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러시아월드컵] 브라질·스페인·독일 탈락 몰락한 점유율 축구
입력: 2018.07.07 16:00 / 수정: 2018.07.07 23:10
네이마르가 7일(한국시간)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벨기에와 8강전에서 패한 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카잔(러시아)=AP.뉴시스
네이마르가 7일(한국시간)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벨기에와 8강전에서 패한 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은 채 안타까워 하고 있다. /카잔(러시아)=AP.뉴시스

'선 수비 후 역습' 세계 축구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삼바축구' 브라질과 '무적함대' 스페인, '전차군단' 독일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했다. 브라질, 스페인 그리고 독일은 특유의 점유율 축구로 세계 축구를 호령하던 '절대 강자'였지만, '선 수비 후 역습'이 대세로 자리잡은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그나마 8강에 오른 브라질이 체면치레 정도 했을 뿐, 스페인은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러시아의 '파이브백' 라인을 뚫지 못하며 승부차기 접전 끝에 16강에서 패했다.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냈던 독일은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러시아 땅을 떠났다. 조별리그 1차전 멕시코에 0-1로 패한데 이어 3차전 한국에 0-2로 패했다. 스웨덴과 2차전도 종료 직전 터진 토니 크로스의 극적인 버저비터 골이 아니었다면 '무승'으로 귀국길에 오를 뻔 할 정도로 아슬했다.

점유율 축구의 몰락은 '점유율 축구 3국'이 보여준 경기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먼저 브라질은 7일(한국시간) 열린 벨기에와 8강에서 벨기에보다 높은 57%의 점유율과 88%의 패스 성공률(벨기에 83%)을 기록하고도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침몰했다. 브라질은 모두 26개의 슈팅을 시도하고 이중 9개를 유효슈팅으로 연결하고도 벨기에의 골문은 단 한 차례 밖에 열지 못했다. 벨기에는 경우에 따라 윙어까지 3선 라인에 서는 '파이브백'을 가동하며 브라질의 공격을 돌려 세웠다. 브라질은 점유율은 가져갔지만 특유의 패스플레이를 살리지 못한 채 개인기에 의존한 돌파를 시도했고, 번번이 벨기에의 수비벽에 막혀 고개를 떨궜다.

2일(한국시간) 열린 러시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패한 스페인의 헤라르드 피케(오른쪽)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포옹을 나누며 아쉬워 하고 있다. /러시아=뉴시스
2일(한국시간) 열린 러시아와 2018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패한 스페인의 헤라르드 피케(오른쪽)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포옹을 나누며 아쉬워 하고 있다. /러시아=뉴시스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2일 열린 러시아와 16강에서 스페인은 사실상 90-10의 일방적인 점유율 우위를 점하고도 최전방 아르튬 주바까지 센터서클 아래로 내려와 주저 앉은 러시아의 극단적 수비전술을 뚫지 못했다. 스페인은 특유의 '티키타카'로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려 했지만 센터 서클을 넘어서는 순간부터 이어지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압박에 이렇다할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비록 골 결정력이 아쉽긴 했지만 볼을 탈취한 러시아의 역습이 스페인보다 더 골에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냈다.

스페인의 득점은 스페인이 잘했다기 보다는 행운에 가까웠다. 프리킥 상황에서 마르코 아센시오가 찬 볼이 문전 수비수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의 발에 맞고 들어갔다. 행운의 자책골에도 스페인은 페널티박스에서 핸들링 파울을 범하며 주바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전후반 90분은 물론 연장 30분까지 러시아를 공략하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은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월드컵 그리고 유로 2012 우승 당시 압도적 점유율을 바탕으로 패스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돌파하던 모습은 러시아의 압박 속에 보이지 않았다.

스페인과 함께 점유율 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독일도 점유율은 챙겼지만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1차전 멕시코와 경기에서 독일은 점유율에서 우위를 가져가면서도 멕시코의 압박과 빠른 역습을 차단하지 못하며 무너졌다. 한국전도 마찬가지였다. '선 수비 후 역습'의 한국을 상대로 독일은 점유율에서 70-30으로 우위를 가져갔지만 한발 덜 뛰고 골결정력에서 뒤지며 0-2로 패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2로 패한 뒤 독일의 에이스 토니 크로스가 고개를 떨군 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러시아=뉴시스
지난달 27일 열린 한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2로 패한 뒤 독일의 에이스 토니 크로스가 고개를 떨군 채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러시아=뉴시스

한국전에서 독일은 모두 725회 패스를 시도해 625회나 성공했다. 하지만 상대 진영보다 자기 진영에서의 패스가 더 많았다. 반면 한국은 모두 241회 패스를 시도해 178회 성공했다. 3배 이상 많은 패스 시도와 성공에도 독일은 한국의 골망을 열지 못한 셈이다. 활동량은 한국이 많았다. 독일이 115km를 뛰는 동안 한국은 118km로 3km 더 많이 뛰었다. 슈팅에서도 한국은 11개로 26개의 독일보다 15개나 적었지만 2골을 뽑아냈다.

점유율 축구 3국의 몰락은 결국 골결정력 부족과 체력적 열세에서 비롯된 셈이다. 브라질과 스페인 그리고 독일의 탈락과 스웨덴, 러시아, 이란 등 '선 수비 후 역습' 전략 국가의 약진은 월드컵 이후 세계 축구의 변화를 감지하게 하는 바로미터로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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