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 앞세운 황선홍 '정공법', 태국 원정에서 빛 보나
입력: 2024.03.26 00:00 / 수정: 2024.03.26 18:42

26일 오후 9시 30분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C조 4차전 한국-태국
황선홍 임시 감독, 이강인 소집 '한마음 한뜻' 승리 기대


손흥민-이강인을 앞세운 한국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26일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C조 4차전에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게 된다. 사진은 3차전이 열린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손흥민-이강인을 앞세운 한국축구대표팀의 황선홍 감독이 26일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C조 4차전에서 자신의 선택을 증명하게 된다. 사진은 3차전이 열린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이제는 증명의 시간, 황선홍(55) 감독의 정공법이 빛을 볼 수 있을까.

'위기의 한국 축구를 바로 세우겠다'며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을 맡은 황선홍 감독이 마침내 자신의 말을 입증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26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각)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한국과 태국의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조별리그 C조 4차전은 바로 황선홍 감독이 A대팀 임시 감독으로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또한 태국과 2연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의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난관 돌파의 총대를 멘 황선홍 감독이 논란의 이강인을 소집하고, 대표팀에서 외면을 받았지만 K리그에서 득점력을 자랑하는 33세의 주민규에게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하는 등의 정공법을 택한 선택이 과연 '묘수'인지, 아니면 '악수'인지가 판가름나게 된다.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원정 4차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손흥민과 황선홍 감독, 이강인(왼쪽부터)./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태국과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원정 4차전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손흥민과 황선홍 감독, 이강인(왼쪽부터)./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지난 21일 서울에서 펼쳐진 태국과 1차전에서 손흥민의 전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1-1로 비겨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방콕 원정에서는 반드시 성과를 보여야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를 준비했다'는 그동안의 말과 행동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황 감독은 태국과 '리턴 매치'를 마치면 본업인 올림픽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한다.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C조 3차전 순위./AFC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C조 3차전 순위./AFC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 한국은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C조 3차전에서 101위의 태국과 예상 밖의 무승부로 2승 1무(승점 7)를 기록하며 조 선두는 지켰다. 하지만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의 불미스러운 사태에도 불구하고 만원을 이루며 성원을 아끼지 않은 6만여 홈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중국이 3차전에서 싱가포르와 2-0으로 앞서다 2-2로 비기는 어처구니 없는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3차 예선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으로선 금이 간 자존심을 다시 세우기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1년여 만에 중도 하차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의 태국과 2차전의 관전포인트를 살펴본다.

한국의 캠틴 손흥민이 21일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C조 3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한국의 '캠틴' 손흥민이 21일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 C조 3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 손흥민-이강인의 합작골을 볼 수 있을까

태국과 2연전을 앞두고 황선홍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았을 때 팬들의 가장 큰 관심은 이강인의 소집 여부였다. 요르단과 2023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 전날 '주장' 손흥민의 지시에 반발하며 물리적 충돌을 빚은 이강인은 이후 런던의 손흥민을 찾아가 직접 사과하고 두 차례 SNS를 통해 팬들에게도 사과를 했지만 여전히 그를 냉담하게 바로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발탁했다.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다소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야할 유망주에게 속죄의 기회를 주겠다는 마음이 가장 컸다. 또한 선수들만의 잘못이 아니라 사태를 유발케 한 대표팀과 축구 관계자들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자신이 앞장서서 흔들리는 대표팀을 제 자리에 돌려놓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태국과 2연전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결과를 끌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다. 과연 황 감독의 말처럼 카타르 아시안컵의 후유증을 치료하고 '한마음 한뜻'이 됐는지 '리턴 매치'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

황 감독은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태국과의 3차전에서 이강인을 후반에 기용하는 선택을 했다. 이강인은 투입되자마자 상대 수비의 최후방과 골키퍼 사이의 공간에 떨궈주는 패스를 넣어주면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강인의 감각적인 볼 투입은 태국의 수비를 크게 흔들었다. 비록 골까지 연결되지 않았지만 손흥민과 월패스로 태국 수비진을 무너뜨리는 합작 플레이로 팬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승점 3점의 결과를 내야하는 황 감독은 태국과 '리턴 매치'에서 이강인을 선발로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강인의 선발 기용은 황인범을 한국 대표팀의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완하는 역할에 더 치중할 수 있도록 하는 강점도 있다. 손흥민의 득점력이 절정을 보이고 있는 만큼 '플레이 메이커' 이강인과 호흡만 제대로 맞는다면 한국의 최고 무기는 역시 '손흥민-이강인 조합'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축구대표팀의 보완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부재의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호연(광주FC)./KFA
한국축구대표팀의 보완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수비형 미드필더 부재의 고민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정호연(광주FC)./KFA

◆ 황선홍 감독도 풀지 못한 수비형 미드필더 고민, 이번엔 누구?

