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아시안컵] '신태용 매직'에 '눈물'...한국 10회 연속 올림픽 '불발'
입력: 2024.04.26 05:58 / 수정: 2024.04.26 07:57

26일 2024 파리올림픽 최종 예선 겸 AFC U23 아시안컵 8강전
한국, 인도네시아와 연장 120분 2-2 비긴 후 승부차기 10-11 패배


한국은 26일 인도네시아와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까지 10명이 싸우며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배,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도하=KFA(홍석균)
한국은 26일 인도네시아와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연장까지 10명이 싸우며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배, 올림픽 진출이 좌절됐다./도하=KFA(홍석균)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정면 대결을 피한 대가는 컸다. 이기면 4강, 지면 탈락하는 '단두대 매치'의 제물은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한국이었다. 올림픽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던 한국 축구의 꿈도 '신태용 매직'에 가로막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연장까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2명의 키커가 등장하는 혈투를 펼쳤지만 결국 10-11로 패하는 충격적 결과를 낳았다.

황선홍(56)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할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신태용(54)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2024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한 2024 카타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선수와 감독이 퇴장당하는 불운 속에 연장 120분의 악전고투를 펼친 끝에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배했다.

한국의 엄지성이 26일 인도네시아와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을 끌어내는 헤더로 1-1 동점을 만든 뒤 환호하고 있다./도하=KFA(홍석균)
한국의 엄지성이 26일 인도네시아와 2024 파리 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을 끌어내는 헤더로 1-1 동점을 만든 뒤 환호하고 있다./도하=KFA(홍석균)

한국의 선축으로 시작된 11m 승부차기는 12번째 키커까지 가는 초접전을 이어간 끝에 인도네시아의 기적적 승리로 마무리됐다.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한 가운데 골키퍼 백종범이 마지막으로 나선 10번째 키커까지 9-9로 승부를 가리지 못 하자 다시 1번 키커가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한국은 12번째 키커 이강희의 오른발 슛을 인도네시아 골키퍼 아리가 막아냄으로써 길고 긴 승부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로써 전반을 버틴 후 후반에 승부를 보려던 황선홍 감독의 전략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황선홍 감독은 '원샷 원킬'의 이영준(김천 상무)과 에이스 정상빈(미네소타)을 벤치에서 출발하게 하면서 전반을 1-2로 끌려가자 후반 시작과 함께 기용했으나 이영준에 이어 황선홍 감독까지 퇴장당하는 어려움을 자초한 끝에 쓰라린 패배를 불러들였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U23 역대 전적에서 5전 전승으로 앞서가다 처음 패배를 기록했다.

한국 수비수 변준수가 인도네시아의 발 빠른 역습과 유기적 움직임을 헤더로 방어하고 있다./도하=KFA(홍석균)
한국 수비수 변준수가 인도네시아의 발 빠른 역습과 유기적 움직임을 헤더로 방어하고 있다./도하=KFA(홍석균)

'황새' 황선홍 감독과 벤치 대결에서 이긴 '여우'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를 사상 처음 8강 토너먼트에 진출시킨 데 이어 '우승 후보' 한국까지 무너뜨리며 4강에 오르는 기적 같은 '매직'을 연출했다. 이번 대회는 파리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겸한다. 상위 3팀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올림픽 티켓을 노린다.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여정을 마쳤다.

장고 끝에 악수였다. 황선홍 감독의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전략이 어려움을 자초했다. 한국의 당연한 선발로 예상됐던 이영준(김천 상무) 정상빈(미네소타)을 벤치에서 출발하게 하는 '변칙 전략'이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 호주와 WAFF(서아시아축구연맹)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두 차례 선방쇼를 펼친 주전 골키퍼 김정훈(전북 현대)을 출전시키지 않은 것도 아쉬움을 남겼다. 무려 11명의 키커가 나선 승부차기에서 결국 승부가 갈린 것을 고려하면 김정훈의 결장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더했다.

황선홍 감독은 지난 일본과의 조별리그 최종전과 비교해 5명이 달라진 라인업을 내세웠다. 경고 누적으로 지난 경기 결장한 변준수(광주FC)가 다시 돌아와 수비진을 형성했고 황재원(대구FC) 백상훈(FC서울) 엄지성(광주FC) 강성진(FC서울)을 선발 출전시키는 3-4-3 전형을 가동했다.

4강 진출을 놓고 치열한 머리싸움을 펼친 한국의 황선홍 감독(오른쪽)과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도하=KFA(홍석균)
4강 진출을 놓고 치열한 머리싸움을 펼친 한국의 황선홍 감독(오른쪽)과 인도네시아의 신태용 감독./도하=KFA(홍석균)

조별리그 1,2차전에서 꾸준히 기용되며 좋은 모습을 보였던 공격수 이영준과 미드필더 강상윤(수원FC), 골키퍼 김정훈은 벤치에서 출발했다. 이영준은 한국의 조별리그 2경기에서 3골을 기록하는 '원샷 원킬'의 스트라이커 면모를 보였으나 이날 경기에선 후반 교체 투입됐다. 이영준은 상대 선수의 교묘한 신경전에 말려 과격한 플레이를 하다 결국 기대했던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교체 투입 24분 만에 퇴장됐다.

