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제20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추석 물가와 노후 건물 및 전기차 화재 대책, 의료 공백 사태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건이 있었다. 주차해 둔 차량 140여대가 피해를 입었고 주민 40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많은 피해가 있었다. 문제는 초기 보도가 해당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사, 그리고 스프링클러 미작동 등의 명백한 원인을 내버려 두고, 마치 '전기차=폭탄'인 것처럼 공포를 조장하는 형태로 이뤄지면서 '전기차 포비아 현상'을 불러 왔다는 것이다.
공포는 돈이 된다. 사람은 이성적이기보단 감정적인 동물이고, 공포는 가장 강력한 감정이라 공포를 확대 조장하는 보도는 언제나 높은 관심이 보장되어 있고, 이는 언론사 입장에서 돈으로 직결된다. 초기 특정 소수 언론사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 전기차 화재'가 아니라 '전기차 화재'로 명명한 것은 중국 배터리 업체를 보호하려 한 명백한 방향성이 있었고, 이후 이런 보도 방향이 급속히 확산된 것은 그저 잘 팔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배터리와 관련해 전혀 전문성이 없는 XX 자동차학과 교수라든지 XX 전기차 협회장 이라든지 하는 사이비 전문가들이 공포를 더 자극하고, 서울시 오세훈 시장이 정치적 인기를 얻기 위한 정책을 섣불리 내놓으면서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한층 더 강화된 것이다.
청라 전기차 화재 사건에서 과학적 팩트는 세 가지이다. 첫째, 전기차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전기차와 배터리의 품질 불량이 문제다. 화재 안정성 관련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10위 업체 파라시스사의 배터리와 벤츠의 BMS(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품질 결함이 화재 발생의 원인으로 판단된다.
2016년 삼성 갤럭시 노트 7의 화재 사고 당시 그 책임은 갤럭시 노트 7에 있었지 스마트폰 전체의 문제로 비화되지 않았었다. 이런 차원에서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려는 정책 방향은 옳은 것이다.
둘째, 전기차의 화재 발생 확률은 내연기관차에 비해서도 낮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1만대 당 화재 발생 건수가 내연기관차가 1.9대 인데 비해 전기차는 1.3대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전기차 화재 발생 원인을 보더라도 충돌 등 외부 충격에 따른 화재, 충전 중 충전기 불량 등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등이 압도적으로 많고 배터리 자체의 문제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전기차는 움직이는 폭탄이다'라는 식의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공포 조장을 당장 멈춰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청라 화재 사건 당시 피해의 규모가 컸던 이유는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니라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훨씬 더 결정적이었다. 2011년 9월 천안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670여대의 차량이 전소되는 등 큰 피해가 있었다. 당시 처음 불이 붙은 차량은 전기차가 아니라 내연기관차 였으며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았다.
올해 7월 인천 옥련동 지하주차장에서도 화재 발생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불은 1시간 반 만에 진화되었고 피해는 주위의 차량 몇 대에 그쳤다.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전기차였고,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된 것이 화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며칠 전 부천 한 호텔의 화재로 아까운 인명이 희생된 것 또한 전기차가 문제가 아니라 스프링클러가 아예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전기차 포비아' 따위의 과장된 공포에 근거하여 대책이 마련되면, 전기차는 지하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하게 하고 전기차 충전율은 90% 이하로 제한하여야 하고 등의 전혀 실효성도 없으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낳는 정책이 마련되게 된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대책이 마련되면 배터리 관련 정보를 충분히 소비자에게 알려 주고, 스프링클러 등 밀폐된 밀집 공간의 화재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 진다. 다행히도 우리 사회가 이성을 되찾아 과학에 근거한 쪽으로 정책 방향이 결정되고 있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략 1년여 전에 일본이 후쿠시마 핵 오염 처리수 방류를 시작했다. 당시에도 과학적 판단은 명확한 것이었다. 후쿠시마는 한국 쪽 바다가 아니라 거대한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 캘리포니아와 면한 쪽의 바다에 위치해 있다. 해양 오염과 관련한 과학은 조류와 확산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핵심으로 후쿠시마 앞바다에 폐기된 핵 오염 처리수는 해류의 흐름을 타고 캐나다와 미국 서부 해안으로 도달되고, 방류 후 3Km 지점이 지나면 확산에 의해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IAEA 라는 권위 있는 기구에서 발표된 과학적 사실로써 여와 야, 진보와 보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성질의 얘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한국의 야당과 이들과 결탁한 중국 정부, 그리고 부끄러운 한국 언론들은 이런 과학 따위는 죄다 무시하고 공포를 조장하여 장사를 하는 짓에 몰두하였고, 그 결과 당연히 과학적으로 검출될 확률이 0인 방사능 위험을 탐지한답시고 무려 1조 6천억 원의 국민 혈세를 허공에 날려 버리고 말았다. 이 막대한 돈을 비과학적 공포 조장을 통해 낭비해 버리게 한 야당과 언론 등은 반성하고 사과하기는커녕 지금은 영향이 없지만 해류를 따라 캘리포니아 앞바다로 간 오염 물질이 5~6년 지나 동해에 도달하여 환경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따위의 멍청한 소리를 진지하게 하고 있다.
그 얘기는 1년 전 IAEA의 과학에 근거한 보고서에도 그대로 나와 있는 사실이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바닷물은 해류를 따라 캘리포니아 앞 바다 까지 갔다가 다시 후쿠시마로 돌아 오고 이 중 일부가 우리나라 바다에도 도달하게 되는데 그 기간은 최소 3~4년 이라고. 민주당의 말대로라면 방사능 검사를 했더라도 작년이 아니라 5~6년 뒤에나 시작했어야 이치에 맞는 것이었을텐데 작년 민주당은 그렇게 말하였는가? 괜한 공포를 조장하여 우리 어업인들과 해산물 관련 상인분들의 생계를 극도로 위협하지 않았는가? 1조 6천억원의 혈세 낭비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작년 후쿠시마 핵 오염 처리수 방류 관련 과학이 작동하여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나라가 있고, 반면에 극렬한 반응이 있었던 나라가 있다. 전자는 훨씬 더 빨리 후쿠시마 핵 오염 처리수가 도달하는 캐나다와 미국이고, 후자는 도달하려면 최소 4~5년이 걸리는 중국과 홍콩, 그리고 부끄럽게도 대한민국이었다. 과학을 존중하는 정치를 하는 전자의 나라들은 죄다 선진국이고, 과학 따위 무시하고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의도된 공포 조장이 이뤄지는 후자의 나라들은 선진국 반열에 속하지 않는 것이 과연 우연일까?
절대 그렇지 않음을 우리 국민 모두가 깨닫고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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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