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2022 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마지막날 후루에 꺾고 통산 6승
한국여자골프의 '맏언니' 지은희가 30일 2022 LPGA 투어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대회에서 일본의 후루에 아야카를 3&2로 꺾고 한국인 최고령 우승을 차지했다./라스베이거스=AP. 뉴시스 |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한국여자골프의 '맏언니' 지은희(36·한화큐셀)가 놀라운 정신력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일본의 신예 후루에 아야코를 압도하며 한국인 최고령 우승의 쾌거를 이룩했다.
지은희는 30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GC(파72)에서 열린 2022 LPGA투어 뱅크 오브 호프 LPGA 매치플레이(총상금 150만 달러) 마지막 날 결승전에서 후루에 아야카(22·일본)를 3홀 차로 꺾고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3년 4개월 만에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36세 17일째에 우승한 지은희는 LPGA투어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령 우승기록을 세웠다./더팩트 DB. |
지은희는 또 36세 17일째에 우승함으로써 2020년 ISPS 한다 빅 오픈에서 박희영(35)이 세운 한국인 최고령 우승기록 32세 8개월 16일을 경신하며 새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2009년 US여자오픈 이후 한동안 우승이 없던 지은희는 2017년 스윙잉 스커츠 LPGA 타이완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30세 이후에만 4승을 거두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LPGA 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각 홀마다 승패를 판가름하는 경기 방식인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처음 우승한 지은희는 통산 6승과 함께 한국 선수로는 최고령 우승의 진기록까지 세우는 정신력을 보여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됐다.
특히 매치플레이는 이긴 홀수의 차이가 남은 홀 수보다 많을 경우 게임이 끝나는 일 대 일 '데스매치'로 '멘털 게임'으로 불리는 골프 경기에서도 특히 흔들리지 않는 정식력과 공격적 플레이가 요구된다. 타수를 누적해서 최소타가 우승하는 스토로크 플레이와 달리 홀과 경기마다 승패가 가려지는 경기 방식으로 상대 선수와 심리 싸움 등 변수가 많은 게 특징이다.
지은희의 우승 소식을 알리고 있는 LPGA 홈페이지./LPGA |
지은희는 이번 대회에서 조별리그 2승 1무로 16강전에 진출한 이후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에서 파죽의 4연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눈길을 끌었다. 16강전에서는 최혜진을 꺾고 8강전에서는 상승세의 매들린 삭스트롬(스웨덴), 준결승전에서 앤드리아 리(미국)를 4홀 차로 제압했고 결승에 진출했다.
2019년 1월 다이아몬드 리조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 이후 3년 4개월 만에 LPGA투어 통산 6승이자 매치플레이 대회 첫승을 거둔 지은희는 우승 상금으로 22만5000 달러(약 2억8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또 마지막 한 장 남은 US여자오픈 직행 티켓을 보너스로 챙긴 지은희는 2008년부터 15년 연속 US 여자오픈에 참가하게 됐다.
2009년 US 여자오픈 챔피언이기도한 지은희는 오는 6월 3일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던 파인즈의 파인 니들 롯지 앤골프클럽에서 열리는 2022년 대회에서 13년 만의 정상 탈환에 나선다.
지은희는 이날 7번홀까지 1홀 차이로 끌려가다 8번 홀에서 버디, 9번 홀에서 결정적 이글을 성공시키며 역전에 성공했다. 8번홀(파3)에서 2.5m 버디를 기록하며 타이를 이룬 지은희는 9번 홀(파5)에서 환상적인 샷 이글로 1홀 차이로 앞서 나갔다. 10번홀(파4)에서는 까다로운 2m 파 퍼트를 성공시켜 보기를 범한 후루에에 2홀차 리드를 지켰다.
2홀차 리드를 유지하며 도미 상황에서 16번홀(파5)에 나선 지은희는 네 번째샷을 홀 2.5m에 붙이며 파세이브에 성공, 지은희보다 짧은 거리에서 보기를 범한 후루에을 상대로 2홀 남기고 3홀 차 승리(3&2)를 거둬 영광의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올 시즌 최혜진, 아타야 티티쿤(태국) 등과 신인상을 다투는 후루에 아야카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간판스타로 활약하다가 L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선수다.
지은희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체력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힘든 순간 마다 긍정적인 생각으로 샷에 집중했다"고 승리의 소감을 발힌 뒤 진행자가 'LPGA투어와 PGA투어를 통틀어 한국 선수로는 최연장 우승이다'라고 하자 지은희는 "오, 예스"라고 환호했다. 지은희의 우승으로 올해 한국 선수들은 고진영(27·솔레어)의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김효주(27·롯데)의 롯데 챔피언십에 이어 시즌 3승을 합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