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캡틴' 손흥민이 12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후반 3분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황의조와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테헤란=KFA 제공 |
12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4차전 한국 1-1 이란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스타는 위기에서 빛을 발했지만 '아자디 징크스'는 견고했다. '슈퍼 소니' 손흥민(29·토트넘)이 2경기 연속골로 47년 동안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던 '아자디 징크스'를 깨는 듯했으나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동점골을 내주며 승전보가 무산됐다. 손흥민은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천금 같은 골을 기록한 세 번째 한국 선수로 영광스러운 이름을 올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원정 4차전에서 전반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 3분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31분 자한바크시에게 헤더 동점골을 허용,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승점 3점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4경기 연속 무패행진(2승2무)을 벌이며 승점 1점을 얻는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한국의 '캡틴' 손흥민은 이란 수비라인을 한 방에 무너뜨리는 이재성의 스루패스를 받아 단독 드리블한 뒤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상대 골키퍼가 꼼짝을 못 하는 오른발 땅볼 슛으로 이란 골문을 열어 승리를 견인하는 듯했다.
이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도 슛을 날리는 손흥민./테헤란=KFA 제공 |
지난 7일 시리아전에서도 2-1 결승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가장 큰 고비로 평가된 이란 원정 경기에서 승점 1점을 획득하는 선제골을 기록하는 연속골 행진으로 월드클래스 공격수의 위상을 입증했다. 손흥민은 1977년 이영무, 2009년 박지성에 이어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기록한 한국의 세 번째 선수로 기록됐다.
이로써 한국은 2승 2무 승점 8로 A조 2위를 지켰다. 이란은 3승1무 승점 10으로 단독 선두를 유지했다. 이란의 드라간 스코치치 감독은 부임 후 10연승을 달리다가 가장 경계할 선수로 꼽았던 손흥민에게 선제골을 얻어맞고 첫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란의 잇따른 위협적 슈팅을 동물적 감각으로 쳐내고 있는 골키퍼 김승규./테헤란=KFA 제공 |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6위의 한국은 아시아 회원국 중 가장 FIFA랭킹이 높은 22위의 이란과 지난 1974년 9월 아라야메르 스타디움(현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을 시작으로 모두 7경기(2무5패)를 치러 단 한 번도 승전보를 띄우지 못 하다가 47년 만에 처음 '아자디 징크스'를 깨는 듯했으나 후반 25분 이후 이란의 집중 공격을 막지 못 해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은 2011년 1월 아시안컵 8강에서 윤빛가람(울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긴 후 6경기에서 2무4패를 기록하다가 7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는 듯했으나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전적에서도 9승 10무 13패를 기록했다.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매우 좋은 팀이고,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우리는 매 경기 승점 3점을 따기 위해 준비할 것이다"며 승리에 강한 의욕을 보이며 최강 멤버로 스타팅 멤버를 구성했다. 벤투호의 유럽파 3총사 손흥민(토트넘)과 황의조(보르도), 황희찬(울버햄튼)을 사상 첫 이란 원정 승리를 위해 선봉에 내세웠다.
지난 7일 시리아와 홈경기 명단에서 공격 2선의 송민규(전북)를 이재성(마인츠05)으로 바꾼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10명의 스타팅 멤버는 동일했다. 2-1 승리의 기세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전방에 황의조를 세우고 손흥민과 이재성, 황희찬이 공격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을 펼치며 페널티박스에서 슛 찬스만 생기면 과감하게 슈팅을 날리는 전략을 폈다.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인 수비형 미드필드진에는 정우영(알사드)과 황인범(루빈 카잔), 포백진에는 홍철(울산)~김영권(감바오사카)~김민재(페네르바체)~이용(전북)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골문은 주전 김승규(가시와 레이솔)가 지킨다.
12일 이란전에 나선 한국의 스타팅 멤버./KFA 제공 |
전반에는 양팀 모두 수비를 탄탄히 한 가운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한국은 킥오프 휘슬과 함께 나선 공격에서 황의조의 슛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슈팅 전략을 폈다. 아자디 스타디움이 고지대인 점을 고려해 공격수들의 슛이 눈에 띄게 많았다. 전반 12분에는 이재성의 헤더가 이란 골문을 위협했으며 32분 황인범의 왼발 중거리슛, 39분 손흥민의 왼발슛이 연달아 이란 골문을 향했다.
하지만 피지컬이 좋은 이란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수비에 막혀 정확한 슛이 이뤄지지 않아 골문을 뚫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전반 43분에는 세 차례의 결정적 이란 공격수의 슛을 골키퍼 김승규가 선방하며 실점 위기를 모면했다. 이란 투톱 아즈문의 강력한 오른발 슛에 이은 카리미의 오버헤드킥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위력을 보였다. 김승규의 감각적인 펀칭이 아니었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슛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황인범이 이란 진영에서 과감한 중거리 슛을 날리고 있다./테헤란=KFA 제공 |
이날 경기는 무관중, 무VAR(비디오판독)시스템으로 진행됐다. 당초 이란축구협회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1만여 명을 입장시킬 계획이었으나 FIFA 승인을 받지 못해 무관중이 결정됐다. ‘원정 팀의 무덤’으로 불리는 해발 1273m 고지대에 위치한 아자디스타디움의 공식 수용인원은 8만 명이지만 입석까지 포함해 최대 10만여 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한국으로선 이란 관중의 일방적 홈팀 응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월드컵 예선에서 적용되고 있는 VAR시스템은 국제사회 제재를 받아온 이란이 반입한 VAR시스템을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승인하지 않아 운영되지 않았다.
한국은(FIFA랭킹 36위)은 이란(22위), 아랍에미리트(UAE 69위), 이라크(72위), 시리아(81위), 레바논(97위)과 함께 A조에 속해있다. A, B조 12개 팀 중 상위 1~2위 팀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각 조 3위 팀끼리 아시아 지역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대륙별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행 주인공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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