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아시안컵 결승전] '황당 판정' 한일전...변성환호 아쉬운 '준우승'
입력: 2023.07.03 00:00 / 수정: 2023.07.03 00:03

2일 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 한국, 일본에 0-3 敗
태국 주심, 센터백 고종현에 전반 경고 2회 퇴장 명령...선제 실점 빌미


2일 일본과 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주심의 황당 판정으로 0-3 패배를 당한 한국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빠툼타니(태국)=KFA
2일 일본과 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주심의 '황당 판정'으로 0-3 패배를 당한 한국선수들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빠툼타니(태국)=KFA

[더팩트 | 박순규 기자] 비에 젖은 그라운드에 주심의 황당 판정까지 겹친 '악재'가 한국 축구를 울렸다. 최근 일본과 연령별 한일전에서 네 차례 연속 0-3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별렀던 변성환호의 열망은 주심의 '황당 판정'으로 사라졌다. 주심의 계속된 '이상 판정'은 또 다시 한일전 0-3 패배의 망령까지 불러들이며 연패 숫자를 '5'로 늘렸다.

변성환 감독이 이끄는 한국 17세 이하(U-17) 남자축구대표팀은 2일 오후 9시(한국시간) 태국 빠툼타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계속 비가 내리는 악천후와 함께 주심 몽콜차이 페츠스리(태국)의 황당한 판정으로 주축 센터백 한 명이 전반 경고 2회 퇴장을 당하는 수적 열세를 면치 못한 끝에 0-3으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은 4위까지 주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본선(11월·인도네시아) 진출 티켓을 확보한 상태여서 본선에서의 '설욕 기회'를 남겨놓고 있다.

2일 일본과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태국 주심이 전반 44분 센터백 고종현의 경고2회 퇴장을 선언하자 한국 선수들이 항의하고 있다. 태국 주심은 후반 김민준의 돌파 상황에서 골키퍼 태클에 걸려 넘어졌으나 페널티킥 파울을 불지 않았다./빠툼타니(태국)=KFA
2일 일본과 U-17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태국 주심이 전반 44분 센터백 고종현의 경고2회 퇴장을 선언하자 한국 선수들이 항의하고 있다. 태국 주심은 후반 김민준의 돌파 상황에서 골키퍼 태클에 걸려 넘어졌으나 페널티킥 파울을 불지 않았다./빠툼타니(태국)=KFA

태국 주심 몽콜차이 페츠스리는 이날 팽팽하던 경기 흐름을 일본쪽으로 돌려놓는 잇따른 '황당 판정'으로 한국 선수들의 발목을 붙잡았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펼쳐지던 전반 44분 한국의 센터백 고종현에게 경고 2회 퇴장을 명령한 데 이어 후반 39분 스트라이커 김명준의 페널티에어리어 내 돌파 당시 골키퍼의 태클에 걸려 넘어진 상황에서도 페널티킥 파울을 불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이에 항의하던 벤치의 변성환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 대회에선 비디오판독(VAR)을 하지 않고 있다,

첫 실점의 빌미가 된 상황부터 한국에 극히 불리했다. 태국 주심 몽골차이는 일본 포워드 미츠와키의 경합 상황에서 고종현에게 경고 2회 퇴장을 명령, 경기 상황을 기울게 만드는 빌미의 프리킥을 내줬다. 페널티 박스 왼쪽 외곽을 파고드는 일본의 평범한 공격 상황에서 고종현과 미츠와키가 몸싸움을 벌였으나 선수들 뒤쪽에 있던 주심은 고종현에게 파울을 선언한 데다 옐로카드까지 꺼내들어 한국 벤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고종현의 경고 2회 퇴장으로 얻어낸 프리킥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일본 나와타(14번)의 골 세리머니 장면./빠툼타니=KFA
고종현의 경고 2회 퇴장으로 얻어낸 프리킥에서 선제골을 기록한 일본 나와타(14번)의 골 세리머니 장면./빠툼타니=KFA

파울 판정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게 옐로카드 2회로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자 한국 선수들은 강하게 항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운의 프리킥을 얻은 일본의 나와타는 한국의 왼쪽 골문을 노리는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연달아 선방을 펼치던 한국 골키퍼 홍성민이 오른팔을 쭉 뻗어 볼을 쳐내려했으나 역부족일 만큼 킥이 절묘했다.

변성환 감독은 전반 종료 직전 미드필더 양민혁을 빼고 수비수 유민준을 투입하며 퇴장당한 고종현의 공백을 메우게 했다.

