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이 33일 동안의 열전을 마감했다. 조별리그 최대 이변으로 꼽힌 한국-독일 경기에서 태극전사들이 골을 터뜨린 뒤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2018 러시아 월드컵, 프랑스 우승으로 마무리
[더팩트 | 심재희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막을 내렸다. 항상 월드컵이 끝나면 시원섭섭하다. 한 달 이상 동안 이어온 낮밤이 바뀌는 피곤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하루 종일 축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한 시간이 지나가 아쉽다. 그런데, '지구촌 축구 축제' 월드컵은 우리에게 곧바로 다시 다가오고 있다.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월드컵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작되는 것이라고. 4년을 달려야 하는 2002 카타르 월드컵 레이스가 출발을 알린 셈이다. 2018년 여름 열대야 속에서 축구팬들을 잠 못 이루게 한 러시아 월드컵. 6월 14일(이하 한국 시간)부터 7월 16일까지 33일 동안 진행된 러시아 월드컵에서 나온 명승부 여섯 경기를 꼽아 본다.
호날두가 스페인과 조별리그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포효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 스페인 3-3 포르투갈(2018년 6월 16일)
누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나. 조별리그 최고의 빅뱅으로 꼽혔던 스페인-프르투갈 경기가 명승부로 펼쳐졌다. 무려 6골이나 터지는 난타전 속에 두 팀이 승점을 나눠가졌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우리형'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호날두는 3번의 '호우 주의보'를 부르며 해트트릭을 폭발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페널티킥 얻어내 직접 골로 연결했고, 전반 44분에 멋진 왼발 슈팅으로 다시 득점에 성공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디에구 코스타(2득점)와 나초 페르난데스의 연속골로 역전을 이루자 호날두가 다시 포르투갈의 해결사로 나섰다. 후반 43분 그림같은 오른발 프리킥으로 스페인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3-3 경기 종료. 포르투갈은 승리같은 무승부를, 스페인은 패배같은 무승부를 받아들여야 했다.
손흥민이 독일과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시간에 쐐기포를 작렬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 한국-독일(2018년 6월 28일)
신태용호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48경기 가운데 가장 큰 이변을 일으켰다.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2-0으로 격침했다. 스웨덴과 멕시코에 연이어 패하며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크게 낮아진 한국은 '전차군단' 독일에 당당히 맞서며 승전고를 울렸다. 후반전 중반까지 독일의 거센 공격을 잘 막아낸 태극전사들은 경기 막판 극적인 연속골을 기록하며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팽팽한 0의 행진이 이어지던 후반전 추가시간. 후반 48분 코너킥 공격에서 김영권이 선제골을 낚았고, 후반 51분 손흥민이 폭풍질주를 벌이며 추가골을 작렬했다. 한국의 2-0 승리. 신태용호는 조 3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독일을 잡으며 끝없는 찬사를 받았다. 반면에 독일은 멕시코와 한국에 덜미를 잡히면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하고 귀국길 보따리를 싸고 말았다.