최근 한국대표팀의 가장 큰 고민은 공격과 수비의 교량 역할을 하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는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중용을 받았던 '큰' 정우영(34·알 칼리즈)이 클린스만 체제에서 부상과 고령으로 철저히 배제되면서 아직 대체 선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박용우(알 아인)가 주전으로 기용됐으나 잇따라 실수를 하면서 명단에서 아예 제외됐다.

황선홍 감독은 이번 3월 A매치 소집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자원으로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을 비롯해 백승호(버밍엄 시티), 정호연(광주FC), 박진섭(전북 현대) 등을 불렀다. 태국과 서울 경기에서는 백승호와 황인범을 세웠으나 둘 모두 공격 성향의 선수인 데다 실수가 잦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전반 10여분 까지 일방적으로 태국에 주도권을 내준 원인도 따지고 보면 미드필드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축구 전력의 핵심인 중앙 라인 중에서도 근간을 이루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경기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와 상대 공격 작업을 차단하는 능력, 강인한 체력과 투쟁심을 가져야하는데 아직 안정감을 보이는 선수가 없다. 김진수(전북 현대)와 설영우(울산 HD)가 지키는 양쪽 풀백도 아주 뛰어나지 않은데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불안감을 보여 상대 역습에 취약하고 밸런스가 무너지는 일이 빈번하다.

태국과 리턴매치에서는 처음 A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정호연(광주)이 황 감독의 선택을 받을지 주목된다. 정호연은 'K리그의 전략가'로 불리는 이정효 감독 아래서 눈부신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공간을 잘 찾고, 빠르게 수비로 전환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주전공은 아니지만 대표팀 경기 경험만 쌓는다면 충분히 주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이다.

◆ 31도 '찜통 더위'-태국의 열광적 응원,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

21일 서울 경기는 추위가 변수였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 뿌린 물은 살짝 잔디를 얼게 할 정도로 경기장 날씨는 쌀쌀했다. 영상 3도까지 떨어졌다. 선수들은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이구동성으로 고충을 토로했다. 핑계처럼 들릴 수 있어 드러내놓고 크게 얘기하지 못 했다.

그런데 방콕에서 열리는 2차전은 '찜통 더위'로 어려움을 겪게 됐다. 방콕은 오후 6시30분에도 섭씨 31도에 육박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습도가 70%에 달해 체감 온도는 35도 이상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갑자기 습식 사우나 같은 환경에서 90분 동안 뛰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태국의 더위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한국의 발목을 잡은 적 있다. 한국은 태국과의 역대 46차례 경기에서 30승 8무 8패의 전적을 기록 중인데 '8패'는 모두 원정(방콕 7경기·쿠알룸푸르 1경기)에서 당했다. 황선홍 감독도 더운 날씨가 변수인데 적응 훈련을 잘 해서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원정에서 의외로 선전한 태국은 축구협회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안방 승리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태국축구협회는 25일 "세타 타위신 총리가 지원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대표팀에 지급하던 수당을 승점 1점당 기존의 100만 바트(3700만원)에서 300만 바트(1억1000만원)로 올렸다"고 밝혔다. 태국의 세타 총리는 축구광으로 유명하다.

5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의 입장권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가장 싼 165 바트(6000원)짜리 좌석이 10배 가까운 1500 바트(5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가장 최근 패한 곳이 이번에 대결을 펼치는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이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연장 끝에 1-2로 졌다.

쉬운 경기는 없다. 손흥민의 말처럼 절대적으로 이길 수 있는 경기도 이제 없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나타났듯이 아시아권 팀들의 상향 평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 팀 내부에 있다. 그동안의 갈등과 반목을 치유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나선다면 태국 원정경기에서 기대했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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