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맨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뉴시스(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 | 이은영 칼럼니스트] 대통령실 의전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제로 콜라를 놓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 대통령비서실장이 함께 만난 ‘면담’ 사진은 옹색하고 치졸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프로에 출연해 "두 사람이 만난 ‘일자 테이블’ 사진은 일본에서 잘 하는 의전 방식"이라고 지적하면서 최소한의 예의와 배려가 의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면담 이후, 각자 나온 메시지는 한층 더 험악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이 면담 메시지를 ‘각색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대통령실 역시 ‘각색 발언’은 ‘침뱉는 행위’라며 압박했다. 두 사람의 갈등 양상에 대해 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대통령 탈당’과 ‘한 대표 사퇴’ 목소리가 혼재되어 나타나고 있다.
보수의 분열로 요약되는 ‘윤-한 갈등’의 시작은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시작되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선을 막기 위해 영부인과 여당 비대위원장의 문자가 공개되는 초유의 사태가 이어졌지만 한 대표는 62.84%의 압도적 지지로 당 대표에 당선되었다.
한 대표를 선택한 국민의힘 당원들은 국정운영 쇄신과 김 여사 활동 자제를 경고했지만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명태균 씨의 여론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여사가 국정 운영 전반에 손을 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고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치에서 맴돌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김 여사가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에 ‘동의’ 73%로 ‘동의하지 않는다’ 20%로 공감하는 의견이 약 3배 가량 더 높았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에서도 ‘동의’ 61%, ‘비동의’ 29%로 ‘동의’ 의견이 2배 가량 높았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동의’ 57%, ‘비동의’ 36%, 연령별로는 70세 이상에서 ‘동의’ 58%, ‘비동의’ 30%로 나타나 코어 지지층에서 김여사 활동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해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면담 때 한 대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여사 대외 활동 자제. 특별감찰관 도입 등 3가지 요구 사항을 건의했지만 대통령실은 2부속실 설치로 갈음하고자 했다.
현재 쟁점은 한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신경전을 벌이는 특별감찰관 도입인데, 민주당은 이 정도의 ‘적당한 조치’로는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며 한 대표가 특검을 결심할 것을 촉구하고 있어 여야가 각기 다른 접점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면담 후 부산 범어사를 방문해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밝혀 김 여사 관련 건의는 수용할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도 다소 약해진 심상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돌을 맞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김여사 특검법에 대한 ‘무한 거부권’ 행사 의지 표명 또는 국민들로부터 탄핵이 일어날 경우 ‘노무현 사례(헌재 판단 후 복귀)’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한 대표는 당 내부의 세력이 약하기 때문에 여론을 등에 업고 현 상황을 타개해 나가려고 방향을 잡은 것 같다. 한 대표 역시 성과를 내지 않으면 당내 다수파인 ‘친윤’세력으로부터 역공을 당할 수 있는데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을 지렛대 삼아 존재감을 과시할 필요가 있으며 보다 명확하고 확실한 행동력을 보여야 한다. 움직여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 언제든지 내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안>이 지난 22일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전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윤-한 갈등 책임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 38.1%, ‘김 여사’ 37.7%로 ‘윤 대통령 부부’란 의견이 75.8%나 되었다. ‘한 대표’는 9.5%, ‘잘 모름’ 14.6%였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윤 대통령’ 33.7%, ‘김 여사’ 27.9%로 ‘윤 대통령 부부’란 의견이 61.6%였다. ‘한 대표’란 응답은 17.1%여서 현재 여론은 한 대표 손을 들어주고 있다.(무선 100% RDD 방식 ARS조사로 응답률 2.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결국 막혀있는 국정을 풀 해법은 윤 대통령의 결단력이 가장 중요한 변수고 그 다음은 김 여사가 특검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국민의 눈높이에서 움직여야 한다. 두 사람이 길을 열지 않고 ‘버티기’로 뭉갠다면 다음 수순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 부부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매듭을 짓지 않고 벌려놓은 일들이 이제는 한 덩어리가 되어 윤 대통령 부부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leyug2020@naver.com
※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