음바페가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 멀티골을 폭발한 뒤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 프랑스-아르헨티나(2018년 7월 1일)
16강전에서 만난 우승후보들. 너무 일찍 만난 두 팀이 7골을 주고받으며 접전을 펼쳤다. 승자는 '아트사커' 프랑스였다. '19세 앙리' 킬리안 음바페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를 꺾었다. 음바페는 경기 내내 엄청난 스피드로 아르헨티나 수비 뒤 공간을 '탈탈' 털었다. 전반 10분 만에 무서운 질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 앙투안 그리즈만의 선제골을 도왔고, 2-2로 맞선 후반 19분과 23분에는 직접 골을 터뜨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프랑스가 기록한 4골 가운데 3골에 관여하면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반면에 메시는 2도움을 올렸으나 아르헨티나의 패배로 고개를 숙였다. 전체적인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특유의 '미친 득점포'가 잠잠했다. 아이슬란드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놓치는 등 4경기에서 1골에 그치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승리한 벨기에 선수들(오른쪽 빨간 유니폼)이 자축하는 가운데 일본의 요시다(왼쪽 22번) 마야가 좌절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 벨기에-일본(2018년 7월 3일)
'스시타카' 일본이 '유럽 붉은악마' 벨기에를 혼쭐냈다. 하지만 뒷심 부족에 울었다. 일본은 다 잡았던 8강행 티켓을 놓쳤고, 벨기에는 천신만고 끝에 3-2 역전승을 거두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전반전은 벨기에의 공세 속에 득점 없이 마무리 됐다. 후반전 시작과 함께 일본이 '아시아의 힘'을 발휘했다. 후반 3분 하라구치 겐키가 선제골을 만들어냈고, 후반 7분 이누이 다카시가 추가골을 터뜨렸다. 정교한 스루패스와 환상적인 무회전 슈팅으로 벨기에 수비를 박살냈다. 벨기에의 역전쇼는 후반전 중반부터 시작됐다. 후반 24분 얀 베르통언이 행운의 헤더골을 잡아내면서 추격했고, 5분 뒤 마루앙 펠라이니가 동점 헤더골을 작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전으로 갈 것 같은 승부는 '버저비터 극장골'로 갈렸다. 추가시간이 흐르던 후반 49분 벨기에가 역습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일본의 코너킥을 끊어내며 곧바로 빠른 공격에 나섰고, '케빈 데 브리아너 질주-토마스 뫼니에 패스-로멜루 루카쿠 페인트-나세르 샤들리 슈팅'으로 이어지는 그림같은 플레이로 일본의 골문을 갈랐다. 0-2에서 3-2로 뒤집는 멋진 '펠레 스코어 승부'가 완성됐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이 승부차기에서 러시아를 눌러 이긴 뒤 함께 포효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 러시아-크로아티아(2018년 7월 8일)
대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킨 두 팀이 준결승 길목에서 만났다. 밀고 밀리는 접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갈렸다. 장군을 부른 쪽은 러시아였다. 전반 31분 데니스 체리셰프가 멋진 왼발 중거리포로 크로이티아 골망을 흔들었다. 8분 뒤 크로아티아가 멍군으로 응수했다. 안드레이 크라마리치가 마리오 만주키치의 크로스를 헤더 골로 연결해 1-1을 만들었다. 후반전도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득점이 나오지 않으며 연장전으로 승부가 이어졌다. 연장전 전반 10분 크로아티아가 역전골을 성공했다. 세트 피스 상황에서 도마고이 비다가 헤더골을 폭발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후반 10분 똑같은 세트 피스 공격에서 마리오 페르난데스의 헤더골로 2-2로 균형을 다시 맞췄다. 그리고 이어진 승부차기. 덴마크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3번이나 선방한 다니엘 수바시치 골키퍼가 러시아를 상대로도 결정적인 방어를 해내며 크로아티아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11m 룰렛 게임에서 크로아티아가 웃었다.
프랑스 선수들이 결승전에서 크로아티아를 꺾은 뒤 우승컵을 들고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 프랑스-크로아티아(2018년 7월 16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오랜만에 '골 잔치'가 펼쳐졌다. 전반전과 후반전에 3골씩 터졌다. 최후의 승자는 프랑스. 무려 4골을 폭발하며 2골을 기록한 크로아티아를 눌러 이겼다. 경기 초반 크로아티아의 공세에 다소 밀린 프랑스는 전반 17분 프리킥 찬스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의 자책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10분 뒤 세트 피스 위기 상황에서 이반 페르시치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팽팽하던 승부는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과 관중난입 이후 프랑스 쪽으로 기울었다. 프랑스는 전반 38분 코너킥 공격에서 페르시치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 찬스를 얻었다. VAR 판독에 의해 페널티킥이 인정됐고, 그리즈만이 깔끔하게 성공했다. 2-1로 앞선 채 후반전을 맞이한 뢰블레 군단은 후반전 초반 크로아티아의 거센 저항에 고전했다. 그런데 후반 7분 관중 여러 명이 그라운드로 들어와 밀리던 분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거짓말처럼 관중난입 5분 뒤 폴 포그바가 추가골을 터뜨렸고, 후반 20분 음바페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축포를 폭발했다. 이후 프랑스는 위고 요리스 골키퍼의 실책성 플레이로 만주키치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대세에 큰 지장은 없었다. 4-2 프랑스 승리. '아트사커'가 크로아티아 돌풍을 잠재우며 2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