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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한국 무대 은퇴를 선언한 구대성의 야구 인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
[유성현 기자] 이제는 '대성불패'를 넘어 '대성불멸'이라 불러야 맞을 듯 싶다. 43살 노장 투수 구대성(시드니 블루삭스)의 이야기다. 마치 세월의 무게를 거스르는 듯한 그의 야구 인생은 여전히 끝을 모른 채 나아가고 있다.
구대성은 1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쇼그라운즈 구장에서 멜버른과 맞붙은 호주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7-5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땅볼 2개를 유도하고 탈삼진 1개를 곁들이는 완벽투로 팀 승리를 깔끔하게 지켰다. 앞선 준플레이오프 1,4차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구대성은 이로써 포스트 시즌 3세이브째를 수확했다.
이미 지난 2010년 한국 무대 은퇴를 선언했지만 불혹을 훌쩍 넘긴 그의 야구 열정은 호주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 시즌 2승1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1.00으로 초대 구원왕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3패8세이브 평균자책점 3.38의 수준급 성적으로 구원왕 수성에 성공했다. 1993년 한화 이글스 전신인 빙그레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해 어느덧 야구 인생 20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으로 마운드를 누비고 있다.
2001년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팔로스), 2005년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 등 해외 무대를 두루 경험한 그의 야구 인생에는 빛나는 명장면도 많았다. <더팩트>은 구대성의 프로 20년을 돌아보며 최고의 장면 BEST 3을 선정했다. 우승의 환희부터 부상 역투, 오늘날 노장 투혼까지 그가 남긴 발자취는 파란만장한 그의 도전기 만큼이나 다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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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대성이 과거 한화에서 활약하던 시절 송진우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 1999년 한국시리즈 MVP '한화 첫 우승 주역'
구대성은 1996년 18승3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1.88로 다승과 평균자책점, 구원, 승률 부문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품에 안으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지만 4위에 그친 소속팀 한화의 성적은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3년 뒤, 그는 롯데와 맞붙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4-3으로 앞서던 9회 말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지켜내면서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구대성은 한국시리즈 5경기에 모두 나서 1승1패3세이브 평균자책점 0.93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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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구대성이 뛰고 있는 시드니의 홈 구장은 과거 그가 역투를 펼쳐 올림픽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던 곳이다. / 사진 - 시드니 블루삭스 홈페이지 |
◆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한일전 '155구 완투'
현재 구대성이 뛰고 있는 시드니의 홈구장 블루삭스 스타디움은 12년 전 그가 일본을 상대로 야구대표팀 첫 메달 획득의 신화를 썼던 바로 그곳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전에서 한국은 숙적 일본과 동메달을 두고 운명의 맞대결을 펼쳤다. 상대 선발은 '괴물 투수'로 불리던 마쓰자카 다이스케. 하지만 한국에는 '일본 킬러' 구대성이 있었다. 구대성은 무려 155구를 던지며 9이닝 5피안타 11탈삼진 1실점 역투로 일본 강타선을 잠재웠다. 당시 구대성은 심각한 어깨 근육통에 시달렸으나 부상을 참고 경기를 홀로 마무리 지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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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대성은 뉴욕 메츠 시절 강속구 투수 랜디 존슨을 상대로 2루타를 뽑아내 화제를 모았다. |
◆ 2005년 랜디 존슨 상대 2루타 '벼락 홈 쇄도'
구대성이 메이저리그에 머물던 시간은 2005년 한 시즌 뿐이었지만 그의 활약은 충분히 인상 깊었다.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33경기에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3.91의 준수한 성적표를 남긴 것도 눈에 띄지만, 무엇보다 의외의 타격 센스를 발휘했던 장면이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구대성은 2005년 5월 23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당대 최고의 강속구 투수인 랜디 존슨을 상대로 펜스 근처에 떨어지는 큼지막한 2루타를 뽑아냈다. 게다가 후속 타자의 번트 때에는 질풍 같은 홈 쇄도로 득점까지 올리며 팀 동료들과 현지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때 슬라이딩으로 어깨를 다친 구대성은 이후 부상자 명단을 드나든 끝에 1년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내려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