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한국-스웨덴 경기가 끝난 뒤 정우영(오른쪽)이 김민우를 위로하고 있다. /니즈니 노브고로드(러시아)=게티이미지 |
한국 0-1 스웨덴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월드컵에 새롭게 도입된 VAR(Video Assistant Referee·비디오 판독 시스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이 VAR이 적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VAR로 웃는 쪽이 있는가 하면 고개를 떨구는 나라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과 조별리그(F조) 1차전에서 필승 의지를 다졌던 신태용호는 VAR 판정 번복으로 눈물을 훔쳤다.
한국은 18일(이하 한국 시간)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끝난 스웨덴과 경기에서 0-1로 졌다. 전체적인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유효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공격력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중원 압박과 협력 수비 등으로 버텼지만 무딘 창으로 스웨덴을 꺾기는 어려웠다. 신태용 감독은 0의 행진 속에서 후반전 중반 이후 스웨덴의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을 승부처라고 판단한 듯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반 26분 부상 변수가 발생했다. 왼쪽 측면에서 공수에 걸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박주호가 쓰러졌다. 근육 경련과 함께 곧바로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몸도 채 풀지 못한 한 선수가 투입됐다. 김민우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국-스웨덴 경기에서 VAR에 의한 판정 번복이 나왔다. 신태용호는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게티이미지 |
박주호 대신 왼쪽 측면에 자리한 김민우는 투지를 발휘하며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후반 18분 통한의 태클로 수렁에 빠져 들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태클을 가했고, 빅토르 클라에손이 넘어졌다. 주심은 '노 파울'을 선언했지만, VAR의 컴퓨터 눈은 피하지 못했다. VAR의 느린 화면은 김민우의 반칙이 '맞음'을 증명했다.
VAR 판정 번복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한국은 스웨덴의 주장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의 슈팅을 막지 못하고 실점했다. 이후 이승우까지 투입하며 추격전에 나섰지만 동점을 이루지 못했다. VAR 불운 속에 페널티킥 결승골을 얻어맞았고, 파울을 범한 김민우는 경기 후 침묵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우영과 손흥민이 위로의 말을 건넸으나 김민우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였다.
'VAR 불운'을 겪은 김민우(오른쪽 12번)가 경기 종료 후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하고 있다. /니즈니 노브고로드(러시아)=게티이미지 |
스웨덴전은 끝났다. 아쉽지만 공격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0-1로 졌고, 앞으로 멕시코전(24일)과 독일전(27일)이 남아 있다. 'VAR 불운'을 겪은 김민우가 스스로 꿋꿋이 일어서야 한다. 개인을 위해서, 그리고 신태용호를 위해서도 마음을 다잡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이번 대회가 시작되기 전 신태용 감독은 왼쪽 풀백(혹은 윙백)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전이 유력했던 김진수가 부상으로 이탈해 끝내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은 박주호를 스웨덴전에 출전하게 했으나 부상의 덫에 걸렸다. 만약 박주호가 뛸 수 없다면, 레프트백으로 투입될 수 있는 선수는 김민우와 홍철만 남는다. 우리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멕시코·독일과 대결에 수비력이 좀 더 나은 김민우가 나설 공산이 크다.
선수가 수비에서 실점과 연결되는 실수를 하면 '치명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가 '치명적인 실수'에 고개를 숙이고만 있으면 안 된다. 비판의 눈초리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고 노력으로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산전수전 다 경험한 세계적인 수비수들도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가.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수를 극복하는 것은 훌륭한 선수만 할 수 있다. 김민우가 VAR 불운을 딛고 꿋꿋이 일어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