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수업료' 낸 벤투호, 손흥민을 어찌 할꼬?...브라질전 '교훈'
입력: 2022.06.03 00:00 / 수정: 2022.06.03 00:00

2일 한국-브라질전 1-5 완패로 얻은 숙제 분석

벤투호의 캡틴 손흥민은 2일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집중적 견제를 받아 제대로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벤투호의 캡틴 손흥민은 2일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집중적 견제를 받아 제대로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팬들의 실망이 웃음꽃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한국과 브라질의 평가전은 예상을 훨씬 벗어난 1-5 패배로 끝났다. 볼을 잡을 때마다 브라질 선수 2~3명을 달고 뛴 손흥민은 경기 후 방송사 인터뷰에서 "많은 팬들이 실망하셨을 텐데, 세계적 강팀과 경기에서 얻은 것도 많았다. 작은 실수와 틈이라도 용납이 되지 않는 팀과 경기를 했다. 배울 점이 많았다. 적지만 득점 기회도 있었다. 오늘의 실망이 웃음꽃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며 벤투호의 캡틴다운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경기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EPL)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과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의 대결로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손흥민과 30세 동갑내기인 네이마르는 전날 훈련 중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노쇼' 논란을 일으킨 호날두와 달리 선발 출장하며 페널티킥 2골을 넣어 비록 적이지만 한국팬들의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브라질 수비 벽 사이로 슛을 하는 손흥민./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브라질 수비 벽 사이로 슛을 하는 손흥민./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하지만 벤투호의 1-5 패배는 오는 11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노리는 목표에 너무나 많은 난관이 존재함을 알려줬다. '카나리아 군단'의 파워풀한 전방 압박과 리드미컬한 몸놀림은 아시아권 선수들과 수준이 달랐다. 5실점이 오히려 다행일 정도로 수비진은 붕괴됐다. 6만 4000여 만원 관중의 일방적 성원을 등에 업고도 한국 선수들은 엉성한 빌드업과 한 템포 느린 공격 전개로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숙제를 한아름 떠안았다.

특히 이날 경기의 아쉬운 점은 벤투호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 하고, 오히려 약점만 더 부각되는 경기를 했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의 강점은 세계 축구계의 '월드 클래스'로 통하는 EPL 득점왕 손흥민이란 날카로운 창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를 충분히 살리지 못 했다. 물론 손흥민에게 브라질 수비가 집중되는 바람에 황의조 황희찬 황인범 등에게 슈팅 찬스가 주어졌으나 이는 부가적 효과일 뿐, 정작 가장 득점력이 높은 손흥민의 골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은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로 지적된다.

3명의 수비를 순간적 돌파로 뚫는 네이마르./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3명의 수비를 순간적 돌파로 뚫는 네이마르./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이 올시즌 EPL 득점왕에 오를 수 있었던 데는 미드필드진까지 내려와 폭넓게 볼을 배급하는 포워드 해리 케인, 오른쪽 윙포워드 데얀 쿨루셉스키의 안정적 볼 배급 등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레길론과 이메르송 등 윙백들의 공격 지원과 미드필더 호이비에르, 벤탄쿠르의 지원 사격 역시 손흥민이 마음 놓고 스프린트를 하며 득점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브라질전에서 손흥민은 사면초가에 놓인 고독한 맹수처럼 보였다. 후반 37분 상대 볼을 가로채 '손흥민존'에서 조금 벗어난 페널티에어리어 외곽에서 왼발 슛을 날린 것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득점 기회를 잡지 못 했다. 스프린트로 공격 기회를 잡아도 볼이 배급되지 않고, 설사 볼을 잡더라도 상대 수비수 들이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볼을 받아 오히려 부상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의 카드섹션.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4000여 관중들로 만원을 이뤘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한국대표팀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의 카드섹션.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6만4000여 관중들로 만원을 이뤘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이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김승규 골키퍼가 볼을 잡았을 때부터 확실한 공격 전개를 하지 못 하고 수비수들과 어정쩡한 빌드업을 하다가 상대의 적극적 전방 압박에 가로 막혀 실점 위기를 자초하며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 됐다. 주전 수비수 김민재가 부상으로 결장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과 오른쪽 풀백 이용의 컨디션이 난조였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하프라인을 넘어서기가 힘들 정도로 허점이 많았다.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꼽히는 브라질 선수들은 마치 동남아 선수들이 뛰는 것처럼 경기에 집중하며 공격에서 볼을 빼앗겼을 때 순식간에 3명이 1명을 둘러싸는 적극적인 전방압박으로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당황하는 상대 선수들로부터 오히려 다시 볼을 빼앗아 공격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공격권이 넘어가면 모두 물러서는 아시아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세계축구의 흐름을 브라질전 완패로 뼈아프게 배운 셈이다.

브라질전 전반 31분 동점골을 넣은 황의조의 골세리머니./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브라질전 전반 31분 동점골을 넣은 황의조의 골세리머니./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데, 공격이 제대로 되겠는가. 홀로 뛰는 손흥민의 움직임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전술 개발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벤투호는 오는 6일 오후 8시 칠레와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10일 오후 8시 파라과이와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14일 오후 8시 이집트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평가전을 갖는다. 오늘 11월 열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포르투갈 가나 우루과이와 함께 H조에 속한 한국은 브라질과 평가전을 계기로 드러난 숙제를 남은 3경기에서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목표인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바라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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