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일본] '무기력한 경기' 일본, 폴란드에 패배! 야유 속 16강 진출
입력: 2018.06.29 04:23 / 수정: 2018.06.29 08:23
일본이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폴란드에 0-1 패배했지만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벨기에-잉글랜드 경기의 승자와 16강에서 맞붙는다. /볼고그라드(러시아)=AP.뉴시스
일본이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폴란드에 0-1 패배했지만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벨기에-잉글랜드 경기의 승자와 16강에서 맞붙는다. /볼고그라드(러시아)=AP.뉴시스

일본, 행운의 16강 진출…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세네갈 눌렀다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일본이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일본은 경기 종료 20분 전부터 수비 라인에서 공을 돌리기만 했다. 지고 있는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경기 지연 행위로 경기장을 찾은 4만 2000여명 관중들의 비난을 받았다.

일본은 28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폴란드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0-1로 패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1-0으로 꺾으며 일본은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본은 오만했다. 1승 1무로 H조 1위였던 일본은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일본의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주전 선수를 6명이나 바꾸며 폴란드전에 나섰다.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혼다 게이스케(파추카), 하세베 마코토(프랑크푸르트), 오사코 유아(FC 쾰른) 등 주력 선수들을 모두 뺐다. 상대팀인 H조 톱시드 폴란드가 이미 2연패로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16강을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일본이 유리한 상황이긴 해도 16강 진출이 확정된 국가는 아니었다. 일본은 만약 폴란드에 지고 콜롬비아와 세네갈이 비긴다면 조 3위로 탈락이었다. 그럼에도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경기에 임했다.

경기는 폴란드가 주도했다. 큰 키를 이용한 롱 패스와 세트피스 상황에서 몇 차례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일본의 전력도 100%가 아니었기 때문에 폴란드 입장에서는 수월한 경기를 펼쳤으나 골로 이어지는 장면은 없었다. 올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도 여전히 날카롭지 못했다.

일본도 저력은 있었다. 세네갈전 1골 1도움을 기록한 이누이 타카시(에이바르)를 대신해 선발 출전한 우사미 타카시(뒤셀도르프)가 돋보였다. 우사미는 폴란드의 수비진들 사이를 돌파하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양 팀 모두 전반전은 골을 기록하진 못했으나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관중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니시노 감독은 먼저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를 빼고 콜롬비아전의 결승골의 주인공 오사코를 투입했다. 같은 포지션을 교체하며 전술에 변화는 주지 않았으나 빠른 선수를 투입하며 공격에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는 방침이었다.

폴란드도 물러설 수 없었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8위로 H조 탑시드를 받았고 세계적인 공격수 레반도프스키를 보유하고도 월드컵에서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었다. 결국 후반 14분 폴란드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프리킥 상황에서 타점이 높은 얀 베르나덱(사우스햄턴)의 헤더가 일본의 골망을 갈랐다.

일본은 급해졌다. 같은 시간 사마라에서 열리고 있던 세네갈-콜롬비아 경기는 여전히 0-0이었다. 만약 두 경기가 이대로 끝나면 일본은 조 3위로 16강 탈락인 상황. 니시노 감독은 1골이 필요했다. 후반 20분 경기 내내 활발하게 뛰어다녀 체력이 떨어진 오사미를 빼고 휴식을 준 이누이를 넣었다.

이후 결정적인 찬스가 나왔다. 후반 27분 시바사키 가쿠(헤타페)의 왼쪽 코너킥을 장신 수비수 요시다 마야(사우스햄튼)가 헤더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빗나갔다. 일본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제 위치로 돌아갔다. 그러나 일본은 요시다의 이 슈팅이 이날 경기의 마지막 슈팅이었다.

