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장현수가 90분 이상 잘하고도 욕먹는 이유
입력: 2018.09.12 05:00 / 수정: 2018.09.12 09:11
장현수가 칠레와 평가전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아쉬움을 남겼다. /뉴시스
장현수가 칠레와 평가전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해 아쉬움을 남겼다. /뉴시스

장현수, 칠레전 후반전 추가시간 '결정적 실수'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상대 공격수들의 강한 압박을 잘 견뎌내며 실점하지 않았다. 중원에서 재치 있는 로빙 패스로 동료 공격수에게 좋은 찬스를 열어줬다. 코너킥 기회에서는 공격에 가담해 골대를 살짝 빗나가는 멋진 헤더 슈팅을 작렬했다. 경기 내내 준수한 활약으로 팀의 중심을 잘 잡았다. 하지만 후반전 추가시간에 결정적인 패스미스로 경기를 망칠 뻔했다. 장현수가 90분 이상을 잘하고도 욕먹고 있다.

약 두 달여 전 장현수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수 차례 치명적인 실책으로 고개를 숙였다. 문제는 집중력 부족이었다. 신태용호의 수비 핵심이었던 그가 순간적으로 기본적인 부분을 지키지 못하며 작아졌다. 장현수를 중심으로 수비의 판을 짠 신태용호는 장현수가 무너지면서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칠레와 평가전. 장현수는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선택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김영권과 중앙수비를 맡았다. 칠레 선수들의 강력한 압박에 고전하기도 했으나 적절한 커버 플레이와 클리어링으로 위기를 넘겨나갔다. 후반 22분 한국이 이날 기록한 슈팅 가운데 가장 날카로운 작품을 만들며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확실히 두 달여 전 월드컵때와 다른 모습이었다.

장현수(오른쪽에서 세 번째 20번)가 칠레와 평가전에서 후반 22분 멋진 헤더 슈팅을 터뜨리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남윤호 기자
장현수(오른쪽에서 세 번째 20번)가 칠레와 평가전에서 후반 22분 멋진 헤더 슈팅을 터뜨리고 있다. /수원월드컵경기장=남윤호 기자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집중력 부족'이 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후반 48분 어이없는 패스미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우리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에 백패스를 건네며 위기를 자초했다. 골키퍼 김진현의 적절한 방어와 상대 공격수의 어설픈 마무리로 골을 내주지 않았지만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만약 골이 됐다면 '버저비터 실점'이었다. 0-0 무승부가 지워지고 0-1 패배가 확정될 뻔했다.

92분 이상을 잘 뛰고도 단 한순간 집중력을 잃으며 비판을 받고 있다. 장현수 자신도 곧바로 아찔하다고 느꼈다. 백패스 실수 후 뒤늦게 골문으로 따라갔고, 골이 되지 않자 골포스트를 발로 차면서 자책했다. 뭔가에 홀린 듯한 순간의 실수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기 후 장현수는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주위를 잘 살피지 못했다. 마지막 몇 초가 90분보다 길었다. 모두 제 잘못이다." 경기 막판 치명적인 실수로 잘했던 92분의 성과를 모두 까먹고 말았다. 스스로도 그 부분을 알고 있다. 열 번 잘하고도 한 번 실수하면 욕먹는 게 수비수의 숙명 아니던가.

물론 실수가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세계적인 수비수들도 이해할 수 없는 큰 실수를 하는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실수가 계속 반복되면 고질병처럼 번진다. 월드컵이 끝난 후 "장현수가 절대 그런 실수를 할 선수가 아닌데"라는 아쉬움 섞인 말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실수를 할 선수가 원래 정해져 있진 않다. 자꾸 실수하면 특급선수도 '실수를 자주 하는 그런 선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팬들이 전후반 90분 이상을 잘 뛰어준 장현수를 비판하는 이유는 집중력 부족에 의한 실수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여전히 대표팀 수비의 핵심인 그에 대한 기대가 크기에 비판 수위가 높다. 실수가 반복되면 실력이다. 여러 가지 능력을 갖춘 장현수 본인도 해결책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한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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