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수조 칼럼니스트] "요즘 개혁신당 뉴스 보면 참 씁쓸해지더라. 이준석과 허은아, 결국 갈라서네. 정치에서는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 수 있다 하더니. 정말 그런가봐."
"‘적의 적은 동지다’는 말은 못 들어봤어? 정말 사람과의 역학관계, 정치권에서의 역학관계에 의해서 적이었다 동지였다 하지. ‘정치는 생물이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데, 정말 이 정치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거기에 맞춰 정치 구조도 이합집산되고 그 아래 있는 사람들도 사분오열되지."
"그래도 개혁신당은 좀 다를 줄 알았어. ‘천아용인’이라고 해서 네 사람이 똘똘 뭉쳐서 개혁전선을 이루는 게 보기도 좋았고. 이준석이 국민의힘에서 나오면서 힘든 상황 속에서 함께 힘을 모아서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여당과 싸우는 모습이 의리 있어 보였거든. 그런데 지금 보니 그때의 ‘천아용인’은 온데간데 없고 대통령 욕심내는 이준석과 당권 욕심에 눈먼 사람들만 있네."
"그래서 개혁신당에 ‘개혁’을 떼라는 말도 하지. 당 이름이야 뭐 국민의힘에 ‘국민’이 없고 민주당에 ‘민주’가 없다는 우스갯소리들을 하지만, 개혁신당 역시 결국 당 이름의 올가미에 걸렸네. 이준석은 개혁은 본인의 트레이드마크라 생각하지. 그래서 이 당이 사당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고. 허은아는 이준석을 향해 ‘신당이 개인 정치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겠지. 하지만 누가 봐도 개혁신당의 창당은 이준석의 개인 정치적 도구로 탄생한 거였지. 그걸 몰랐다는 게 지금 오히려 아이러니 할 지경이야."
"그런데 또 허은아 쪽에서도 문제가 있었단 여담도 있는 것 같아. 허 의원이 당내에서 일부 그룹과 가까워지면서, 이준석과의 소통이 더 단절됐다는 말도 있고. 당내 인사나 비서진들의 문제에 있어서 독단적이었다는 이야기도 돌더라고"
"결국 정치라는 것이 ‘무리’의 일이다 보니 누구 누구와 함께 무리를 짓느냐. 즉 내편 네편의 문제가 발생 할 수밖에 없고. 누구를 더 권력에 가까이 두느냐 하는 인사의 문제 등에서 조금이라도 리더들의 생각이 달라지면 같이 가기 힘들어지게 되지. 또한 정치가 자신의 비전을 관철시키기 위해 추진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독단적인 부분이 드러나기 마련이고, 이런 줄타기의 미학이라 할까? 이런 가운데 내 것을 내어주고 또 상대의 것을 받기도 하는 그런 유연함이 필요한데. 사실 이러한 유연함이 지금 정치권에서는 많이 실종된 것 같아. 단 한 톨이라도 뺏기지 않으려 하고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심해. 그러다보니 더더욱 의견 충돌이 생기고 누구보다 가까웠던 사이가 누구보다 원수지간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
"국민 입장에서는 가장 가까운 사이도 갈라서고 서로 못 믿게 되는데 우리가 어떻게 믿겠냐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 결국은 신뢰의 문제인데, 신당이든 기존 정당이든 내부 신뢰를 쌓지 못하면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없는 거지."
"당내 균열은 정말 신당이든 기존 정당이든 안타깝지만 한국 정당사에서 늘 ‘계파’라는 이름으로 존재해왔지. 하다 못해 이번 국민의힘에서는 대통령과 한동훈 당대표의 균열이 있었고, 민주당에서는 이재명이라는 당수가 이낙연 등 다른 계파를 완전히 숙청하면서 사당화 되어버렸지. 새롭게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생겨난 젊은 정당도 또 똑같이 계파 갈등과 내부 인사문제로 갈라지는 걸 보면서 국민들은 정말 정치인들은 본인 하나밖에 모르는구나. 서로 협력을 할 줄을 모르는구나. 생각하실거야."
"정치에 동지는 사라지고 적대적 공생 관계만 남았네. 서로 적대하면서 그 관계로 이익을 보는 구조. 서로의 반사이익을 먹고 사는 갈등 증폭의 정치만 남았어. 정치인 입장에서는 갈등이 이익이 되는 걸까. 갈등을 부추겨 자기 세력을 결집하고, 지지자들의 충성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기점 삼아 심드렁하던 민주당 야외투쟁이 갑자기 불붙어 야광봉 파티가 되고, 오히려 보수 우파가 결집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는 현상. 정말 씁쓸하다. "
"마키아벨리는 ‘모든 무기를 가진 자가 무기 없는 자에게 지배를 받는 일은 결코 없다’고 했었지. 권력의 본질은 냉혹한 현실이고, 갈등과 투쟁의 결과물이 바로 권력이라는 거야. 무기 없이는 평화도 없듯 싸워 이겨내야 쟁취하지만. 무엇을 위해 싸우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겠지. 그것이 누군가의 대권 욕심이거나 개인의 정치적 영달을 위한 전략적 투쟁이라면. 더이상 국민이 그 싸움에 함께 하지 않고 이용당하지 않겠지. 정치는 명분을 잃으면 다 잃는거라 생각해. 어제의 동지를 오늘의 적으로 만든 진짜 이유는 과연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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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