이 22대 총선을 준비하는 장면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의원이 본인의 지역구 후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를 지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선거 유세 과정에서 보여준 동탄을 향한 진심과 전략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런 이 의원의 모습이 더 궁금했다.
영화에 이 의원의 정치적 방향성이나 고민을 더 구체적으로 담아냈으면 어땠을까. 이 의원이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시점에서 '정치인 이준석'의 면모를 더 강조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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