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러시아월드컵] '온몸이 무기' 야신의 땅에서 빛난 '뉴-야신들'
입력: 2018.07.10 05:00 / 수정: 2018.07.10 05:00
조현우가 지난달 열린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승리를 확정한 후 감격해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현우가 지난달 열린 독일과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승리를 확정한 후 감격해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고의 야신은 누구?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이걸 막아?'

'야신의 땅' 러시아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야신 뺨치는 선방쇼를 펼친 골키퍼들의 '야신 모드'가 전 세계 축구팬들을 열광하게 하고 있다. 도대체 야신이 누구길래 골키퍼의 눈부신 선방에 관용적으로 '야신 모드'라는 단어를 사용할까. 풀네임은 레프 아비노비치 야신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골키퍼의 전설이다.

야신은 1952년부터 1971년까지 디나모 모스크바에서 뛰었다. 디나모 모스크바 소속으로 300경기 가량 출전했으며 1995년부터 1969년까지 (구)소련 대표팀의 골문을 지켰다. 모두 78경기에 나서 페널티킥만 150차례 막았다. 야신이 골문을 지키는 사이 소련은 1956년 멜버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1960년 유럽컵(현 유럽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또한 1958 스웨덴 월드컵 8강과 1962 칠레 월드컵 8강, 1966 잉글랜드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도 남겼다. 당시 야신은 위 아래 모두 검은색 유니폼을 입고 나와 '흑거미', '검은 문어' 등 다양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야신이 남긴 업적 중 최고봉은 단연 발롱도르 수상이다. 1956년 처음 만들어진 발롱도르는 그 해 최고의 유럽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1955년부터 국적 제한이 없어졌고, 2007년에는 후보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됐다. 2010년부터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합쳐지면서 FIFA 발롱도르로 명칭이 바뀌었다. 발롱도르는 골키퍼가 받기 어려운 상이다. 그런 발롱도르는 야신은 1963년 골키퍼로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수상했다. 이후 올리버 칸(독일),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 마누엘 노이어(독일)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만큼 야신은 대단한 선수다.

야신의 업적을 장황하게 설명한 건 그만큼 이번 월드컵에서 골키퍼의 활약이 두드러져서다. 손이 아니면 발. 온 몸으로 조국의 영광을 위해 골문을 지킨 골키퍼들의 야신급 활약이 러시아 월드컵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골키퍼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 경우는 페널티킥과 승부차기 상황이다. 이번 월드컵은 유독 페널티킥 상황이 많았다. 8강이 끝난 현재 벌써 28개의 페널티킥이 나왔다. 종전 최고 기록은 1990년부터 2002년까지 3대회 연속 이어지던 18개였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채택된 비디오판독시스템(VAR)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이고르 아킨페프 골키퍼가 승부차기에서 선방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러시아의 이고르 아킨페프 골키퍼가 승부차기에서 선방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번 대회에서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 상황에서 가로 7m32cm, 높이 2m44cm 크기의 골대를 환상적으로 방어한 대표적 '야신'을 꼽자면 단연 '야신의 후예' 러시아의 백전노장 이고리 아킨페프와 덴마크의 카스페르 슈마이켈 그리고 크로아티아의 다니옐 수바시치를 꼽을 수 있다.

아킨페프는 2일 열린 '무적함대' 스페인과 16강 2경기에서 '야신 모드'를 선보였다. 연장까지 120분을 1-1로 마친 두 팀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러시아가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스페인은 5번째 키커로 이아고 아스파스를 투입했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아스파스가 찬 볼은 골문 중앙으로 향했다. 아킨페프는 이미 우측으로 몸을 날린 상태였다. 성공이 예상됐지만 무적함대는 아킨페예프의 왼발에 침몰했다. 아킨페프는 왼발을 들어 올려 골문으로 향하던 공을 걷어냈다. 공격수의 시저스킥과 비슷한 자세였다. 이 선방으로 러시아는 8강에 진출했다.

아킨페프는 크로아티아와 8강에서 또다시 승부차기 방어에 나섰다. 아킨페프는 크로아티아의 두 번째 키커 마테오 코바치치의 슈팅을 막아냈지만, 러시아를 패배에서 구원하지는 못했다. 결국 개최국 러시아의 돌풍은 승부차기 끝에 3-4로 패하며 8강에서 멈췄다. 비록 러시아의 대약진을 이끈 아킨페프의 활약 만큼은 야신과 맞먹었다.

가스페르 수바시치 크로아티아 골키퍼가 중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골문으로 향하는 공을 왼손을 뻗어 방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가스페르 수바시치 크로아티아 골키퍼가 중심이 무너진 상황에서 골문으로 향하는 공을 왼손을 뻗어 방어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러시아에 아킨페프가 있었다면 크로아티아에는 수바시치가 있다. 수비시치는 덴마크와 16강전에서 '발'로 크로아티아의 8강을 이끌었다. 16강에서 크로아티아와 덴마크는 120분 동안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수바시치는 손이 덴마크의 첫 번째 키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킥을 방어했다. 이어 두 차례 더 선방하며 크로아티아의 승부차기 3-2 승리의 주역이 됐다. 월드컵 승부차기 한 경기 3선방은 2006년 포르투갈 히카르두(잉글랜드전 승부차기 3-1) 이후 두 번째다.

