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조의 '여담'] "재난 현장의 정치인, 왜 보기 불편할까"
입력: 2025.01.02 00:00 / 수정: 2025.01.02 10:07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틀째인 구랍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에 애도의 편지와 함께 국화꽃이 놓여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틀째인 구랍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에 애도의 편지와 함께 국화꽃이 놓여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더팩트 | 손수조 칼럼니스트] "이번 항공기 참사로 정말 온 국민이 울고 있어. 너무 안타까워. 우리 가족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잖아. 너무 끔찍하고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맞아. 사고가 난 다음날 동일 항공사 기종이 랜딩 기어 결함으로 다시 회황하는 일도 있었잖아. 항공기 전수조사, 활주로 점검 등 국토부가 전반적으로 다 점검하고 개선할 부분들 개선해야지."

"그런데 그 현장에 정치인들이 꼭 가야해? 가서 손 잡고 울고 하는 거 다 쇼 아니야? 그 눈물도 난 '악어의 눈물' 같아."

"정치인들 재해현장 가는 거 많은 국민이 싫어하지. 가서 사진만 찍고 가는 일부 몰염치한 정치인들이 있다 보니 미운털이 박힌 게 사실이야. 정치인들도 알아. 본인들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민을 대표하는 책임 있는 위치의 정치인들이 국가적 재해현장에 안 갈 수는 없지. 가서 직접 현장을 보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할 일도 있고, 또 무엇보다 그 사고로 피해를 입은 이들과 함께 하고 그 비통함을 같이 느끼고 공감하는 일도 정치인들의 일이지. 최근에는 정치인들이 우루루 가서 사진 찍고 인증샷 올리고 하는 그런 일들은 내부에서도 많이 단속을 하는 것 같더라고."

"지난 이태원 참사 때도 앰뷸런스 타고 온 정치인 있었잖아? 수해현장에서 ‘사진 잘 나오게 비 좀 더 왔으면 좋겠다’ 고 말한 정치인도 있었고. 도대체 어떤 생각이면 그런 행동들을 할 수 있는 거야? 이들이 그 피해자들과 함께 울어줄 수 있다고 난 생각하지 않아. 차라리 안 오는 게 도와주는거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생 이틀째인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을 방문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무안=장윤석 기자

"그러게. 지금도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다 보니 국민 혐오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지. 하지만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무엇이 가장 시급한 일인지, 제도적 행정적으로 뒷받침할 일은 없는지를 살피는 것도 필요해. 코로나 팬더믹 때 격리 지역에 들어가 의료봉사 한 정치인. 수해 때 피해 지역 주민들과 몇 날 며칠을 뻘에서 구르며 지역 청소를 도맡아 한 정치인들도 있어. 모든 일을 제쳐두고 봉사만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사진만 찍고 가버리지는 않아야겠지. 결국 전정성의 문제인 것 같아. 피해 주민들이 봤을 때 언론 보도용으로 온 것인지, 진정으로 우리를 위해 와 준것인지 느껴지겠지?"

"언론의 지나친 취재 경쟁도 문제야. 피해자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개별 인터뷰나 사진촬영은 안 했으면 좋겠어. 침통한 그 와중에 ‘어떻게 생각하냐’ ‘어떤 사연이 있냐’ 물어보면 얼마나 힘들겠어. 그리고 그 침통한 모습과 이야기가 여과 없이 대중에게 공개되면 얼마나 속상할까."

"이번 항공기 사고에서도 유가족 대표가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 개별 인터뷰하지 말아달라고. 본인의 이야기가 언론에 나간 걸 알고 엄청 격분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금도 언론사별로 피해 가족 사연에 대한 보도는 경쟁적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고, 조금 더 자극적이고 조회 수를 올릴 수 있는 내용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지. 재해 보도에 대한 언론의 지침이 좀 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아."

"책임있는 정치인들과 언론인이 진짜 해야 할 일은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유가족들을 위한 지원 방안 등이지. 이번 항공기 사고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나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분석들이 필요하겟어. 지금 나오는 보도들로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가 없어."

"버드 스트라이크가 있었다고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없고. 이중 삼중 장치가 되어 있는 랜딩 기어는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그렇다면 동체의 다른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무안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왜 이렇게 짧은지. 그 활주로 끝에 구조물은 왜 콘크리트 둔덕으로 돌출형인지. 정말 낱낱이 밝혀져야지. 그렇게 피해 유가족의 물음에 답을 주는 일이 정치권이 할 일이지. 그리고 이러한 비슷한 상황에 놓인 공항이나 항공기를 전수조사 하고 개선 할 부분을 빨리 개선해 내는 일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할 일인거지."

"사뭇 우리 국민이 이렇게 아프고 비통한 일을 겪었을 때 손잡고 함께 진정한 눈물을 흘려줄 큰 정치인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 같아 슬프다. 온통 꼴 보기 싫은 정치인만 있고, 정말 존경스럽고 마음이 따듯한 그런 정치인을 우리는 갖지 못한 것 같아."

"서로 악마화 하는 일이 다반사인 이 정치 시스템 안에서 아무리 따듯한 사람도 냉혈한이 되고야 마는 것 같아. 정치를 시작할 때 마음은 다 소외되고 힘없는 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함께 내어주기 위해 시작했을 텐데,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아남는 승자 독식의 구조 속에서 어쩌면 괴물이 되어가지 않았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권력에 아부하고 시류에 잘 편승하는 자들만 정치 입문이 가능해진 것일까. 국가 재해라는 국민적 아픔의 현장에 환영받지 못하는 정치인이라니. 국민의 손을 잡아 줄 수 없는 정치인은 정치할 자격을 잃은 게 아닐까?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가 가장 안 되는 분야가 정치권인 것 같아 씁쓸하네."

sonsujo@naver.com

※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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