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 해 내내 개인투자자들을 괴롭혀 왔던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법안이 12월 10일 드디어 통과되고 가상 자산 2년 유예법안도 같이 국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과세가 이뤄질 수 있는 법안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뉴시스 |
[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2024년 한 해 내내 개인투자자들을 괴롭혀 왔던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법안이 12월 10일 드디어 통과되었다. 같은 날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법안도 같이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제 두 과제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 관련하여 국회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부터 당장 금융투자소득과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하여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과세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과세의 토대를 바로 세우고 제대로 된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법안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인정하시겠지만, 필자는 2024년 내내 현행 금투세 법안 폐지에 앞장섰었고, 금투세 폐지가 된 데에는 필자의 공 또한 적지 않았다. '더팩트'를 통해 현행 금투세 법안이 어떤 문제점이 있고 지금 당장은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였고, 이것이 여론을 움직여서 결국 여야 합의를 이끌어 낸 데에 한 몫 했음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금투세 폐지론자가 아니다. 가상자산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물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필자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대원칙에 누구보다도 찬성하는 입장이며, 따라서 금융투자소득과 가상자산 투자소득에도 당연히 세금이 과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과세를 실시할 기반 여건이 조성되지 아니하였고, 올해 통과될 예정이었던 법안은 디테일이 너무나 엉망이라 원래의 목적은 전혀 달성이 불가능하고 오히려 엄청난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 분명한 '악법'이라 앞장서서 폐지를 주장하였을 뿐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그러면서도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금투세와 가상자산 과세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것은 정부, 국회, 전문가 집단, 학계, 업계와 개인투자자 등이 자주 모여서 토론하고 연구하고 중지를 모아서 '디테일이 살아 있는'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이와 관련하여 많은 생각들을 갖고 있으나 이는 나중에 천천히 밝히기로 하겠다. 오늘은 과세를 실시할 수 있는 기반 여건 조성에 관련된 얘기만 먼저 해 보고자 한다.
우선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서 과세하기 위한 선결 과제는 현행 원천징수 체계를 신고과세 체계로 바꾸는 것이다. 개인의 소득에 대한 과세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자신이 1년 동안 벌어들인 각종 소득을 모두 모아서 스스로 세무당국에 신고하고 자진납세하는 신고과세 체계가 있고, 개인들이 소득을 거둘 때 마다 이를 지급하는 법인 등이 미리 세금 부분을 떼 놓았다가 대신 납부하는 원천징수 체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이 두 가지 중 원천징수 체계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이는 후진적인 과세체계라 할 수 있고, 금투세 도입 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이 금투세라는 선진적 과세 방법을 후진적인 원천징수 체계 하에서 무리하게 도입하다 보니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대만, 태국, 우리나라 등 원천징수 체계의 나라는 주식 투자 관련 세금으로 거래세를 내고 미국, 일본, 독일 등 신고납세 체계의 나라는 금융투자 소득세를 낸다. 금투세가 거래세보다 선진적인 과세 체계인 것은 분명하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대원칙에도 부합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금투세 체계로 가야 하는 것은 분명하고, 이를 위해선 현행 원천징수 체계를 신고납세 체계로 바꾸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과세당국의 노력, 학계와 전문가 집단의 활발한 논의가 지금 바로 필요하다.
금투세 폐지와 함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2년간 유예되었다. 2년 뒤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2018년 초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하였고,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우후죽순격으로 수 많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세워졌고, 많은 국민들이 가상자산 투자열풍에 동참하였으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증시에 비견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2018년 초 당시 가상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관련하여 국내에서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당시 유시민 전 장관은 "가상자산은 튤립 버블보다도 못한 사기다" 라고 적대감을 드러내었고,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한다. 거래소 폐쇄도 목표로 한다"고 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도 있다. 이런 기조는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져 2021년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잘못됐다고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 라며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에 반대하였다.
그 결과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법규는 여전히 미비하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이 가상자산을 인정하고 제도권 내로 편입하여 '보호와 규율'하에 두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이전 10여년의 '가상자산 무법지대'가 겨우 끝나고 이제야 가상자산 제도화의 첫 발을 디딘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25년부터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해 과세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미국의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가상자산 비축'을 약속하였다. 명실상부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상을 공식적으로 부여하고자 한 것이다. 우리는 겨우 제도화의 첫 발을 뗐을 뿐 아직도 가상자산의 명확한 법률적 지위, 가상자산 투자자에 대한 보호,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규율과 지원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부터 국회가 서두르지 않으면 지금처럼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과세를 또 유예해야만 하는 상황에 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금투세는 폐지 되었고, 가상자산 과세는 2년간 유예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임을 국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고, 관련 논의를 서둘러 시작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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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