후반 30분부터 경기장의 분위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간 사마라에서 콜롬비아의 예리 미나(바르셀로나 FC)가 헤더골을 터뜨리며 1-0으로 앞서갔다. 두 경기가 이대로 끝나면 일본은 세네갈과 1승 1무 1패로 승점이 타이가 되는 상황. 두 팀은 다득점과 골득실, 승자승 모두 같았다. 그러나 페어플레이 점수가 달랐다. 일본은 옐로 카드가 4장이었고 세네갈은 6장이었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세네갈이 조 3위로 탈락하고 일본이 조 2위로 16강에 오르게 됐다.

니시노 감독은 영리했다. 벤치에서 대기 중인 '주장' 하세베를 불렀다. 이후 하세베는 경기장에 뛰고 있는 선수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선수들에게 무리하지 말자는 주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일본은 라인을 올리지 않았다. 당장 경기에서 지고 있는 팀이며 상황에 따라 16강에서 탈락할 수 있는 팀이었으나 후방 빌드업만 시도하며 여유있게 경기했다. 후반 37분 하세베가 공격수 무토 요시노리(마인츠)와 교체로 경기장에 들어갔다. 중원에서 볼배급을 전담하는 하세베는 폴란드 진영에 패스를 넣지 않았다. 중앙에서 열심히 좌우 일본 수비수들에게 패스만 시도했다.

그러나 폴란드도 골을 더 넣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일본 수비수가 뒤에서 공을 돌려도 레반도프스키를 포함한 폴란드 공격진들은 가만히 제자리에 서있었다. 볼고그라드의 4만 2000명의 관중들은 경기장에 뛰고 있는 22명의 선수에게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후반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고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급기야 일본 선수 2명이 서로에게만 짧은 패스를 10여차례 주고 받는 장면도 포착됐다. 결국 경기는 1-0 폴란드의 승리로 끝났다.

16년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테랑가의 사자 세네갈은 조별리그 H조 최종전 콜롬비아에 0-1로 패배하며 조 3위로 탈락했다. 세네갈은 1차전 폴란드를 꺾으며 아프리카 돌풍을 예고했으나 일본과 대결에서 2-2로 비긴 게 뼈아프다. /사마라(러시아)=AP.뉴시스
16년만에 월드컵에 진출한 '테랑가의 사자' 세네갈은 조별리그 H조 최종전 콜롬비아에 0-1로 패배하며 조 3위로 탈락했다. 세네갈은 1차전 폴란드를 꺾으며 아프리카 돌풍을 예고했으나 일본과 대결에서 2-2로 비긴 게 뼈아프다. /사마라(러시아)=AP.뉴시스

세네갈은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콜롬비아에게 0-1로 패하며 조 3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5분 동안 콜롬비아를 향해 끝까지 열심히 뛰었지만 승부를 바꾸진 못했다. 세네갈 선수들은 경기 직후 모두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좌절했다. 아프리카는 전원 탈락이다. 이집트, 모로코, 나이지리아, 튀니지가 모두 예선 탈락한 가운데 마지막 희망이었던 세네갈은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일본에 무너지며 짐을 싸게 됐다.

반면 일본과 폴란드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지속되는 관중들의 야유에도 서로 악수하고 포옹했다.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르고 모두 그라운드에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던 팀들과는 대조적이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VAR로 인해 후반 추가시간이 최소 5분에서 최대 10분까지 적용되고 있다. 유독 후반 추가시간에 골이 많이 나온다. 스페인의 아이고 아스파스(셀타 비고), 브라질의 필리페 쿠티뉴(바르셀로나 FC)와 네이마르 다 실바(파리 생제르맹), 독일의 토니 크로스(바이에른 뮌헨), 한국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손흥민(토트넘)의 공통점은 모두 후반 추가시간에 골을 넣은 선수들이다. 이들이 기록한 골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에게 큰 기쁨과 슬픔을 선사한 극적인 골이었다.

그러나 폴란드-일본전의 후반 추가시간은 축구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폴란드-일본 경기는 몸싸움에 밀린 후 경기장에 누워 경기를 지연시키는 '침대 축구'와 세트피스때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선수들 간의 치열한 신경전, 심지어 VAR 시도조차 단 한번도 없었던 '깨끗한' 경기였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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