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찬성' 김상욱 탈당 권유 논란
국회법·당헌상 '양심에 따라 투표' 가능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소장파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해 논란이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탈당 권유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진환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찬성 148명, 반대 128명, 무효 5명.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2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이완구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무기명 표결 결과다. 재적의원 295명 가운데 281명이 투표했다. 불참한 정의당을 제외하고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155명,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124명에 여당 출신 무소속 의원 2명이 표결에 참여했다.
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가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의결 정족수는 찬성 141명 이상. 인준안은 가까스로 7표를 더 얻어 통과됐다. 여당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도덕성에 흠결이 있다며 반대하는 야당을 물리치고 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했는데 인준안이 부결됐다면 낭패였기 때문이다. 앞서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었다.
그런데 여당에서도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여겨졌다. 야당이 모두 반대표를 던졌다면, 여당에서 7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여당은 목적을 이뤘더라도 찜찜하지 않았을까. 총리 인준을 반대하는 이들은 야당과 다를 게 없어서다. 표결 이후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자유투표에 맡겼는데 일부 극소수 이탈표가 있는 것은 당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10년이 지난 현재 여당 안에서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소장파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당 안팎에서 논란이다. 김 의원은 지난 8일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재의 표결에서 반대 당론을 따르지 않고 찬성표를 행사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국회법과 국민의힘 당헌에도 의원은 양심에 따라 자유 투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때문에 김 의원의 행위가 법률과 당헌을 부정한 것인지 의문이다. 당 일각에서도 권 원내대표의 탈당 권유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선 중진 조경태 의원은 9일 SBS라디오에서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면서 "(원내대표) 권한을 벗어난 과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일 본회의에 상정된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재의 표결에서 찬성표를 행사한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해 논란이 되고 있다. 당 일각에서도 부적절하다며 지적이 나온다. /배정한 기자 |
5선 원내사령탑이 대놓고 탈당을 고민해 보라고 압박한다면 주눅이 들 만도 한데 이날 마주한 김 의원은 의연하게 속내를 밝혔다. "당내 소장파들이 많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단결과 단결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득된 단결, 방향성이 옳음을 추구하는 단결이 더 중요하고 생각한다. 히틀러가 나치 독일을 하나로 단결시킨 게 바른 방향이라고 할 수 없지 않나"라고.
12·3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충격적이고 참담한 사태다. 민주주의 퇴보와 국정 혼란, 민생 악화 등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헌법적 계엄 사태의 정점인 윤석열 대통령은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을뿐더러 법원에서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 사회적 분열이 심각한 상황에서 여당은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옹호에 힘을 쏟고 있다.
민감한 내란·탄핵 정국에서 김 의원이 당론과 반대로 움직이고 있으니 국민의힘 지도부로서는 '눈엣가시'일 것이다. 그러나 이견이 있는 당론을 강제할 수는 없다. 다른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는 반민주적이며 완전한 전체 뜻으로 보기도 어렵다. 당론을 거슬렀다는 이유로 탈당을 권유한 부분은 의원을 독립적인 헌법기관으로써 존중했다기보다 당 구성원으로 여기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 6월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이었던 공수처설치법에 대해 당론을 수용하지 않고 기권표를 던졌던 금태섭 전 의원을 징계했다. 이와 관련한 당시 국민의힘 논평 중 일부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따르라는 생각 아래,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거니와 국민마저 일렬로 세우고, 자신들의 생각에 동조해야 한다는 오만과 독선. 개인의 자유를 위협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회주의식 재판과 다를 바가 없는 그들만의 행태다."
여당은 그때의 상대 당과 크게 다른가? 과연 보수당은 건강한가? 자문해 보기를 바란다. "상대가 잘못되기를 기다려서 반사적 이익으로 이득을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치를 추구해서, 잘해서 국민께서 우리를 믿고 박수를 쳐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보수의 품격이다." 탈당을 거부한 김 의원이 백브리핑에서 했던 말이 깊이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