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與, 노골적인 '헌재 흔들기'
  • 신진환 기자
  • 입력: 2025.02.18 00:00 / 수정: 2025.02.18 00:00
권영세 "헌재 바로 세우려 지적하는 것"
당 일각에서도 '태도 변화' 목소리 나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가운데)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최소한 방어권 보장 촉구 및 불공정성 규탄과 관련해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을 면담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헌재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마지막 10차 변론기일을 연기해달라는 윤 대통령 변호인단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분명한 건 탄핵 심판 열차가 거의 종착역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3월 중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고일이 다가올수록 헌재를 향한 시선은 쏠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은 헌재를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주로 헌재 심리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17일 여당 의원 36명이 헌재에 항의 방문한 이유도 공정한 심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여당은 탄핵 심판 과정에서 증인신문 엄격 제한, 졸속 심리, 피청구인 측 증거·증인 무더기 기각에 따른 방어권 제한 등을 지적하며 헌재의 불공정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정족수 권한쟁의 심판 사건 우선 처리도 촉구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헌재의 탄핵 심판이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40%를 넘어서 과반에 육박하고 있다. 탄핵 심판 판결이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더 큰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공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흔들리는 헌재를 바로 세우려 지적하는 것"이라며 헌재 '흔들기' 비판론에 선을 긋기도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이 공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윤석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권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헌재의 탄핵 심판이 공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윤석 기자

정작 최근 마주한 보좌진 등 여당 구성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너무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라는 일맥상통한 말이었다. 사실상 여야 잠룡들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처럼, 당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연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보수와 진보가 극명하게 나뉜 상황에서 중도층을 포섭하는 행보가 정권 유지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즉, 태도 변화를 바라는 것이다.

심지어 헌재가 탄핵소추를 기각하고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한다면 또다시 비상계엄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발언자가 웃으며 농담처럼 던진 말이기는 하지만 주변에서 이와 비슷하게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러한 사견은 헌재의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견일 뿐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당내에서 헌재를 향한 공세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는지 곰곰이 짚어 볼 필요가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로 지난 12~13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봐보자. '정권 연장' 의견은 지난주보다 0.7%포인트 떨어진 44.5%였고, '정권 교체' 의견은 2.3%포인트 오른 51.5%로 나타났다. 격차가 7%포인트로 벌어지며 4주 만에 오차범위 밖 차이를 보였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전주대비 1.4%포인트 하락한 41.4%, 민주당은 2.3% 상승한 43.1%로 조사됐다(무선 100%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7.2%.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국민의힘은 하루가 멀다고 헌재에 날을 세우고 있다. 너무 노골적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국민의힘의 주장과 달리 많은 이들이 헌재를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관을 겁박하는 행위로 보이는 셈이다. 극우 세력도 오로지 헌법과 법률을 기준으로 탄핵 심리를 독립적으로 하는 헌재로 모여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여당이 사법부 불신을 조장하고 극우 세력을 자극하는 것으로도 비친다. 헌재는 헌법수호의 최종 보루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여당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전혀 없을지 의문이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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