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어떤 선수가 득점왕의 영광을 누리게 될까. /게티이미지 |
'축神'들의 전쟁, 주인공은 누구
[더팩트 | 이한림 기자] '러시아 월드컵 득점왕은?'
'영원한 라이벌'의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10년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Ballon d'Or)'를 정확히 5-5로 양분하고 있다. 이들은 각 소속팀에서 우승과 득점왕을 숱하게 경험하며 축구 선수로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못다한 꿈이 남았다. 월드컵 우승과 득점왕이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자신의 네 번째 월드컵인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라이벌을 종결짓는 승부를 펼친다. 여기에 부상을 털어낸 브라질의 네이마르 다 실바가 가세한다. 러시아를 수놓을 '별들의 전쟁'의 결말은 이들의 발 끝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시, 호날두, 네이마르. '축구의 신들' 가운데 월드컵 득점왕이 나올 수 있을까.
메시의 발끝에 아르헨티나의 운명이 달려 있다. 베팅사이트 베트365는 러시아 월드컵 득점왕 타이틀에 메시를 가장 낮은 9배의 배당률로 책정했다. /게티이미지 |
◆ 리오넬 메시 (A매치 123경기 66골)
2014 브라질 월드컵 골든볼, 올해 유럽 5대리그 득점왕 리오넬 메시(32·FC 바르셀로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자신의 이름을 새긴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가 전무한 까닭이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에서 이미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으나 유독 국제 대회와 인연이 없다. 2006 독일 월드컵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모두 8강에서 고배를 마셨고,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는 마침내 결승전까지 올랐지만 독일에 무릎을 꿇었다.
메시의 눈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7 코파아메리카가 끝난 직후 상실감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두 대회 모두 결승전에 오르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으나 준우승에 그친 결과가 아쉽기만 하다. 조국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위해 득점왕을 향한 동기부여가 확실한 상황이다.
또한 메시는 지난 10일 베팅사이트 BET365가 선정한 러시아월드컵 득점왕 후보에서 1위(2위 네이마르, 3위 호날두·그리즈만)에 이름을 올렸다. 메시 본인도 '배수의 진'을 선언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987년생인 나이를 고려했을 때 오는 2022 카타르 월드컵도 출전이 가능하지만 이번 러시아 월드컵 성적에 따라 대표팀을 은퇴하겠다고 시사했다. 월드컵을 들어올리면 대표팀을 은퇴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메시는 내심 러시아 월드컵이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호날두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지난 유로2016 우승의 기적을 다시 한 번 꿈꾸고 있다. /게티이미지 |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A매치 149경기 84골)
최근 5년간 4번의 발롱도르를 수상한 크리스타아누 호날두(34·레알 마드리드)를 빼놓고 득점왕을 논하기 어렵다. 올해에도 나이가 무색할 만큼 특유의 폭발적인 득점력을 앞세워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3시즌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 모든 대회 통틀어 44골을 기록하며 메시에 이은 2위에 올랐다.
호날두는 메시와 달리 메이저 대회 우승컵에 입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포르투갈이 2년 전 유로 우승컵을 들어올렸기 때문이다. 호날두의 남은 목표는 월드컵이다.
그러나 호날두는 유독 월드컵에만 나서면 작아지는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2006년부터 3번의 월드컵에 모두 출전했지만 고작 3골에 그쳤다. 상대팀의 견제를 분담할 수 있는 선수가 10년 째 나타나지 않은 것도 뼈아프다.
이처럼 호날두의 조국 포르투갈이 우승권 전력으로 꼽히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역대 월드컵 득점왕은 우승하지 못한 국가에서 되레 나왔다는 점은 호날두의 득점왕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어느덧 호날두는 축구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드는 30대 중반을 앞두고 있다. 자신의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서 '호우 세리머니'를 마음껏 펼치길 기대하고 있다.
네이마르는 메시와 호날두도 하지 못한 월드컵 제패와 득점왕 등극을 통해 '대관식'을 꿈꾸고 있다 /게티이미지 |
◆ 네이마르 다 실바 (A매치 84경기 54골)
월드컵 득점왕을 향해 이를 갈고 있는 선수는 또 있다. 부상을 털고 일어선 네이마르 다 실바(26·파리생제르맹)는 브라질 축구의 전설들을 넘고, 내심 메시와 호날두로 양분된 축구의 신 계보의 한 축을 노리고 있다.
네이마르의 천부적인 골 감각은 이미 '삼바군단'의 선배들을 압도하고 있다. 현재 A매치 84경기 54골로 1골만 추가하면 호마리우(55골)를 넘어선다. '축구 황제'로 불린 1위 펠레(77골)와 2위 호나우두(62골)도 가시권이다. 게다가 네이마르는 메시보다 5살, 호날두보다 7살이 어리다.
승승장구 중인 네이마르에게도 월드컵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4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첫 출전에 4골을 기록하며 브라질의 4강 진출을 견인했으나 부상이 발목을 잡으며 우승과 득점왕을 모두 놓쳤다. 브라질은 이 대회 득점왕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가 버티는 콜롬비아와 8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올랐으나, 독일과 준결승에서 무려 7골을 실점하며 1-7로 참패했다. 연이은 3·4위전에서도 네덜란드에 0-3 완패를 당했다. 네이마르는 이 두경기를 병상에서 지켜봐야했다.
절치부심이다. 지난해 역대 최고 이적료(2775억 원)로 바르셀로나에서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한 것도 메시의 그늘을 벗어나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한 야망이 남다른 대목이다. 또한 역대 월드컵 최다 우승팀(5회)인 브라질은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우승후보로 분류되며 많은 경기를 치를 확률이 높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러시아월드컵 득점왕을 네이마르로 점찍는 이유다. 불의의 부상을 주의하고 조국 브라질이 러시아에서 정상에 오른다면 메시와 호날두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선수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 외 올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이집트의 '파라오'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득점 2위 잉글랜드의 '태풍' 해리 케인(토트넘), 분데스리가 득점왕 폴란드의 '폭격기'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도 러시아월드컵 득점왕에 근접한 선수로 지목되고 있다.
◆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역대 득점왕
(개최국 / 득점왕 / 골 / 최종 성적)
- 1998 프랑스 월드컵 / 다보르 수케르(크로아티아) / 6골 / 3위
- 2002 한일 월드컵 / 호나우두(브라질) / 8골 / 우승
- 2006 독일 월드컵 /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 / 5골 / 3위
- 2010 남아공 월드컵 / 토마스 뮐러(독일) / 5골 / 4위
- 2014 브라질 월드컵 /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 / 6골 / 8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