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체인지] 새 서울·부산시장 취임 8일, '시민 행복 1일차' 됐으면
입력: 2021.04.07 15:19 / 수정: 2021.04.07 15:19
지난 2월 24일 프리오픈한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내부 모습. /한예주 기자
지난 2월 24일 프리오픈한 서울 최대 규모 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내부 모습. /한예주 기자

코로나 극복, 정치 발전,경제 회복 출발점 돼야

[더팩트ㅣ김병헌 기자] 도파민은 중추 신경계에서 발견되는 호르몬이다. 행동과 인식, 자발적 움직임, 동기부여, 처벌과 보상, 수면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인체에서 많은 기능을 하고 있다. 분비되면 될수록 행복을 느끼며, 두뇌 활동을 증가하게 한다. 인간이 결심하거나 하고 싶다는 의욕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다.

도파민을 포함 엔도르핀, 세로토닌, 옥시토신을 묶어 ‘행복호르몬 4종’이라고 한다. 엔도르핀은 재미와 즐거움을, 세로토닌은 평화로움을,옥시토신은 신뢰감을 느끼게 해주는 물질이라는 게 정설이다.

누구든 한 번쯤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지갑을 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쇼핑을 할 때는 두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된다. 3년 전 조사지만 벼룩시장이 성인 남녀 1096명을 대상으로 물었을 때 10명 중 9명은 ‘스트레스 때문에 소비를 해 본 적이 있다’(93.8%)고 답했다는 결과도 무관하지 않다.

20대, 30대는 각각 94.6%, 94.4%가, 40대 94.1%, 50대 이상은 88.5%로 모든 연령층에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32.3%가 ‘직장 스트레스’를, ‘인간관계 스트레스’(22.8%), ‘돈으로 인한 스트레스’(15.2%), ‘가사/육아 스트레스’(12.6%), ‘취업스트레스’(10.3%), ‘연애/결혼 스트레스’(5.1%) 등의 순이었다. 일상사가 스트레스의 원천인 셈이다.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세일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한예주 기자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 세일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한예주 기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태가 건강한 소비 습관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한 소비는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다시 불러일으킨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라는 애기다. 어떤 외부요인에 의해 억제되어 있던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폭발적으로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요인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하듯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2월 백화점 판매가 25년 만에 전월 대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비 지표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업종·유형별로 보면 회복이 부진한 부분도 적지 않다. 일부 언론도 보복소비를 언급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판매량이 지난 2월 급신장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의 전년대비 매출 신장률은 37%를 기록했다. 해외패션(50%), 남성스포츠 (44%) 등도 뒤를 이었으며 가전가구도 38%로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이 코로나19 초기였던 지난해보다 48.3%로 뛰었다. 아동복 매출이 68.1%로 가장 크게 증가했으며, 명품(+49.6%)과 아웃도어(+31.0%), 스포츠(+36.7%)가 뒤를 이었다. 2019년과 비교해도 실적이 22.9%로 크게 늘었다.

보복소비의 조짐은 통계청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백화점 판매(불변지수 기준)가 전년보다 33.5% 증가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듬해인 1996년 2월(52.9%) 이후 최고 증가율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전체 소매판매액지수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됐다.

코로나19 사태로 1년 이상 재택과 ‘집콕’으로 이어왔던 소비자들이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자 적극적으로 소비에 나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황금연휴가 기다려지는 가운데 정부의 고강도 소비 부양책 예고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가 겹친다면 소비 심리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 체육관에 마련된 대치1동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임영무 기자
재보궐선거 투표일인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단대부고 체육관에 마련된 대치1동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임영무 기자

요즘처럼 전염병 난국에 정치적 실망과 경제적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선 ‘나만 어려운 것 같은’ 상대적 결여감이나 박탈감, 소외감은 더욱 커질 가능성 크긴 했다. 자기 과시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개연성이 높았다. 소비 구조가 ‘날 격려하고 드러내는’ 보상적 소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그동안의 여러 외부적 스트레스 국면에서 그동안 놓쳤던 기회에 대한 갈망과 보상심리가 작용하고, ‘당장 쓰고 싶은 대로 쓰기’를 삶의 우선 순위로 삼게 된 것이라는 부정적 분석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간 못 쓴 내 돈을 내 맘대로 쓴다는데 누가 뭐라 할까? 하지만 이러한 소비행동을 야기한 국민들 마음속 상처가 뭔지 생각해본 적은 있는지 고민할 때가 지금이다.

사적인 영역을 제외하더라도 세심한 헤아림과 배려, 예방과 처방등 국민이 기대하는 각종 노력은 절반 이상이 국회와 현 정부의 몫이라고 보는 게 필자만의 생각일까?

추후산장(秋後算帳), 가을걷이 끝낸 뒤에 진 빚을 갚다는 뜻이다. 기다렸다가 여건을 충족하는 시기에 정상적인 활동을 한다는 의미다.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 여야의 정책경쟁을 통한 선순환의 정치발전,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국민통합 등이 우리의 당면한 가을걷이다.

서울 부산시장 등을 뽑는 재보궐 선거가 7일 실시됐다. 이제까지 여야의 잘잘못, 선거운동기간 중의 정부여당을 비롯한 각 당의 말의 성찬과 행태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 선택에 따른 승패의 결과 자체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게 중요하다. 국민들은 지쳤다. 보복소비가 왜 언급됐겠는가? 선거의 결과가 그동안 묵혀서 방치 수준으로 내버려 뒀던 골치 아픈 우리의 가을걷이를 신속 처리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된다면 서울과 부산시장이 새로 취임하는 8일은? 시민과 행복 호르몬의 ‘행복한 연애 1일’이 되리라고 믿는다.

bien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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