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17일 인도네시아 반둥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2차전 대한민국과 말레이시아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한국은 손흥민을 투입하고도 1-2로 충격패를 당했다./반둥(인도네시아)=뉴시스 |
[더팩트|박대웅 기자] '오만'이 부른 참사였다. 와일드카드 손흥민(26·토트넘)을 투입하고도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상대는 120% 최선을 다했고 김학범호는 기대 이하의 졸전에 그쳤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이 17일 인도네시아 반둥의 시 잘락 하루팟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2차전에서 충격의 1-2로 패배를 당한 것은 스스로 불러들인 측면이 크다. 이틀 전 첫 경기에서 바레인을 6-0으로 제압한 여세를 몰아 선발 6명을 교체하며 2연승을 노린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 축구의 조직력을 간과한 오만으로 볼 수밖에 없다. 사자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는 이치를 저버린 결과다.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23세 이하 대회에서 진 것은 무려 8년 만이다. 김학범 감독은 3-5-2전형으로 양쪽 윙백을 적진 깊숙이 침투시키는 전략으로 상대 밀집수비 중앙을 허물어뜨리는 카드를 들고 나왔으나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전진패스는 번번이 강약을 맞추지 못해 실수로 이어졌고, 헛심만 쓰는 결과를 초래했다.
KBS에서 중계를 한 이영표 해설위원은 경기 내내 사이드 공간 활용을 외쳤으나 대표팀은 시종일관 중앙공격을 시도하다 제풀에 나가떨어졌다. 전반에만 2골을 내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 들었다. 결국 후반 12분 손흥민을 투입하며 컨디션 조절과 경기 흐름의 반전을 노렸으나 이마저 실패했다.
90분 내내 충격의 연속이었다. 상대의 '침대축구'를 탓하기에는 한국 선수들의 조직력이 너무 부실했다. 공격 전술의 다양성도 떨어졌다. 변화가 부족했다. 황희찬은 결정적 찬스에서 머뭇거리며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양쪽 측면의 오버래핑을 살리지 못했다. 전반 5분 만에 나온 골키퍼 실수가 뼈아팠다. 말레이시아가 롱패스를 시도한 상황에서 골키퍼 송범근과 수비수 황현수가 부딪혔다. 골키퍼가 잡았어야할 볼을 착지과정에서 놓쳤다. 바레인전에서 슈퍼세이브를 보인 와일드카드 조현우를 아낀 게 뻐아팠다.
한국은 조 2위로 16강에 오를 경우 이란과 격돌할 가능성이 커졌다. 스스로 가시밭길을 자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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