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골라인] 기적은 없었지만 감동을 남긴 '러시아WC'
입력: 2018.06.29 05:00 / 수정: 2018.06.29 06:49
한국 선수들이 27일 독일과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후반전 추가시간에 터진 김영권과 손흥민의 골로 독일을 2-0으로 눌러 이겼다. /카잔(러시아)=뉴시스
한국 선수들이 27일 독일과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은 후반전 추가시간에 터진 김영권과 손흥민의 골로 독일을 2-0으로 눌러 이겼다. /카잔(러시아)=뉴시스

한국, 독일에 2-0 승리

[더팩트 | 심재희 기자] 1994년 6월 27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댈러스. 한국과 독일이 1994 미국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만났다. 당시 한국은 후반전 맹추격전을 벌였으나 2-3으로 석패했다. 황선홍과 홍명보의 골로 따라갔지만 전반전 내준 3골을 만회하지 못했다. 당시 학교 지각을 감수하고 새벽 경기를 봤던 필자는 억울한 마음을 쉽게 누를 수 없었다. 며칠 동안 머릿속에 독일전 장면이 계속 그려졌다.

정확히 24년이 지난 2018년 6월 27일.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이 다시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독일을 만났다. 결과는 2-0 승리. 한국이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자정을 넘겨 날이 바뀌고 해가 떠서 밖이 밝아졌지만 잠을 못 이뤘다. 24년 전 아쉬운 패배를 씻고도 남을 감동이 밀려왔다.

사실 신태용호에 대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전망은 매우 어두웠다. 평가전 성적도 좋지 않았고, 부상자가 많아 팀 컨디션도 최악이었다. 조별리그에서 만날 스웨덴과 멕시코의 전력을 분석하면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신태용호가 더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어 힘든 경기를 예상했다. 그리고 예상은 현실이 됐다. 스웨덴전 0-1 패배, 멕시코전 1-2 패배. 졸전과 불운이 겹치며 연패의 늪에 빠졌다.

신태용(오른쪽) 감독이 독일을 꺾은 뒤 손흥민(왼쪽 7번)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카잔(러시아)=뉴시스
신태용(오른쪽) 감독이 독일을 꺾은 뒤 손흥민(왼쪽 7번)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카잔(러시아)=뉴시스

1,2차전에서 연속해서 졌지만 16강 진출 가능성이 살아 있었다. 항상 우리를 괴롭혔던 '경우의 수'라는 놈이 이번엔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상대가 독일이라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우리가 독일을 두 골 차 이상으로 꺾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준다?' 유일한 경우의 수의 문은 '1%의 가능성'이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좁디 좁아 보였다. 그런데 대이변이 일어났다. 1%의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다.

독일전을 되돌아 보면서 전형, 전술, 노림수 등의 일반적인 분석은 필요 없을 것 같다. 한국의 승리 요인은 '투혼'으로 간단히 설명 가능하다. 실력에서 뒤지며 경기의 주도권을 내줬지만 온 힘을 다해 독일의 공격을 막았고, 상대가 지친 틈을 잘 파고들어 승전고를 울렸다. 특히 골 장면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지난해부터 맘고생이 극심했던 김영권이 울분을 날리는 결승골을 터뜨렸고, 시종일관 투지가 넘쳤던 손흥민은 경기 종료 직전 에너지가 거의 다 떨어진 상황에서도 놀라운 질주를 보이며 쐐기포를 작렬했다. 김영권과 손흥민은 그렇게 '한국 대표'로서 투혼의 골을 잡아냈다.

1승 2패 승점 3 3득점 3실점. 겉만 보면 초라한 성적표다. 16강행 티켓도 손에 쥐지 못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격파하며 '아시아의 호랑이' 자존심을 확실히 세웠다. 16강 진출의 기적은 없었지만, '진한 감동'으로 대회를 마감한 신태용호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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