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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나카 마사히로(왼쪽)의 입단이 결정된 후 팬들의 관심은 그가 과연 데뷔 첫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류현진의 성적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MLB, LA 다저스 홈페이지 캡처
[박상혁 기자] '236억 vs 64억.' 23일(이하 한국 시각) 일본의 특급투수 다나카 마사히로(26·뉴욕 양키스)가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 5500만 달러(약 1657억 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1년에 받는 연봉만 2200만 달러(약 236억 원)이며 총액 기준으로 역대 메이저리그 투수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의 아시아 선수 최고 연봉(7년 1억 3000만 달러, 약 1394억 원)도 단번에 넘어섰다. 미국에서 단 한 개의 공도 던지지 않고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다나카가 이런 거액에 메이저리그에 입성하게 되면서 이제 관심은 연봉에 걸맞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기준점은 자연스럽게 류현진(27·LA 다저스)에게 맞춰진다. 한일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인 동시에 같은 포지션인 투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6년 3600만 달러(약 386억 원)에 LA 다저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다. 연평균 연봉이 600만 달러(64억 원)로 연봉만 놓고 본다면 다나카의 약 4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다. 하지만 연봉 대비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시즌 그는 30경기에 나와 14승 8패를 기록하며 데뷔 첫해 10승 투수에 올랐다. 경기 내용도 192.0이닝을 치러 삼진 154개 방어율 3.00을 기록했고 완투한 경기도 2차례나 된다. 주 무기인 서클체인지업과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클레이튼 커쇼(26), 잭 그레인키(31)와 더불어 다저스의 선발 3총사로 맹활약을 펼쳤다. 주식으로 따지면 다저스가 우량주를 싼 가격에 매입해 상당한 당기 순이익을 냈다고 볼 수 있다. 다나카 역시 일본 무대에서의 활약은 무시 못할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에서 28승 무패에 평균 자책점 1.27을 기록했고, 8번의 완투와 2번의 완봉승을 곁들여 라쿠텐의 창단 후 첫 우승을 견인했다. 가진 무기도 다양하다. NPB 구단의 한 관계자는 "다나카는 패스트볼과 스플리터,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까지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선수다. 이 중에 특히 스플리터는 말 그대로 타자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마구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 무대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ESPN은 21일 칼럼을 통해 다나카를 '구위가 좋은 이와쿠마 히사시(33·시애틀 매리너스)'라 평가한 뒤 "다르빗슈 유(28·텍사스 레인저스)는 볼넷을 내줘도 강력한 구위로 제압하는 타입이지만 다나카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9이닝당 탈삼진 비율도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혹사로 인한 구위 저하 가능성도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또 ESPN은 마쓰자카 다이스케(34·뉴욕 메츠)의 사례를 언급하며 "메이저리그에서는 일본과 스타일이 다른 힘 있는 타자들과 승부를 겨뤄야 한다.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자칫 다이스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국 일본 내에서도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일본인 첫 메이저리거이자 지금은 NHK 야구해설자인 무라카미 마사노리는 메이저리그 등판 일정과 로테이션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는 한 주에 한 번 정도만 등판하면 된다. 등판 사이 휴식일도 보통 6일 정도 돼서 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5일마다 선발로 나서야 한다. 다나카가 이런 일정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힘든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고 말했다. 처음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할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 것 같은 다나카였지만 계약이 확정된 이후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나오고 있다. 일본 최고라는 타이틀에 가려졌던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거액의 돈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입단한 다나카는 과연 자신의 4분의 1 수준밖에 안되는 연봉을 받는 류현진의 성적을 넘어설 수 있을까? 새 시즌 개막하는 메이저리그를 주목해야 할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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