머리 회전이 빠른 '여우' 신태용 감독의 허를 찌르기 위한 전략이 오히려 패배 위기를 불러들이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한국은 객관적으로 앞선 전력을 내세워 '정면 돌파'를 택하는 대신 '머리 싸움'에 치중하다 자충수의 덫에 걸린 셈이었다. 황선홍 감독의 변칙 전략은 선수들의 수비적 자세를 불러왔으며 기동력과 유기적 움직임에서 뛰어난 인도네시아의 기세를 살려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의 불운은 전반 8분 이강희의 오른발 중거리슛 선제골이 VAR(비디오 보조심판)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정되면서 시작됐다.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인도네시아 왼쪽 골문 하단을 뚫은 이강희의 골이 인정됐다면 한국은 좀 더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으나 호주 주심 숀 에반스는 그라운드에서 느린 영상을 확인한 뒤 오프사이드 판정을 내렸다.

1-2로 끌려가던 후반 동점골을 터뜨린 정상빈이 환호하고 있다./도하=KFA(홍석균)
1-2로 끌려가던 후반 동점골을 터뜨린 정상빈이 환호하고 있다./도하=KFA(홍석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한숨을 돌린 뒤 전반 15분 라파엘 스트라윅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세컨볼을 잡은 스트라윅은 페널티박스 밖에서 오른발 원더골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세컨볼 싸움에서 한국은 공격과 수비 숫자가 적어 불리함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 전반 45분 엄지성의 왼쪽 공각 돌파로 1-1 동점골을 끌어냈다. 홍시후의 크로스를 엄지성이 쇄도하며 헤더 슛으로 연결할 때 인도네시아 수비수 코망 테구의 머리에 맞고 굴절되면 골문을 뚫었다. 기록상 코망 테구의 자책골로 기록됐으나 홍시후와 엄지성의 호흡이 빛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동점을 기록한 지 3분 만에 어처구니 없는 수비 커뮤니케이션 실수로 다시 리드를 허용했다. 인도네시아의 전방 롱 패스를 처리하던 센터백 이강희와 골키퍼 백종범의 의사 소통이 맞지 않아 볼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라파엘 스트라윅에게 또 다시 1-2 골을 내줬다. 이강희가 볼을 처리하는 대신 선수를 마크하다 볼을 빼앗겨 위기를 불러들였다.

전반을 1-2로 리드를 당한 채 마친 황선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영준 정상빈 강상윤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자 홍윤상과 장시영도 교체 투입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은 후반 25분 이영준이 의도적인 과격한 파울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에 시달렸다. 이영준이 저스틴 허브너와 볼을 다투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위협하는 과격한 파울을 의도적으로 했다는 주심의 판정에 따라 퇴장 조치됐다. 허브너의 집요한 신경전에 이영준이 반응하면서 불이익을 받았다. 골을 기대할 수 있는 최고 스트라이커가 퇴장당하면서 한국 벤치에도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국은 후반 39분 정상빈의 2-2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홍윤상의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빠른 패스를 정상빈이 침착하게 인도네시아 골키퍼의 움직임을 보고 침착하게 오른발 슛으로 오른쪽 골문을 뚫으면서 극적인 승부를 이어갔다. 훈윤상과 정상빈은 모두 후반 교체 투입됐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8분에 테크니컬 에어리어의 황선홍 감독이 퇴장 조치를 받으면서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한국은 선수는 물론 감독까지 퇴장을 당하면서 전후반을 2-2로 마친 뒤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에서도 골이 나오지 않자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황선홍호의 인도네시아전 스타팅11./KFA
황선홍호의 인도네시아전 스타팅11./KFA

한국은 '죽음의 조'로 꼽힌 B조 최종전에서 김민우의 결승골에 힘입어 일본을 1-0으로 꺾고 조 1위를 확정, 호주를 제치고 A조 2위로 결승 토너먼트에 오른 인도네시아와 한판 승부를 펼쳤다.

이번 대회 8강전은 파리로 가는 가장 중요한 길목으로 꼽혔다. 8강전에서 이기면 준결승전에서 지더라도 아프리카 기니와 2024 파리 올림픽 플레이오프를 치를 수 있다. 8강전에서 이기면 아시아에 주어진 3.5장의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을 거의 손 안에 넣게 된다. 한국의 황선홍 감독은 2차전 승리로 8강 진출이 조기 확정되자 일본과 최종전에서 '원샷 원킬'의 골잡이 이영준과 주전 골키퍼 김정훈을 쉬게 하는 로테이션 멤버를 가동하며 8강전에 대비했다.

하지만 카타르를 피하고 인도네시아와 대결을 한 것은 좋았으나 결국 '신태용 매직'에 막혀 짐을 싸게 됐다.

공교롭게도 신태용 감독은 2015년 3월 31일 AFC U23 챔피언십 예선 경기에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인도네시아에 4-0 승리를 거뒀는데, 이번에는 상대팀 감독으로 9년 만에 한국을 상대하면서 또 다시 승리했다.

한국 축구는 1988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 도쿄올림픽까지 9회 연속으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세계 최초의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렸으나 아쉽게 무산됐다. 이로써 한국 축구는 1984년 LA올림픽 이후 40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나설 수 없게 됐다.

◆2024 AFC U-23 아시안컵 8강전(26일 카타르 도하)

대한민국 2(10 PSO 11)2 인도네시아

△득점 : 정상빈(후39, 대한민국) 라파엘 스트라이크(2골, 전15, 전45+3) 코망 테구(전45, 자책골, 이상 인도네시아)

△출전선수 : 백종범(GK), 조현택, 이강희, 변준수, 이태석(HT 강상윤), 김동진(HT 이영준), 백상훈, 황재원, 엄지성(후30 홍윤상), 강성진(후35 장시영, 연후1 김민우), 홍시후(HT 정상빈)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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