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캡틴' 손흥민이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전반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더팩트 | 박순규 기자] 팬들이 보고싶은 모든 것이 꿈처럼 이뤄졌다. '슈퍼 소니' 손흥민의 원더골이 터졌다. 이란과 11년 악연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1골차도 아닌 2골차 승리는 선수들이 보고싶었다며 카드섹션을 펼친 6만 4000여 관중의 환호와 감동을 자아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라이벌'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홈경기에서 전반 47분 손흥민의 월드클래스급 선제골과 후반 18분 김영권의 추가골로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11년 만에 이란에 승리를 거두며 7승2무, 승점 23으로 승점 22의 이란(7승1무1패)을 제치고 드디어 조 선두로 나섰다. 이란은 한국 원정에서 패함으로써 무패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통산 11회 진출)을 이미 확정한 한국이 오는 29일 아랍에미리트(UAE)와 10차전을 이겨 1위를 지킨다면 카타르 월드컵 본선 조추첨에서 강팀을 피할 수 있는 유리함을 안게 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김영권(오른쪽)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한국은 2011년 1월2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1-0)에서 이란을 이긴 후 11년 동안 7경기에서 3무4패로 승리가 없었으나 이날 경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둠으로써 드디어 이란과 11년 악연을 끊게 됐다. 포르투갈 출신의 벤투 감독 또한 이날 이란전 승리로 역대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통틀어 단일 재임 기간 최다 승을 기록하게 됐다. 벤투 감독은 2018년 8월 부임한 이후 A매치에서 28승(10무4패)을 기록,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감독(27승5무7패)에 1승을 앞섰다. 벤투 감독은 또 홈에서 20경기 무패(16승4무)를 이어갔다.

역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0-0 균형을 이루던 전반 추가시간인 47분 20여m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통쾌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란 진영 왼쪽에서 볼을 인터셉트한 손흥민은 단독 드리블로 공격 기회를 만든 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외곽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이란 골문을 열었다.

손흥민의 중거리슛을 예측하지 못 한 이란 골키퍼 아미르 아베드자데는 펀칭으로 슛을 방어하려다 워낙 강력한 슛을 미처 처리하지 못하고 오른쪽 골문으로 실점했다. 순식간에 이란 수비진을 흔들며 찬스를 만든 뒤 전반전 단 한 번의 슛을 골로 연결한 '원샷 원킬'의 월드클래스 슈팅에 '보고싶었습니다'로 카드섹션을 한 홈팬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팬들은 선수들을 보고싶었고, 선수들은 팬들을 보고싶었으며 손흥민의 골 또한 보고싶었던 팬들의 바람은 실제로 상암벌에서 이뤄졌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 대한민국과 이란의 경기가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의 카드섹션이 펼쳐지고 있다./서울월드컵경기장=남용희 기자

손흥민은 특히 이번 최종에선 이란전 2경기에서 모두 선제골로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최종예선 4골을 넣으며 선두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골키퍼와 1대1로 맞서는 상황에서 멀티골을 기록할 수 있었으나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무산됐다.

손흥민의 선제골은 김영권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특히 김영권의 골은 황희찬의 컷백과 이재성의 논스톱 패스, 김영권의 피니시로 이어지는 '팀골'이었다는 점에서 빛을 발했다. 후반 18분 황희찬이 들소처럼 이란 수비진영을 뚫고 골라인까지 돌파한 뒤 내준 컷백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이재성이 지체없이 중앙으로 밀어주자 수비수 김영권이 곧바로 왼발을 갖다대며 2-0 추가골을 끌어냈다. 이란은 초반 20분만 전방 압박으로 위협적 공격을 펼쳤으나 이후 아즈문만 남겨놓고 모두 수비에 치중하는 등 열세를 면치 못 했다.

이날 파울루 벤투 감독은 황의조(보르도)를 최전방에 세우고, 좌우에 손흥민과 황희찬(울버햄튼)을 포진시켰다. 정우영(알 사드)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세우고 권창훈(김천)과 이재성(마인츠)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포백에는 김진수(전북), 김영권(울산), 김민재(페네르바체), 김태환(울산)을 배치했다. 골문은 김승규(가시와 레이솔)에게 맡기는 4-1-4-1시스템을 가동했다.

전반 20분까지는 한국 수비진이 이란의 적극적인 전방압박에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우영과 김민재의 실수가 눈에 띄었으며 바뀐 잔디에 적응하지 못 하는 모습으로 불안감을 보였다. 하지만 20분 이후 안정감을 찾으며 측면 공격이 살아나고 원터치 패스가 이어지면서 공격 기회를 점점 늘려가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날 경기는 오전 6만 2000장의 입장권이 판매된 데 이어 경기 시작을 앞두고 6만 4000장의 입장권 전석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매진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9년 3월 26일 열렸던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 이후 3년 만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축구전용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이 만석이 된 것은 2001년 개장 이후 열 번째다.

한국축구대표팀은 오는 29일 오후 10시 45분 아랍에미리트와 원정 10차전으로 최종예선 일정을 모두 마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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