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진보? 중도? 보수? 불필요한 이념 논쟁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2.21 05:00 / 수정: 2025.02.21 05:00
이재명 "민주당, 중도·보수" 발언 파장
여야, 서로 적대시 경향…제 역할 다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발언한 이후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어이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발언한 이후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어이지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다. 원래 진보 정당이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 이후 정치권에서 이념 논쟁이 한창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에 따른 조기 대선이 거론되는 가운데 야권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 대표가 외연 확장을 노리고 던진 정략적 발언이라는 해석이 많다. 상속세 완화 카드를 꺼내는 등 중도적 정책 기조를 수용해가는 '우클릭' 행보를 보였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탄핵 정국에서 이 대표는 실용주의를 언급하며 회복과 성장에 좌표를 찍고 중도 이미지 색채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이 대표는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의 최대 쟁점인 '주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조항을 두고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가 재차 반대로 선회했다. 대선 핵심 공약인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을 포기하고 신속한 추경을 여당에 촉구했다가 민주당의 추경안에 소비 쿠폰 예산이 포함돼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가치는 서민과 중산층이다. 민주당 강령에도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고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가치를 지키면서도 보수진영이 우선시하는 '성장'의 기조를 일부 수용하는 것을 꼭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과거 여러 선거에서도 진보정당이든, 보수정당이든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하면서 무당층·중도층을 겨냥하곤 했었다. 물론 좌클릭이든 우클릭이든 다각도의 이념 노선이 비교 우위의 중도층을 확보해준다는 보장은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중도·보수를 새로운 당의 노선으로 제시한 이후 당 정체성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진짜 보수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헌우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중도·보수'를 새로운 당의 노선으로 제시한 이후 당 정체성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진짜 보수의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헌우 기자

분명한 건 이 대표의 발언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당 정체성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대표가 당 정체성을 흔들었다며 비명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민주당의 중도·보수 노선에 동의하는 이들도 많다. 당 정체성을 두고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다. 이 대표가 "극우 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라고 규정한 국민의힘이 발끈하는 것도 당연하다. 연일 이 대표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때아닌 이념 논쟁은 불필요하다. 정치적 이념의 정체성을 하나하나 따져 지지하는 정당을 둔 국민이 얼마나 될까.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보수와 진보를 나눌 정확한 기준을 내리기가 어렵다. 어떻게 나눌 건가부터가 쉽지 않다. 각기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 지향하는 사회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반 시민은 매우 드물 것이다. 정치사와 세계사, 철학, 사회학 등등 스펙트럼이 넓어서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은 양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따지고 보면 진보 성향을 '빨갱이' '친북'으로, 보수 성향을 '수구' '냉전세력' 개념으로 참칭 된다. 사회적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호한 개념으로 딱 잘라 보수와 진보를 구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로 이해하지 않으면 갈등의 골만 깊어질 뿐인데, 오히려 정치권이 국민 갈등을 키우는 모습이다. 매번 갈라치기다. 추구하는 가치와 정치적 이념의 차이로 정책의 방향성이 다를 수 있는데도 여야는 상대를 적대시한다. 이런 정치 풍토가 너무 깊게 뿌리박혀 있다. 우향우든, 좌향좌든 여야는 해야 할 일만 제대로 하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국민이 지지해 줄 것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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