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기술위원장. /대한축구협회 제공 |
[더팩트 | 최정식기자] 대한축구협회가 15일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을 경질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동반 사퇴했기 때문에 후임 감독은 새로 구성되는 기술위원회에서 뽑게 된다.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한국의 다음 경기는 오는 8월 31일 홈에서 열리는 이란전이다. 따라서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는 새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
한국 축구는 2014브라질월드컵에서도 예선 도중 감독을 경질했다. 2011년 12월 조광래 감독을 물러나게 했는데 그때는 최종예선이 아니라 3차예선을 치르고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지난 14일 카타르전 패배가 치명타였던 것처럼 당시 조 감독도 레바논에게 1-2로 진 것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경질의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이후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 최종예선까지 치렀고, 2012런던올림픽에서 축구 사상 첫 메달이라는 성과를 올린 홍명보 감독이 본선에서 대표팀을 지휘했다. 그러나 본선 조별리그에서 1승도 못 올리고 탈락하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다.
이용수 위원장은 "후임 감독에게 두 경기만을 맡길 수는 없다. 본선 진출을 전제로 최종예선 두 경기를 포함해 본선까지 계약해야 할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기술위원장직을 사퇴한 만큼 사견임을 전제로 말했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 지도자가 본선까지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다는 그의 생각대로 될 공산이 크다. 최종예선은 본선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한 대회지만 한편으로는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하다. 예선과 본선의 사령탑 이원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브라질월드컵의 실패가 이를 잘 말해준다.
최강희 감독이 최종예선의 관문마저 무난히 돌파한 뒤 홍명보 감독이 2013년 7월 동아시안컵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브라질월드컵 본선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은 2014년 6월에 열렸다. 예선을 자신이 맡지 않았던 홍 감독의 준비기간은 1년. 그의 실패에 대해 여러가지 평가가 있지만 준비기간이 짧았던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러시아월드컵은 2018년 6월 개막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난 날로부터 꼭 1년 뒤다.
이에 대해 이용수 위원장은 "누가 되든 대표팀 감독은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1년이면 월드컵을 준비하는데 충분한 기간이다. 대표팀은 A매치를 통해 훈련한다. 나머지 시간에 충분히 생각하면서 대표팀의 경기력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월드컵 때는 대표팀 사령탑과 축구협회의 갈등, 레바논전 패배의 충격 등 3차예선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치유할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가라앉은 분위기와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어서 끌어올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은 "새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으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역량 외에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고 선수들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브라질월드컵의 실패는 축구협회가 마땅한 대안 없이 감독을 경질한 뒤 고사하는 최강희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면서 계약기간을 최종예선으로 한정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지난 3월 대표팀이 중국과 시리아를 상대로 잇따라 졸전을 벌이자 슈틸리케 감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기술위는 감독의 거취에 대해 논의했으나 유임을 결정했다. 그때 카타르전 결과과 기대에 못 미칠 것에 대비한 계획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현 기술위는 새 위원회가 업무를 수행하는데 대한 건의사항을 축구협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새 감독에 대한 부분도 포함돼 있다.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 쿠웨이트와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본선에 못 나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있었다. 지금도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두 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같은 위기감이 있다. 그러나 사실 본선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본선 경쟁력이다. 예선통과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현재 경기력이라면 본선 진출 자체에만 의미를 둬야할지도 모른다. 이 위원장의 낙관적인 생각과는 달리 누가 새 감독이 되더라도 전체적으로 새로운 팀을 만들기에 1년은 충분히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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