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깜짝 발탁! 신태용(왼쪽) 축구대표팀 감독은 14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예비)엔트리 발표에서 만 20세의 이승우를 깜짝 발탁했다. /더팩트DB |
신태용 "이승우 깜짝 발탁, 스웨덴 경기 분석 후 결정"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스웨덴전 히든카드, 이승우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비)엔트리 발표 현장에서 1998년생으로 올해 스무 살인 이승우(헬라스 베로나)를 '별들의 전쟁' 2018 러시아월드컵 예비 엔트리에 포함했다. 물론 최종 23인에 이승우가 이름을 올릴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파격적인 선택인 것만은 분명하다. 신태용 감독은 이승우를 원정 16강 진출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스웨덴과 1차전에서 히든카드로 사용한다는 복안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승우 깜짝 발탁 이유로 민첩성과 스피드 그리고 직접 지도해 본 경험을 꼽았다. "20세 월드컵 때 같이 생활해 봤고, 장점이나 단점을 어느 정도 잘 파악하고 있다"면서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이승우를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때는 FC바르셀로나에서 이탈리아로 이적해 적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지만, 많이 성장했다. 첫 골도 넣으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당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뽑았다"고 말했다.
이승우의 장점은 단연 스피드와 민첩성이다.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과 독일 등 체격 조건이 좋은 유럽팀을 맞아 이승우가 상대 진영을 교란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특히 신태용 감독은 "스웨덴 전을 분석하며 이승우 발탁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상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동작이 좋다. 월드컵에 간다면 문 전에서 많은 파울을 얻을 수 있다"면서 "상대 신체 조건이 좋아 작은 선수가 민첩하게 움직이며 교란하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어 "꾸준히 관찰했다"면서 "스웨덴의 장단점을 파악하면서 이승우를 상당히 요긴하게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가 지난해 5월11일 열린 20세 이하 월드컵 대표팀 평가전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더팩트DB |
신태용 감독의 신뢰에 이제 이승우가 응답할 때다. '이슈 몰이'와 '한국 축구의 미래'로만 끝나선 안 된다. '히든카드'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승우는 단점을 장점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단점은 단연 피지컬이다. 이승우의 공식 키는 170cm다. 축구 선수로 왜소한 체격이다. 하지만 발롱도르 5회 수상에 빛나는 리오넬 메시도 170cm다. 메시 이외에도 이니에스타(171cm), 다비드 실바(170cm), 세르히오 아구에로(173cm)도 모두 170cm 초반의 단신이다. 결국 축구는 키로 하는 것도, 피지컬로 하는 것도 아닌 셈이다.
이승우에게 당면 과제가 있다. '축구는 피지컬로 하는 게 아니다'라는 명제를 남은 한 달여 기간 동안 자신에게도 해당하는 격언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 이승우에게 피지컬을 극복하는 장점이 있다. 영리한 축구를 하는 이승우다. 넓은 시야와 뛰어난 드리블 능력, 불가능할 거 같은 상황에서도 골을 만들어 내는 천재성을 갖췄다.
이승우(오른쪽)는 6일(한국시간) 열린 이탈리아 세리에A 36라운드 AC밀란과 경기에서 후반 40분 데뷔 골을 기록했다. /더팩트DB |
신태용 감독은 물론 원정 16강을 기원하는 축구 팬 모두 이승우가 6일(한국시간) 강호 AC밀란을 상대로 보여준 세리에A 데뷔골 같은 모습을 월드컵에서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승우는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에서 열린 AC밀란과 세리에A 36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12분 교체투입됐다. 이후 측면과 중앙을 활발하게 오가며 AC밀란 수비라인을 흔들었다.
특히 장신의 수비수와 부딪히면서도 볼을 지켜냈고, 빈공간을 파고들며 지속적으로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후반 40분 기회를 잡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AC밀란 수비가 걷어낸 볼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오른발 발리로 연결했다. '부폰의 후계자'로 불리는 돈나룸마 골키퍼도 꼼짝 없이 당했던 슈퍼골이다. 베로나는 1-4로 패하며 강등을 확정했지만 이탈리아 언론은 이승우의 골을 높이 평가했다. 단순히 골을 넣어서가 아니다. 이승우의 스피드와 민첩성, 경기를 보는 시야와 골 결정력 등 그라운드를 누빈 약 30여분 동안 이승우가 보여준 능력과 가능성에 집중했다.
14일 발표된 2018 러시아월드컵 엔트리에 이승우(가운데)가 포함된 것을 두고 '깜짝 발탁'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승우의 활약 여부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팩트DB |
만 20세. 언제까지 '유망주', '기대주', '미래'일 수만은 없다. 이승우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길목에서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를 잡았다. "이승우." 신태용 감독의 말에 이날 엔트리 발표 현장은 술렁였고, 언론과 축구 팬들은 '깜짝 발탁'이라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팬들은 '아직 이르다'는 주장과 '한국 축구 미래의 월드컵 경험이 옳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승우 깜짝 발탁. 이승우는 분명 성장했고, 단점을 극복할 강력한 장점을 보유했다. 이승우가 세간의 선입견을 잠재우고 스웨덴전 '히든카드' 뿐만 아니라 원정 16강 나아가 사상 첫 원정 8강의 '히든카드'로 비상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