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연초부터 WBC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9일 사이판으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이례적으로 빠른 실전 훈련이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는 절박감의 표출로 보인다. 류지현 감독은 이번에는 ‘무조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WBC 초대 대회인 2006년 4강, 2회 대회인 2009년 준우승으로 선전했지만 2013년, 2017년, 2023년 3개 대회 연속으로 1라운드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다. 그것도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팀들에 덜미를 잡혀 충격이 더 컸다. 2013년엔 네덜란드, 2017년엔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에 연패했고, 2023년엔 호주에 일격을 당했다.
투수진 운용, 특히 선발투수 교체 실패가 패배의 주된 이유가 됐다. 그동안 대표팀 감독은 경기 전엔 ‘마운드 총력전’을 예고하다가도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주저주저하다 실기를 거듭했다. 다음 순간, 다음 경기를 걱정하다 ‘지금 순간’을 놓치는 우를 반복했다.

2017년 네덜란드전에선 선발로 언더핸드 우규민을 등판시켰다. 우규민은 1회부터 홈런 포함 3안타를 얻어맞고 3점을 내줬다. 빠르게 교체했다면 더 이상의 실점을 막고 추격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2회에 한 점을 더 내준 뒤에야 우규민을 마운드에서 내렸다. 초반 대량 실점으로 공격은 급해졌고, 작전을 구사해 볼 틈도 없이 0-5로 완패했다.
2023년 호주전은 더 뼈 아팠다. 두 차례 연속 예선 탈락한 한국은 절치부심하고 대회에 임했지만 첫 호주전에서 7-8로 지고 말았다. 선발투수 고영표가 4회 한순간에 무너졌다. 이때 빨리 투수를 교체해야 했지만 5회에도 고영표를 올려 추가 실점했다. 이어 열린 일본전에서도 초반 3-0으로 앞서다 4-13으로 대패했다. 이 역시 3회 4실점으로 무너진 선발투수 김광현을 고집하다가 빚은 참극이었다. 단기전에선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좋은 투수를 올려야 한다. 그래서 지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중요한 순간’은 1회가 될 수도 있다.

류지현 감독은 선발투수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두 번째 투수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투수진 운영에 유연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투수진은 불펜이 강점이다. 그렇다면 강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겨야 할 경기엔 모든 투수를 쏟아부어야 한다. 선배 감독들처럼 다음 경기를 걱정했다간 게도 구럭도 다 놓치고 만다. ‘투수 교체는 빠를수록 좋다’고 한다.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하는 WBC에서 한국야구가 상위권에 올라가기 위해선 잘게 썰어가는 ‘살라미 전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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