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지배자' 이강인, 클린스만호 미래를 밝혔다
입력: 2023.06.17 07:53 / 수정: 2023.06.17 08:12

16일 한국-페루전 풀타임 대활약, 0-1 패배에도 그라운드 '지배'
돌파 드리블 킬러패스 탈압박 '매직쇼'..."승리 못해 아쉽다"


클린스만호의 미드필더 이강인(왼쪽)이 1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평가전에서 날카로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이강인은 공격포인트만 없었을 뿐 다채로운 기량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하며 만원을 이룬 부산팬들을 즐겁게 했다./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클린스만호의 미드필더 이강인(왼쪽)이 1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평가전에서 날카로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이날 이강인은 공격포인트만 없었을 뿐 다채로운 기량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하며 만원을 이룬 부산팬들을 즐겁게 했다./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나무 사이로 빠져나가는 바람처럼 자유로웠다. 클린스만호의 패배를 지워도 될 만큼 '골든 보이' 이강인(22·마요르카)은 그라운드를 지배하며 한국축구의 미래를 밝혔다. 현란한 돌파와 드리블, 결정적 기회를 만드는 킬러패스와 탈압박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냈다.

위르겐 클린스만(59)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페루와 A매치 평가전에서 전반 11분 수비진이 무너지며 브라이언 레이나에게 선제 결승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독일 스타플레이어 출신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데뷔 2연전에서 1무 1패를 거둔 뒤 페루전에서도 패함으로써 첫승을 기록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이강인의 대활약은 클린스만호 패배를 잊게 만들었다. 공격포인트만 없었을 뿐,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5만 2443명의 관중들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경기는 3년 6개월 만에 부산에서 열리며 만원을 이뤘다.

이강인이 현란한 돌파로 페루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이강인이 현란한 돌파로 페루 수비수를 따돌리고 있다./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이강인은 볼을 잡을 때마다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지난 5월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은 손흥민이 회복에 집중하며 선발 라인업에 제외된 가운데 공격의 지휘자로 결정적 득점 기회만 5차례 이상을 만들었다. 오현규 조규성이 이강인의 절묘한 크로스를 득점으로 연결했다면 클린스만 감독은 첫승을 기록할 수도 있었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가 3~4번 있었다. 동점골 역전골 기회가 있었는데 득점하지 못해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후반 28분 직접 헤더로 연결한 이강인의 슛과 두 차례나 조규성에게 완벽에 가까울 만큼 연결한 크로스를 언급한 것이다. 조규성의 헤더가 조금만 더 골문을 향했다면 쉽게 역전도 가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손흥민이 결장한 가운데 워낙 군계일학으로 돋보인 이강인의 활약에 대해 칭찬과 함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강인은 남미에서 유명한 선수가 됐다. 경기초반부터 이강인이 공을 잡으면 2~3명의 수비가 붙었다. 이강인의 경기를 보는 것은 즐겁다. 더 성장해야하는 선수다. 아직 언제 드리블해야하고 패스하고 수비를 떨궈놓고 받아야하는지 등을 더 잘 판단해야한다. 분명 좋은 선수지만 혼자서는 경기에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고 말했다.

패배를 아쉬워하는 이강인(오른쪽)을 위로하는 손흥민./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패배를 아쉬워하는 이강인(오른쪽)을 위로하는 손흥민./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실제로 이강인의 이날 활약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우려했던 수비 불안으로 전반 11분 선제골을 내준 뒤 반전의 실마리를 푼 것은 이강인이었다. 주전 센터백 듀오 김민재와 김영권은 각각 군사훈련과 부상(햄스트링)으로 이번 2연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강인은 전반 26분 왼쪽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는 이재성을 정확히 찾아 완벽한 중장거리 패스를 날린 데 이어 전반 34분에는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에서 특유의 왼발 감아차기로 페루 왼쪽 골문을 노렸다. 페루 골키퍼 페드로 가예세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을 정도로 절묘한 슛으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후반 17분에는 황희찬의 짧은 패스를 순식간에 오른쪽에서 파고드는 오현규에게 연결하는 재치를 발휘하며 결정적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오현규의 슛이 불발됐지만 황희찬의 돌파와 360도 시야를 확보하며 패스와 슛 타이밍을 판단하는 결정력은 예전에 비해 월등히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상대 선수와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체력을 보였고,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는 판단력은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독일 스타플레이어 출신 클린스만 감독. 그는 이강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은 항상 즐겁다고 칭찬했다./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독일 스타플레이어 출신 클린스만 감독. 그는 이강인의 플레이를 보는 것은 항상 즐겁다고 칭찬했다./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남용희 기자

후반 28분에는 황희찬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방아를 찧는 듯한 헤더로 연결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이강인의 헤더 슛은 원바운드로 페루 골문을 노렸으나 아쉽게도 골키퍼 가예사 선방에 막혔다. 이강인은 조규성이 교체투입된 뒤 더 환상적 연결 플레이를 보였다. 후반 32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왼발 크로스를 조규성의 헤더를 끌어냈고 후반 45분에는 날카로운 왼쪽 코너킥으로 조규성의 헤더를 끌어냈지만 조규성이 슛이 아쉽게도 약간씩 골대를 벗어났다.

그라운드를 지배한 이강인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기지 못해 아쉽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 이기고 싶다. 항상 팀에 도움이 되려 노력한다. 다른 것보다 팀 승리가 중요하다. 이기기 위해 뛴다"고 말했다.

2024년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고 있는 클린스만호는 오는 20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와 경기를 벌인다. 1무2패를 기록 중인 클린스만호가 첫승을 올릴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 0-1 페루

▲득점 : 브라이언 레이나(전11)

▲출전선수 : 김승규(GK) 이기제(후40 박규현) 정승현 박지수 안현범(후40 나상호) 이재성(후18 홍현석) 원두재(후27 박용우) 황인범 이강인 오현규(후18 조규성) 황희찬(후40 황의조)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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