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 관세전쟁, "첫 고지서가 도착했습니다" [김원장의 경제학전]
  • 김원장 언론인
  • 입력: 2025.02.18 13:40 / 수정: 2025.02.18 13:4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왼쪽)와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왼쪽)와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더팩트 | 김원장 칼럼니스트] 미국과 캐나다는 아이스하키 리그도 하나다. 며칠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프로아이스하키 리그(NHL) 경기. 디트로이트 레드윙스를 위한 미 국가가 연주되자 밴쿠버 캐너키스 팬들의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다. 캐나다인들은 화가 많이 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5%의 보복관세를 발표했다. ‘캘리포니아 와인’에서 ‘할리 데이비슨’까지 ‘Made In USA’ 제품에 관세를 잔뜩 매긴다고 했다. 온타리오 주지사는 (미운)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타링크 계약을 취소하겠다고 했다. 뉴스에 나온 한 여성은 플로리다에 있는 집을 팔아버릴 것이라고 했다(‘스노우 버드’라 불리는 수많은 캐나다인들이 추운 겨울을 미국 남부에서 보낸다).

미국과 가장 교역을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캐나다’다. 가장 가까운 이웃의 마음을 잃는다. 미국의 경제 매체들은 ‘관세가 다시 화살이 돼 미국을 겨냥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월스트리저널은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The Dumbest Trade War in History)’이라는 칼럼을 실었다. 관세 부과는 일단 한 달 미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짜 관세를 부과할까?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중국 등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 정부는 연간 700억 달러 정도의 재정수입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돈으로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채울 계획이다. 진짜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인들은 멕시코 티후아나 삼성전자 공장에서 생산된 1천 달러짜리 TV를 1250달러에 구입해야 한다. 250달러는 누구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인가.

미국인들이 먹는 농산물의 44%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온다.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60.3%가 캐나다에서 온다. 관세가 부과되면 곧바로 가격이 오른다. 멕시코산 승용차는 평균 3000달러(430만원) 정도 오른다. 미국인들은 소비자 물가가 뛰는데,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던 불법 이민자들이 줄어든다고 행복할까?

트럼프대통령은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단 무섭게 승부수를 던진 다음에 협상을 한다. 그것이 이른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다. 중국도 그럴줄 알았다.

그런데 중국은 곧바로 보복 조치를 내놨다. 이미 지난 10일부터 미국의 석탄과 LNG에 15%, 미국산 농기계나 트럭에는 1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 소매업체 PVH(캘빈클라인과 토미 힐피거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의 불공정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구글의 반독점 의혹도 다시 꺼내들었다(중국은 유튜브도 구글도, 당연히 앱스토어도 막아놨는데 무슨 조사를 할까? 샤오미나 비보(VIV0) 휴대폰에 들어가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체제의 독점 여부를 따질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200억 달러 정도의 제품이 영향을 받는다. 전체 대중 수출의 12% 수준이다(미 캐피털 이코노믹스 분석).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미국으로 가는 중국산 제품의 평균 관세율은 20.2%였다. 여기에 트럼프대통령이 10%를 더했으니 30%가 넘었다. 두나라 모두 아직 칼집에서 칼을 절반도 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확한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취임식날 캐나다가 미국에 연간 2000 억 달러를 벌어간다고 했는데, 미 상무부는 정확히 406억 달러라고 바로잡았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직관적이고 알기 쉬운 수치로 설명했다. 6년 전 아베 전 일본 총리는 미국에 새로 들어선 일본 공장들을 지도에 직접 표시해 보여줬다. 무엇을 줄 수 있는지 한 줄로 정리해 보여줘야 한다.

캐나다 중국 멕시코는 미국의 3대 교역국이다. 이들에 대한 1차 고지서 발송이 끝났다. 한국은 지난해 미국에서 7번째로 돈을 많이 벌어간 나라다(무역협회 1~9월 누계). 고지서가 줄줄이 날아올 것이다.

철강에 대한 고지서는 이미 도착했다. 우리는 (가격 기준)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했다. 무역 대국 한국에 ‘관세’는 매우 불편한 단어다. 우리는 잘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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