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일본] '붉은악마' 위협한 '스시타카'가 남긴 숙제
입력: 2018.07.03 13:45 / 수정: 2018.07.03 15:45
벨기에, 일본에 대역전승! 3일(한국시간) 열린 벨기에-일본의16강전에서 승리를 확정한 벨기에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는 반면 일본 선수는 아쉬워하고 있다. /로스토프(러시아)=신화.뉴시스
벨기에, 일본에 대역전승! 3일(한국시간) 열린 벨기에-일본의16강전에서 승리를 확정한 벨기에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는 반면 일본 선수는 아쉬워하고 있다. /로스토프(러시아)=신화.뉴시스

일본, 벨기에에 2-3 역전패! 4년 전 코트디부아르전 악몽 재현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아쉽다. 특유의 '스시타카'의 위력을 발휘한 일본이 '유럽의 붉은악마' 벨기에에 역전패 하며 다잡았던 8강행 티켓을 놓쳤다. 경기 결과도 그렇지만 내용이 더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일본은 3일(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두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벨기에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16강에서 2-3으로 졌다. 먼저 두 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뒷심 부족으로 세 골을 내리 내주며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이날 일본은 후반 20분 이전과 이후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반 45분과 후반 20분까지만 놓고 보면 일본은 선수단 가치 1조 원의 벨기에와 당당히 맞섰고, 이길 수도 있었다.

골도 일본이 먼저 터뜨렸다. 후반 3분 시바사키 가쿠의 스루 패스를 받은 하라구치 겐키가 티보 쿠르투아 골키퍼가 지키는 벨기에의 골문을 열었다. 이어 후반 7분 가가와 신지의 패스를 받은 이누이 다카시가 아크서클 부근에서 무회전 슈팅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경기 종료까지 30여분 남은 상황에서 두 골 차 리드는 웬만해선 잘 뒤집어 지지 않는다. 단순 계산으로 10분에 한 골씩 넣어야 역전되는 격차다. 그런데 일본은 벨기에에 2-3으로 졌다. 또다시 '고질병'에 발목을 잡혔다.

다급해진 벨기에는 후반 20분 두 장의 교체카드를 한번에 사용했다. 힘과 높이의 마루앙 펠라이니와 빠른 발과 크로스 능력을 갖춘 나세르 샤들리를 투입했다. 교체카드는 적중했다. 특히 교체투입된 펠라이니의 맹활약은 일본에 4년 전과 똑같은 실수를 떠올리게 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일본은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코트디부아르와 상대했다. 일본 수비수는 강한 피지컬과 돌파력을 앞세운 디디에 드로그바가 문전에 배치되자 조직력이 눈에 띄게 흔들렸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수비는 드로그바를 막느라 흔들렸고, 코트디부아르는 이 틈을 노렸다. 결국 코트디부아르는 후반 19분과 21분 윌프레드 보니와 제르비뉴야오 쿠아시의 연속골로 일본에 2-1로 승리했다. 드로그바가 직접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드로그바 효과에 일본이 침몰한 셈이다.

펠라이니는 4년 전 드로그바와 똑같은 효과를 냈다. 강한 피지컬의 로멜루 루카쿠를 나름대로 잘 막고 있던 일본 수비는 펠라이니가 문전에 위치하자 틈을 보였다. 동점골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드리블과 기술까지 갖춘 에덴 아자르는 후반 29분 일본의 좌측면을 무너뜨리며 크로스를 올렸고, 펠라이니는 그림같은 헤더로 마무리했다. 앞선 동점골도 높이의 우위를 점한 벨기에가 터뜨렸다. 헤더 공방 속에 얀 베르통언이 마침표를 찍으면서 나왔다.

가와시마 에이지(중간 1번) 일본 골키퍼와 3일(한국시간) 벨기에와 16강전에서 실점 후 골라인을 넘어간 볼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신화, 뉴시스
가와시마 에이지(중간 1번) 일본 골키퍼와 3일(한국시간) 벨기에와 16강전에서 실점 후 골라인을 넘어간 볼을 바라보고 있다. /러시아=신화, 뉴시스

일본은 '스시타카'라고 평가 받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항상 고비에서 극복하는 힘이 떨어지는 약점을 또다시 드러냈다. 4년 전에도 그랬고 벨기에전도 그렇고 여전히 취약점은 기술보다 멘탈이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게 구시대적 착오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멘탈은 '어떤 상대를 만나도 기복없이 자신만의 스타일과 경기력을 유지하는 꾸준함'이다. 일본이 일본축국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멘탈 강화가 필수로 비친다. 드로그바와 펠라이니에게 고전한 부분은 '흔들리는 멘탈'이라는 일본의 고질병을 잘 보여준다.

1998 프랑스월드컵부터 어느덧 6회 연속 본선(5승 4무 9패)에 진출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먼저 선제골을 내주고 이긴 경우는 한번도 없다(1무 6패). 반면 선제골을 넣고도 역전패한 건 벨기에전을 포함해 모두 네 차례나 된다. 4년 전 코트디부아르전도 그랬고, 이번 벨기에전도 그랬고 한번 흐름을 빼앗기면 되찾오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이 큰 대회에서 약하다고 지적 받을 받는 이유다.

예나 지금이나 일본은 강한 피지컬과 압박축구에 콤플렉스가 있다. 일본의 '스시타카'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터프'한 상대를 만나면 무너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의 아킬레스건이자 고질병이다. '스시타카'로 아시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힌 일본이 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질병부터 고쳐야 한다. 그래야 4년 뒤 카타르에서 지금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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