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 취재기] 질서 정연한 2만 2000명, 비매너 소수 갤러리가 문제
입력: 2015.10.10 05:00 / 수정: 2015.10.09 23:27
만원 갤러리! 필 미켈슨(왼쪽)과 제이슨 데이가 갤러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프레지던츠컵 조직위 제공
'만원 갤러리!' 필 미켈슨(왼쪽)과 제이슨 데이가 갤러리 앞을 지나가고 있다. / 프레지던츠컵 조직위 제공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지구촌 최대 골프 축제, 프레지던츠컵이 개막했습니다. 골프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프레지던츠컵을 보기 위해 2만 2349명이 인천을 찾았습니다. 우려와 달리 질서 정연하게 스타를 쫓으며 한국 갤러리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질서를 깨는 소수 갤러리의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9일 오전 인천시 송도 국제업무지구의 잭 니클라우스 골프 클럽 코리아에서 제11회 프레지던츠컵 2라운드가 열렸습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지구촌 최대 골프 축제 취재를 위해 일찌감치 집을 나섰습니다. 연휴의 출발에 꽉 막힌 도로를 지나 송도에 도착했습니다.

이날 골프장에는 무려 2만 2349명의 갤러리가 방문했습니다. 6일 5569명, 7일 7841명, 8일 1만 8438명 등 갤러리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갤러리들은 모두 밝은 얼굴로 스타들의 등장을 기다렸습니다. 충북 제천에서 새벽 5시에 아내와 함께 출발했다는 김상환(44) 씨는 "정말 이렇게 유명한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셀렌 마음으로 일찌감치 집을 나섰다.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를 기대한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기다리는 갤러리! 갤러리들이 4번 홀 그린에서 조던 스피스를 기다리고 있다. / 인천 송도 = 이현용 기자
'기다리는 갤러리!' 갤러리들이 4번 홀 그린에서 조던 스피스를 기다리고 있다. / 인천 송도 = 이현용 기자

많은 갤러리가 모인 만큼 비매너 관람에 대한 경계가 있었습니다.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외신 기자들과 선수들은 경기 도중 울리는 휴대전화 벨소리와 카메라 셔터음에 대한 걱정을 나타냈습니다. 연습라운드를 마치고 복귀하는 선수들에게 막무가내로 사인을 요청하는 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 경기가 시작되고 이런 우려는 사라졌습니다. 2만 2000여명의 갤러리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가운데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진행요원이 "조용히"라고 적혀있는 팻말을 들었고 선수들은 침묵 속에서 자신의 샷을 할 수 있었습니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면 일제히 눈총을 주며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물론 소수의 비매너 갤러리도 있었습니다. 그들이 문제였습니다. 다음 홀로 이동하는 선수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가 하면 선수들의 샷을 동영상으로 담는 과정에서 촬영음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더욱 심각한 점은 갤러리들끼리 존중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비매너 갤러리 눈살! 한 남성이 갤러리 사이를 파고들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비매너 갤러리 눈살!' 한 남성이 갤러리 사이를 파고들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몇몇 갤러리들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관람하고 있는 갤러리들의 시야를 가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며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하지만 거센 비난에 시야를 가린 갤러리들이 비켜서면서 상황이 마무리됐습니다.

선수들이 드라이버 샷을 하는 곳은 갤러리들로 붐볐습니다. 발 디딜 공간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미리 자리를 잡지 않으면 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한 갤러리는 사람 숲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 남성은 외국인 여성의 엉덩이 쪽에 붙어 고개를 내밀고 샷을 지켜봤습니다. 외국인 여성은 불쾌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이의 얼굴까지 붉어지는 부끄러운 장면이었습니다.

인터내셔널팀 파이팅! 페네틱스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인터내셔널팀 파이팅!' 페네틱스가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프레지던츠컵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들은 '페네틱스(열광팬)'입니다. 노란색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그들은 목이 터져라 인터내셔널팀을 응원했습니다. 관람 매너를 지키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그린 위에 새겼습니다. 한국 팬들은 첫 날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배상문이 출전한 2라운드 경기에서는 응원의 목소리가 골프장을 채웠습니다. 남은 2일 동안 한 단계 발전한 관람 문화 속에서 한국 팬들의 목소리가 인천 송도에 울려퍼지길 기대합니다.

[더팩트ㅣ인천 송도 = 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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