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민주당, 당심(黨心)보다 민심(民心)을 봐야하는 이유
입력: 2021.04.14 13:30 / 수정: 2021.04.14 15:03
1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재선 의원들이 각각 모여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쇄신 방안 모색을 위해 모임을 갖고 있다. 위 사진은 초선 의원 모임, 아래 사진은 재선 의원 모임 장면./남윤호 기자
1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의 초선, 재선 의원들이 각각 모여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따른 쇄신 방안 모색을 위해 모임을 갖고 있다. 위 사진은 초선 의원 모임, 아래 사진은 재선 의원 모임 장면./남윤호 기자

4·7 재·보궐선거 야당 승리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자성 필요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모두 일반시민 100% 여론조사로 치렀다. 본선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여당후보를 누르고 싹쓸이를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를 보면 당내 본 경선 후보를 추려내기 위해 시민 80% 당원 20%로 치른 예비경선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2위를 했다. 하지만 시민 여론조사 100%로 진행된 본 경선 결과는 달랐다.

여성 후보 가산점 10%를 받은 나 전의원에게 5%포인트 이상 앞서면서 국민의 힘 후보가 된다. ‘당심(黨心)’을 뺀 ‘민심(民心)’의 결과로 국민의힘 후보가 됐고 시민 100% 여론조사로 판가름을 낸 야권 통합 후보를 가리는 경선에서도 안철수 후보를 눌렀다.

본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를 제친 건 물론이다. 국민의힘은 당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민심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선택했고 자당 후보를 야권통합 후보로 만들어 민주당에 압승한 것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민심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그렇다고 당원들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당원들의 당심도 지지 정당의 정권 창출을 바라지만 정권창출은 민심이 절대적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당이 마뜩잖지만 통합에 나선 이유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힘이 작용했으리라 판단한다. 2016년 6월 제20대 총선 때 제3당인 국민의 당이 등장했음에도 당시 여당이자 국민의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새누리당은 수도권에서 대패하고 의석 수에서도 2당으로 밀린다.

그 정도였으면 민심의 향배를 보고 근본적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두 달 뒤 ‘박근혜 복심’으로 불리던 이정현 전 의원을 당 대표로 내세운다. 이후 10월부터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면서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면서 무너져내린다. 친박(親朴)이 중심이던 당시 새누리당은 민심에 운명을 맡길 생각이 전혀 없었고 그 결과는 참담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국무회의에 참석을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국무회의에 참석을 위해 정부서울청사에 도착하고 있다./서울시 제공

5년이 지난 지금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아쉽게도 새누리당 전철을 밟아 간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쇄신을 한다면서도 ‘친문(親文)’ 중심의 주도세력과 열성 핵심당원들인 이른바‘문빠’들의 행보는 기시감마저 들게 한다.

16일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같은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5월 전당대회와 이후 대선후보 경선까지 염두에 둔 주도권 유지의 의지 표출이다. 국민들의 ‘민심’보다 ‘친문’ 주도의 ‘당심’이 먼저인 것으로 읽힌다.

민심은 이제 ‘민생’을 원한다. 당심은 촛불혁명 이래 여전히 '개혁'을 외친다. 4·7 선거의 패배가 ‘민심 이반’이라는 자성은 당내 주류인 친문이나 비주류나 같다. 다만 원인은 달라도 너무 다르게 본다.

2030 초선 의원 5명이 지난 9일 선거패배 원인 분석을 담은 입장문 발표 이후 차이는 여실히 드러났다. 초선들은 입장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의 대명사라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이 분노하고 분열한 것은 아닌가 반성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주류 ’친문‘과 와 열성지지자들의 반론과 항의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 강도가 너무 지나칠 정도다. 의원들의 의견마저 틀어막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이어진다.

"건전한 비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정당은 더 이상 정당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 "친문·비문이나 조국 언급에 당을 떠나라고 하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도 참패하겠다는 얘기"등 의 정곡을 찌르는 자성의 소리는 ‘친문’ 주류나 열성 지지자들의 생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일각에서는 ‘당권파 책임론’까지 제기된다.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친문' 주류들은 당내 선거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친문’ 주류 와 열성 지지자들은 오히려 패배의 원인을 ‘개혁 실기’에서 찾는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민심이 "검찰·언론 등 적폐세력을 개혁하라"며 180석을 몰아줬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민심이 돌아섰다는 논리다. 대통령 남은 임기 1년 동안 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도록 더욱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당내에서 목소리를 꽤 높이는 ‘친문’ 중진들은 목소리도 같은 맥락이다. "개혁은 중단 없이 가야 할 길"(정청래 의원), "검찰·언론개혁, 중단 없이 추진"(김용민 의원) "조국 문제는 지난해 총선때 평가받은 사안" "당 대표 전당대회 선출도 같은 맥락"(김경협의원)등이 대표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표면적인 이유는 당 쇄신의 방향을 둘러싼 이견이지만, 차기 권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과도 연결돼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탄핵에서 구속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정 모음./더팩트DB
탄핵에서 구속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표정 모음./더팩트DB

정말 개혁이 부진해서 민주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백 번 양보해도 그건 아니라고 본다. 여론조사 추이가 이를 증명해준다. 한국갤럽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가 50% 안팎까지 치솟은 건 4차례다. 이 중 3차례가 정부·여당의 ‘강경’ 개혁 기조와 관계가 깊다.

지난해 12월 당정청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석열 몰아내기’에 집중하자, 부정 평가는 한 달만에 7%포인트(11월 46%→12월 53%)상승했다. 지난 2월 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추진시에도 부정 평가는 51%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정에 대한 논란과 각종 부동산 개혁은 말할 나위도 없다.

교주고슬(膠柱鼓瑟). 거문고를 가락에 맞추어 타려면 줄을 받치고 있는 기둥을 조정해야 한다. 이른바 ‘튜닝’이다. 한 번 가락에 맞추었다고 해서 받침 기둥을 아교풀로 고정시켜 버리면 다시는 가락에 맞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가 없다.

지금 적페청산, 개혁완수를 언급할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 남은 대통령 임기 1년이지만 굳이 개혁을 하려면 ‘민생개혁’을 해야한다. 지금은 민주당도 ‘좋은 소리’가 나도록 ‘튜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줄이란 주위 환경에 따라 느슨해졌다 팽창해졌다 한다. 예전에 좋은 소리가 났다고 고정시켜 놓는다면 당연히 지금 환경에선 못 쓰게 된다.

‘친문’ 주류와 열성지지자든,비주류든 내년 대선에서의 목표는 같다. 그렇다면 당심에 치우치지 말고 민심에 모든 것을 판단하고 맞추라고 말하고 싶다. 정당들이 그래야 한다. 그러면 민생선거가 되며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우리 국민은 행복해진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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