스웨덴을 잡고 오른 8강에서 수바시치는 아킨페프와 진검승부를 벌였다. 수바시치는 햄스티링 통증을 딛고 크로아티아에 승리를 안겼다. 크로아티아와 러시아는 연장에서도 한 골 씩을 주고받는 등 120분 동안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수바시치는 러시아의 첫 번째 키커 스몰로프의 슈팅을 그림같이 막아냈다. 수바시치가 먼저 움직였지만 스몰로프의 슛을 몸이 공중에 뜬 상태에서 왼손을 뻗아 걷어냈다. 크로아티아는 덴마크전에 이어 마지막 키커로 나선 이반 라키티치의 침참한 마무리로 4-3으로 승리했다. 덴마크전 3선방에 이어 러시아전에서 1선방을 추가하며 네 번째 세이브를 기록한 수바시치는 역대 월드컵 한 대회 승부차기 최다 세이브와 타이를 이뤘다. 월드컵 한 대회 4세이브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골키퍼 세르히오 고이코체아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세웠다.

피터 슈마이켈 덴마크 골키퍼가 승부차기 상황에서 골문으로 향하는 공을 방어하고 있다. /사진=신화, 뉴시스
피터 슈마이켈 덴마크 골키퍼가 승부차기 상황에서 골문으로 향하는 공을 방어하고 있다. /사진=신화, 뉴시스

축구에서 만약은 의미가 없겠지만, 만약 16강에서 크로아티아가 아닌 덴마크가 올랐다면 수바시치 못지 않을 활약을 펼쳤을 골키퍼가 바로 슈마이켈이다. 슈마이켈은 비록 패배했지만 FIFA 선정 크로아티아와 16강 최우수 선수(Man Of Match·MOM)에 선정됐다. 야신도 버거울 눈부신 활약을 했다. 슈마이켈은 경기 내내 크로아티아의 결정적 슈팅을 막아냈다. 신들린 선방쇼였다.

특히 연장 후반 8분 슈마이켈은 승부를 승부차기까지 끌고가는 '인생 선방'을 했다. 팀이 페널티킥을 내준 상황에서 슈마이켈은 세계적인 미드필더 루카 모드리치와 11m의 거리를 두고 마주했다. 슈마이켈은 자신의 왼쪽 아래 골라인을 노리며 낮게 깔아찬 모드리치의 슈팅을 몸을 날려 품 안에 안았다. 골대 밖으로 쳐 냈다면 2차 슈팅 기회를 줄 수도 있었지만 슈마이켈은 모드리치의 슛을 품에 안으며 그 기회 마저 박탈했다. 완벽한 선방이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도 슈마이켈은 맹활약했다. 크로아티아의 첫 번째 키커 밀란 바델리와 네 번째 키커 피바리치 요십 피바리치의 킥을 막아냈다. 하지만 덴마크는 2-3으로 패하며 8강 티켓을 크로아티아에 내줬다.

조던 픽포드 잉글랜드 골키퍼가 스웨덴과 8강에서 선방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 뉴시스
조던 픽포드 잉글랜드 골키퍼가 스웨덴과 8강에서 선방을 하고 있다. /사진=신화, 뉴시스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조던 픽포드는 '노란 바이킹 징크스'를 온 몸으로 깼다. 잉글랜드는 8일 열린 스웨덴과 8강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깔끔한 스코어지만 픽포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픽포드는 1-0으로 앞선 후반 2분 마르쿠스 베리의 날카로운 헤더를 몸을 날려 쳐내며 실점을 막아냈다. 선방은 계속됐다. 델레 알리의 득점으로 2-0으로 앞선 후반 16분 스웨덴은 완벽한 패스플레이로 잉글랜드의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빅토르 클라손이 마침표를 찍기 위해 슛을 날렸다. 골이 예상됐지만 빅포트는 또다시 막아냈다. 스웨덴 선수들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안타까워 했다. 그 만큼 결정적인 기회였다. 픽포드는 후반 27분 또다시 베리의 슛을 골대 위로 쳐내며 잉글랜드의 확실한 수호신으로 거듭나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야신도 울고갈 선방쇼를 펼친 픽포드는 이날 경기 후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조현우 골키퍼가 골라인으로 향하는 볼을 쳐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현우 골키퍼가 골라인으로 향하는 볼을 쳐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에도 야신급 수문장이 있다. '조헤아' 조현우다. 조현우는 지난달 27일 세계적인 골키퍼 독일의 마누엘 노이어와 맞대결에서 '불꽃 선방'을 펼치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조현우는 노이어가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라는 영예도 함께 얻었다. 독일과 경기에서 조현우의 선방쇼는 후반에 더 빛을 발했다. 조현우는 후반 3분 레온 고레츠카의 완벽한 헤더 슛을 손을 뻗어 막아냈다.

다급해진 독일은 마리오 고메즈, 토마스 뮐러 등 베테랑 공격진을 모두 가동하며 조현우가 지키는 한국의 골문을 노렸다. 결정적인 순간도 있었다. 후반 23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고메스가 조현우의 우측 아래 방향으로 향하도록 절묘하게 헤더로 방향을 틀었다. 골을 외치는 독일 관중의 함성이 터져 나오려는 순간 조현우는 몸을 날려 공을 쳐냈다. 이어 조현우는 후반 43분 토니 크로스의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마저도 넘어지면서 방어했다. 조현우의 선방에 힘입어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4분과 8분 두 번의 '극장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이번 승리로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독일을 두 번째로 꺾으며 러시아 월드컵을 마감했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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