이날 경기는 경기 전 폭우와 경기 내내 비가 내려 그라운드가 젖어있는 악조건 속에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전개됐다. 주심의 황당 판정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느 팀이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팽팽한 경기가 전개됐다. 비록 땅볼 패스가 젖은 그라운드 상태로 멈추기도 하고, 드리블 또한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변수가 있었으나 양팀 모두 한일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빠른 템포의 경기로 흥미를 자아냈다.

설욕을 별렀던 한일전에서 또 0-3 패배를 당한 한국선수들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FIFA U-17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획득, 명예회복의 기회를 갖고 있다./빠툼타니=KFA
설욕을 별렀던 한일전에서 또 0-3 패배를 당한 한국선수들은 오는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FIFA U-17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획득, 명예회복의 기회를 갖고 있다./빠툼타니=KFA

하지만 주심은 전반 19분께 진태호가 왼쪽 측면부터 돌파에 성공하며 페널티박스 안까지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넘어졌으나 정상적인 경합 과정으로 판단, 파울을 불지 않았으며 전반 중반 고종현과 미츠와키의 경합에선 고종현에게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첫 번째 경고는 고종현이 미츠와키의 재빠른 몸놀림을 저지하기 위해 하의를 잡아당기는 파울을 범해 경고를 줄 수도 있었으나 두 번째 파울은 한국 벤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전혀 급한 상황도 아니었고, 파울을 분다고 해고 경고까지 줄 상황은 아닌 걸로 보였다.

전반 46분 주심의 황당 판정으로 나와타에게 프리킥 선제 실점한 한국은 결국 후반 나와타와 미츠와키에게 연속 실점하며 0-3 패배를 기록했다. 선제 실점을 하기 전까지 한국은 56%-44% 정도의 볼점유율 우세를 보였으며 전반 종료까지 51%-49%의 우위를 유지했다. 전반 슈팅 수에서도 5-5의 박빙을 보였으며 유효슈팅에서 2-3으로 뒤졌을 뿐 코너킥에선 2-0으로 앞섰다. 후반 김명준의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페널티킥 파울만 얻었다면 경기 상황은 반전될 수도 있었다.

후반 일본 골키퍼의 태클에 걸려 페널티박스에서 넘어졌으나 페널티킥 파울을 얻어내지 못한 한국 스트라이커 김명준(왼쪽)./빠툼타니=KFA
후반 일본 골키퍼의 태클에 걸려 페널티박스에서 넘어졌으나 페널티킥 파울을 얻어내지 못한 한국 스트라이커 김명준(왼쪽)./빠툼타니=KFA

결국 21년 만의 우승이자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 한국은 주심의 '황당 판정'과 '디펜딩 챔피언' 일본의 벽을 넘지 못 하고 불명예스러운 연령별 한일전 연패를 5경기로 늘리고 말았다. 5연패 모두 0-3패배여서 더 뼈아팠다. 이미 3번 우승컵을 차지한 바 있는 일본은 2연속 대회 우승과 함께 최다인 4회 우승에 성공했다. 최근 한국의 연령별 축구대표팀은 한일전에서 5경기 연속 0-3 완패를 당했다. A대표팀과 17세 이하(U-17) 대표팀이 각 2회, 23세 이하(U-23) 대표팀 1회로 모두 5차례 한일전에서 0-3 굴욕을 맛봤다.

한국은 2019년 12월18일 부산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에서 황인범의 결승골로 1-0으로 이긴 뒤 이어진 각급 대표팀 한일전 5경기에서 모두 0-3으로 완패했다. A대표팀은 2021년 3월25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친선 경기에서 0-3으로 졌다. 17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해 6월 8일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U-16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0-3으로 패한 데 이어 이날 결승전에서 0-3으로 졌다.

23세 이하 대표팀은 지난해 6월 12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AFC U-23 아시안컵 8강전에서 0-3으로 져 탈락했다. A대표팀은 지난해 7월27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EAFF E-1 챔피언십에서 0-3으로 졌다.17세 이하 대표팀만 따져도 한국은 8년째 일본에 이기지 못했다. 2015년 일본 구마모토에서 열린 친선 경기 1차전(12월9일)에서 김찬(2골)과 김동범의 골로 3-1로 이겼지만 2차전(12월11일)에서 1-4로 졌다. 이후 지난해 U-16 인터내셔널 드림컵에서 0-3으로 지고 이날 설욕에 실패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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